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투자 못받고 인재도 못구한다" 국적 바꾸는 K-스타트업들, ‘BYE 코리아’ 기업 10년새 6배
Picture

Member for

5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해외 증시 상장·투자 유치·인재 확보 목적
글로벌 액셀러레이터, 투자 조건으로 내걸기도
센드버드·스윗 등 플립 이후 큰 성장세 기록

국내 벤처투자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플립(Flip·해외로 본사 이전)을 선택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다. 단순히 해외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차원을 넘어 본사 자체를 이전해 회사의 국적을 바꾸는 방식이다. 해외 진출이 화두로 부상한 영향도 있지만 국내 시장의 고질적 규제, 투자 부진, 인재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국내 창업 생태계가 해외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해외 본사 스타트업, 2024년 186곳으로 급증

20일 벤처투자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등 해외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타트업은 186곳으로 10년 전인 2014년 32곳과 비교해 6배 가까이 증가했다. 플립은 한국에서 설립된 스타트업이 해외에 새로운 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모회사로 삼아 한국 법인을 자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특히 미국, 싱가포르, 브리티쉬버진아일랜드(BVI) 등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우호적이거나 시장의 규모가 큰 국가 또는 상장을 하기에 용이한 국가를 선택해 본사를 이전하는 경우가 많다.

플립을 통해 성공한 대표 기업으로는 글로벌 AI(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센드버드(SendBird)가 꼽힌다. 2013년 한국에서 설립된 센드버드는 2016년 미국 실리콘밸리로 본사를 이전했다. 이후 미국에서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의 지원을 받으며 서비스 수준을 훌쩍 높였고, 미국 이전 7년 만인 2021년 상반기에 기업가치 1조2,000억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미국에서 이룬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자회사도 2023년 기준 241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등 낙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K-뷰티 기업 미미박스(Memebox)도 플립을 통해 성공을 거뒀다. 2012년 한국에서 창업한 미미박스는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고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를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스윗테크놀로지스(Swit Technologies) 역시 대표적인 플립의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18년 한국에서 창업한 스윗테크놀로지스는 2020년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이후 기업용 협업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2021년 시리즈 A 투자 라운드에서 1,200만 달러(약 175억원)를 유치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Webtoon Entertainment)도 플립 전략을 활용한 기업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원래 네이버웹툰의 미국 자회사였으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미국 법인을 본사로 변경했고, 지난해 6월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더 큰 시장서 인재·투자 유치

한국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본사를 옮기는 결정적 이유는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다. 투자 규모가 큰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해외에 본사가 있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실제 스타트업의 '성공 보증수표'로 불리는 와이콤비네이터, 테크스타즈 등 글로벌 유명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본사 이전 등을 투자 조건으로 내거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은 플립을 한 회사들이 더 많은 해외 자본 유치와 빠른 사업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플립을 하면 IPO(기업공개), 인수합병(M&A) 등에서도 유리해진다. 해외 법인은 국내 법인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M&A를 통해 회사를 매각할 수 있고 나스닥, 뉴욕증권거래소(NYSE) 등에 상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특히 재무건전성과 영업이익을 요구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시장은 스타트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일반적인 국내 IPO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큰 곳인 만큼 인재 유치도 수월하다. 해외 유명 개발자나 연구원을 확보하기 위해선 자금 여력이 크지 않은 스타트업의 특성상 급여 외에 스톡옵션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한데, 한국 기업보다는 미국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美 스타트업 투자받을 때 韓 기업은 규제 피하기 바빠

무엇보다 플립을 하게 되면 각종 불합리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창업 7년 미만 스타트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인 63.4%가 ‘한국에서 규제로 인해 사업상 애로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응답 기업 중 37.7%는 한국의 스타트업 규제 수준이 ‘미국·중국·일본을 비롯한 경쟁국보다 높다’고 답했다.

특히 AI 관련 규제 입법이 과도한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21대 국회 4년 동안 AI 관련 규제 법안이 191건 발의됐는데, 개원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은 22대 국회에서는 벌써 64건이 발의됐다. 이 같은 규제 완화와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규제샌드박스 제도가 실시되고 있긴 하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다.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으면 임시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지만 전면적인 사업을 위해서는 법령 정비까지 완료돼야 한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를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은 총 709건 중 법령 정비까지 완료된 것은 106건으로, 법령 정비율이 15%에 불과했다.

불경기로 인한 벤처 투자 위축도 탈한국을 부추기는 요소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6조원에 육박했던 국내 벤처투자 시장 규모는 2024년 11조9,457억원으로 대폭 떨어진 상태다. 투자 건수도 2021년 4,019건에서 지난해 2,188건으로 반토막이 났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탓에 상장해도 이득이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외 투자 유치에 주력하는 한편, 이왕이면 나스닥에 직상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 때문에라도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Real name
이제인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