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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급불능 우려, 선제적 회생 조치”
리츠 상장 실패 등 경영 악화 뚜렷
수익형 부동산 활용도 지지부진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및 단기자금 조달 어려움으로 오는 5월 말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홈플러스는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신청하면서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것은 맞지만,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시장에서도 이번 위기를 홈플러스 경영진의 책임론에만 가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잉여현금 창출 능력 개선에 방점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제출한 ‘회생절차 개시명령 신청서’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단기자금 조달 실패로 현금 2025년 3월 17일 184억원 규모의 현금 부족이 발생, 이후 지속 악화해 5월 말에는 7,395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기재했다. 단기 자금운용에 차질이 생겨 연쇄적으로 지급정지가 유발되면, 일반적 지급불능에 빠질 염려가 있어 기업회생을 신청한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는 잉여현금 창출 능력을 개선하고 높은 금융비용을 저감하는 방식으로 재무상태표를 구조조정해 계속기업으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회생 절차 개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용카드 구매가 일반화돼 있는 만큼 카드 회사들이 상호압류·가압류 등을 시행할 경우, 물품 대금과 인건비 마련에 차질이 불가피해 소비자 이탈 등 계속기업으로서의 실체를 급속히 소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성공적인 회생을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홈플러스는 “고정비와 금융비용 부담을 집중적으로 완화하는 회생계획안을 작성할 것”이라며 “적자 요소 축소를 위해 차임이 과다한 점포는 해당 임대인들과 차임 재조정을 시도하고, 일부 점포는 매각 후 재임대(Sales&lease back·SLB)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점포 및 인력 운영 효율화 방안이 실행을 앞둔 만큼 향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회생 수단으로 임차료 인하와 금융부채 조정을 언급한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홈플러스와 주주사 MBK파트너스가 경영 실패를 일찌감치 예견하고 있었으며, 임차료와 금융채무 탕감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가장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나아가 “실제 회생 계획은 법원이 선임한 조사인에 의한 실사 결과와 채권 신고 내용을 기반으로 다시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위기 징후 곳곳에서 포착
시장에서도 홈플러스 회생 신청서를 MBK 책임론으로 연결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과거 홈플러스와 MBK가 부동산투자신탁(REITs·리츠) 상장 실패로 떠밀리듯 점포들을 매각한 전례가 있는 만큼 경영 악화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진단이다. 실제 MBK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부터 자산 유동화 전략으로 리츠를 고려한 바 있다. 당시 인수 금융으로 조달한 4조3,000억원 중 미상환 잔금 약 2조원을 마련하려는 의도였다.
2018년 본격 상장을 추진한 홈플러스 리츠는 국내 오프라인 점포 51곳을 기초 자산으로 연 7% 안팎의 배당수익률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 이하였다. 신청 수량은 조달 계획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고, 제시한 가격대도 희망 공모가 밴드(4,530원~5,000원) 하단을 밑돈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홈플러스 리츠는 이듬해인 2019년 상장을 전면 철회했고, MBK는 부랴부랴 부동산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유통업계 전반의 상황 또한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 자체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이다. 익일 배송이 보편화하면서 오프라인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들은 급감했고, 이는 자금 조달을 위해 일부 점포를 SLB 방식으로 전환한 홈플러스에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했다.
아울러 경영상 이슈 또한 홈플러스의 경쟁력 약화를 부추겼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조주연 대표 체제에서 상품품질관리센터 등 주요 부서가 힘을 잃으며 상품 경쟁력이 경쟁사에 비해 크게 하락했다는 지적이다. 과거 홈플러스는 ‘데이터 기반 품질 혁신’을 소비자 신뢰 확보의 주요 전략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노력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장 침체·주민 반발에 주상복합 전환도 난항
홈플러스 측에서 일찌감치 매출이 저조한 일부 점포를 폐쇄하고 수익형 부동산으로 전환하겠다는 자산 효율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해당 방안의 경우 일반 소비재보다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이 매우 큰 건설업 특성상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2021년 2월 문을 닫은 홈플러스 대전탄방점은 이듬해 7월에야 오피스텔 건축의 첫 삽을 떴다. 시공사 선정은 물론 건축허가 등 인허가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했던 탓이다.
일부 점포는 공사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가 심화하면서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3년 문을 닫은 홈플러스 부산연산점은 애초 태영건설의 ‘연산 더 클래스 데시앙’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됐다. 총 522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을 건설하고, 홈플러스는 다시 이곳에 입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태영건설의 사업은 좌초됐고, 쌍용건설로 넘어가 공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시장 침체뿐 아니라 상업 편의시설이 사라지는 데 대한 주민들의 불만 또한 홈플러스의 상업용 부동산 전환을 더디게 만든다고 입을 모았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분양이 되거나, 사업성이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라면서 “인근 주민들의 경우 마트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서 사업 진행 속도가 느린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