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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에 계열사 자산 매각 롯데건설 본사 매각 등 자산 처분해 자금 확보 자산 유동화 완료 시 부채 비율 150%로 줄어

롯데건설이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을 포함한 부동산 자산 매각을 본격화하며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롯데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비효율 사업과 자산 정리 전략의 일환으로, 롯데건설은 현재 자산 유동화 방안에 대한 수익성 분석을 수행할 매각 자문사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자산 매각이 성사될 경우 롯데건설이 최대 1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한다.
롯데건설, 자산 유동화 컨설팅 제안서 접수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전날 오후 부동산 컨설팅 회사, 회계법인 등 복수의 업체들로부터 잠원동 본사 사옥과 용지, 지방 물류창고 등의 처분을 위한 자산 유동화 컨설팅 제안서를 접수했다. 롯데건설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를 대상으로 개별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최종 매각 자문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매각 자문사는 서울 잠원동 본사 부지와 사옥을 비롯해 주요 자산에 대해 매각·자체 개발·자산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 등 다양한 옵션의 수익성을 분석해 제공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의 자산 처분 결정은 계열사의 비효율 자산을 정리하는 롯데그룹 차원의 전략과 맞물려 있다. 지난해 하반기 롯데그룹은 케미칼 등 주력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졌고, 이후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사업 재편 및 비핵심 자산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롯데렌터카를 운영하는 롯데렌탈의 매각을 진행했다. 롯데렌탈은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를 우선협상자로 선정하고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56.2%를 약 1조6,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롯데웰푸드도 지난 7일 제빵사업부 증평공장을 신라명과에 매각했다. 해당 매각 대금은 글로벌 확장에 활용하기로 했다. 다만 구체적인 매각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위기설의 진앙지였던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 자회사 LCPL의 보유지분 전량(75.01%)을 파키스탄계 사모펀드 투자회사 등에 매각했다. 올해 상반기 내 거래를 마무리하고 1,275억원을 확보해 파키스탄의 구제금융과 환율 변동성 리스크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의 유통 사업군은 지난해 4분기 15년 만에 자산재평가를 실시하며 재무 건전성 확보에 나섰다.

본사 사옥 매각시 5,000억원 확보 가능성
이번 매각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가장 끈 매물은 단연 롯데건설 본사 사옥이다. 서초구 잠원로14길 29에 소재한 이 건물은 잠원 롯데캐슬2차, 한신 휴플러스12차,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등 대형 아파트 단지에 둘러싸여 있다. 또한 인근 지하철 3호선과 신분당선이 교차하는 신사역이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에 부동산 업계는 본사 사옥이 향후 주거시설로 재개발될 경우 평가 가치를 크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핵심 매물 중 하나로 꼽았다.
1978년 준공된 본사 사옥은 롯데건설이 최초로 시공한 아파트인 설악아파트의 단지 내 상가로 지어졌다. 롯데건설은 1980년부터 45년째 본사 사옥으로 사용됐으며 지난 2004년 리모델링을 거쳐 내부는 현대적인 사무공간으로 개선했다. 초기에는 롯데햄, 롯데칠성 등 다른 계열사와 함께 사용했지만, 리모델링 이후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입주해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용지의 개발 원가, 사업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본사 사옥과 용지의 가치가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롯데건설은 경기 용인시와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물류창고, 서울 용산구 원효로 용지 등의 매각을 검토 중이다. 이와 함께 임대주택 리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CP3-2 오피스 일부 지분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자산을 모두 매각하면 롯데건설은 총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22년 이후 롯데건설은 재무 안정성 강화와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왔다”며 “이번 컨설팅을 통해 자산 효율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설업계 불황 속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
이 같은 자산 매각 움직임과 함께 롯데건설은 2022년 발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을 점진적으로 해소하며 점차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업계 상위 건설사 중 하나인 롯데건설은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0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수주 경쟁력을 높였다. 당시 롯데건설은 다수의 사업장에 신용보강을 제공하며 자금 조달을 지원했지만, 2022년 우발채무 규모가 6조8,000억원에 달하며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이에 롯데건설은 계열사의 대여·출자 지원과 함께 시중은행과 협력해 2조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PF 펀드를 조성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고 이를 통해 2023년 우발채무를 3조9,000억원까지 줄였다. 총차입금도 2022년 정점을 찍은 후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연도별 차입금을 보면 2021년 1조647억원에서 2022년 3조9,892억원으로 급증했으나, 2023년 2조9,088억원으로 줄었고 2024년 3분기 2조4,716억원까지 감소했다.
점진적인 개선 흐름에도 롯데건설이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최근 건설업계 불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견·중소 건설사들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업황 전반이 좋지 못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수익률을 개선해 유동성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롯데건설은 수익률은 다소 주춤하지만, 매출액을 늘리며 실적 반등을 꾀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기준 롯데건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2조275억원으로 누적 매출은 사상 최대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