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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겠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6조원 유상증자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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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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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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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 수요의 빅 사이클 예상”
해외 생산 거점 확보 청사진
잠재적 리스크에 어두운 전망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규모 투자를 위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한화에어로는 이를 통해 해외 지상방산, 조선해양, 해양방산 거점을 확보하는 데서 한 걸음 나아가 글로벌 우주·방산 일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의 자금 조달 계획에 긍정적 반응을 내보였지만, 시장은 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035년 매출 70조원이 목표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 가운데 1조2,000억원은 시설자금 마련에, 2조4,000억원은 타법인 증권 취득에 각각 사용한다는 구상이다.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신주 배정일은 4월 24일이다. 이후 6월 3일부터 이틀 동안은 구주주 청약을 받는다.

한화에어로는 중장기적인 방산 수요의 빅 사이클이 예상되는 유럽, 중동, 호주, 미국 등지에 전략적 해외 생산 거점을 확보해 2035년 연결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규모의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K9 자주포를 비롯해 다연장로켓 ‘천무’, 장갑차 ‘레드백’, 대공방어 시스템 등을 주력 수출품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글로벌 지정학적 불안정성에 따른 각국의 방위력 강화 정책에 따라 방위비가 증가하면서 함정 및 지상용 무기체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큼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한화에어로의 설명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 대표이사는 “전략적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방산·조선해양·우주항공 톱-티어로 한 단계 도약하겠다”며 “다시 한번 기업가치의 퀀텀 점프를 이룰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금융당국은 한화에어로의 이번 유상증자 계획에 긍정적 태도를 내비쳤다.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는 사실을 전하며 “한화에어로가 K-방산의 선도적 지위 구축을 위해 유증을 추진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투자판단에 필요한 중요정보의 충실한 기재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는 한편, 신속한 심사를 통해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주 잔액 성장률 등 가시화한 성과 없어

그러나 전문가들의 평가는 달랐다. 글로벌 방산 및 조선해양 거점 확충이 필요한 한화그룹의 미래 청사진은 높이 평가하지만, 불확실성 및 잠재적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럽 방위비 증액은 사실상 러시아와의 군비 경쟁이라는 명분으로 자국 내 재정 지출을 통한 경제 성장을 위함일 가능성이 큰데, 무기 구매뿐만 아니라 설비 확충, 군인들에 대한 임금 등 이중 용도에 대한 국방 지출도 속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유럽의 방위비 증액은 역내 지출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면서 DS투자증권은 한화에어로의 목표 주가를 75만원으로 낮춰 잡았다. 유상증자로 인한 희석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양 연구원은 “향후 성장성 유지에 대한 우려는 1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해 봐야 한다”면서 “현시점에서 한화에어로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매출 증가율을 넘어서는 수주 잔액 성장률인데, 유상증자를 통한 장기 성장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투자자에게는 우려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화빌딩/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횡령·배임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간 한화그룹이 걸어온 행적을 되짚어 볼 때,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가치 제고가 아닌 오너 일가의 이익 챙기기에 가까울 것이란 비판이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경영진의 횡령·배임죄를 꼽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리하고 있다.

김 회장의 횡령·배임 가운데 가장 세간의 이목을 끈 사건은 2010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 회장이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 중이라는 제보를 받은 금감원의 의뢰로 시작된 검찰 수사는 강도 높게 진행됐다. 검찰은 한화그룹을 13차례나 압수수색 했고, 김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3차례 소환했다. 이후 2012년 2월 검찰은 김 회장에 징역 9년,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당시만 해도 김 회장이 구속될 것이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많은 대기업 총수가 비슷한 사안에서 집행유예와 사회봉사 활동 등을 선고받는 데 그쳤던 탓이다. 그러나 당시 법원 정기 인사로 김 회장의 1심 재판은 6개월가량 연기됐고, 그 사이 법원의 분위기 또한 달라졌다. 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외치면서 앞다퉈 대기업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법안을 발의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1심 재판부는 김 회장에 징역 4년, 벌금 51억원의 선고를 내렸다. 재계에서는 예상을 뒤엎은 중형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이 같은 평가도 잠시였다. 김 회장은 2013년 1월 건강 악화를 주장하며 구속집행정지 건의서를 제출해 구치소를 벗어났고, 이듬해인 2014년 2월 파기환송심에서는 집행유예 및 벌금 선고를 받아 석방됐다.

형기의 반도 채우지 않은 것은 물론, 그마저 병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셈이다. 심지어 위독하다는 소식을 전한 2013년으로부터 10년도 지나지 않은 2020년 2월에는 그룹 경영에 정식 복귀했으며,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한화 계열사의 야심 찬 미래 성장 청사진에 많은 시장 참여자가 불신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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