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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인공지능 확산으로 ‘여성 고용 점유율’ 늘어 ‘노동 참여 의사’, ‘교육 수준’ 높은 국가에서 더욱 뚜렷 AI가 ‘평등한 노동 시장’에도 기여할 듯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인공지능(AI)의 확산이 유럽 전역의 노동 시장 양상을 바꾸고 있다. 2011~2019년 기간 유럽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AI 활용 기술이 확대될수록 여성 고용률이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활용도가 높은 분야에서, 조사 시점에 이미 여성의 노동 참여 의사와 학력 수준이 높은 나라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AI 활용도 높은 직업일수록 ‘여성 고용’ 늘어
기술 발전은 오래전부터 고용 양상에 영향을 끼쳐 왔다. 1970~80년대 숙련도를 요하는 기술의 발달로 학력 수준이 높은 노동자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90년대의 자동화는 단순 반복적인 직무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성의 노동 참여도 영향을 받았는데 기계화가 진행되고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육체노동보다는 지적 능력과 대인 관계 역량이 뛰어난 여성의 선호도가 올라갔다. 이러한 경향이 자동화로 주춤하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교육 수준 향상으로 여성의 전문직 진출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AI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서 일상적인 업무는 물론 창의적인 과제까지 모두 자동화해 기술 발전의 새 장을 열고 있다. 유럽 16개국의 다양한 직업 분야를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는 AI 활용도가 높은 직종일수록 고용 점유율(employment shares, 산업별, 부문별 고용 노동자 비율)이 상승했고 그중에서도 여성 고용률이 눈에 띄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수준’, ‘노동 참여 의사’ 높을수록 상관관계 더 높아
구체적으로 AI 활용도(AI exposure)가 10% 상승하면 여성 고용 점유율이 2.2~2.9% 올라갔다. 전체 고용 점유율 상승률을 압도하는 수치며 특히 전문 직종에서 두드러졌다. 물론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AI로 인한 자동화가 다양한 직종과 산업 분야에서 여성 고용을 촉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는 교육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여성 교육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AI 활용과 여성 고용 간 높은 상관관계가 입증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AI 활용도 10% 증가가 여성 고용 점유율 2.7~3.4% 상승으로 연결됐다. 또한 개개인의 ‘노동 시장 참여 의사’(labor market attachment)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조사 시작 시점에 여성 노동의 참여율이 낮았던 국가들도 여성 고용률이 상당히 상승했지만, 사회경제적 요인을 걷어내고 보면 여성 노동 참여율이 당초부터 높았던 국가들에서 AI 활용도와 여성 고용률 사이의 상관관계가 훨씬 뚜렷하다.

주: 낮은 노동 시장 참여율(Low Participation), 높은 노동 시장 참여율(High Participation), 낮은 교육 수준(Low Educ.), 높은 교육 수준(High Educ.)/출처=CEPR
기술이 ‘인간 노동 평등’에 기여하는 시대
해당 사실은 직업적 경험이 풍부하고 노동 시장 참여 의사가 높은 근로자들이 AI의 ‘인간 대체 효과’를 더 잘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과 남성과 비교해 여성이 AI로 인한 기술적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노동 시장 참여율이 낮았던 국가들은 경제 및 사회 발전으로 여성을 포함한 전체 고용률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여성 참여율이 높은 나라일수록 AI 활용도 자체가 여성 고용을 촉진하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면 AI 활용 기술은 여성 고용 촉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여성들의 교육 수준과 노동 시장 참여 의사가 높을수록 효과는 배가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성들이 AI로 인한 혜택을 극대화하는 핵심 변수가 교육 수준이라는 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의 주장과도 일치한다.
하지만 AI의 가능성은 여성 고용에 국한하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AI는 연령 친화적(age-friendly) 노동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채용 및 노동 현장에서 연령으로 인한 차별이나 불이익도 점차 사라진다는 얘기다. 이제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노동을 한층 평등하고 포괄적으로 변화시키는 시대가 왔다.
원문의 저자는 스테파니아 알바네시(Stefania Albanesi)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 교수 외 4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I, automation, and the rise of female employment in Europ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