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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거대 기업 시장 지배가 ‘다수의 가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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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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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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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거대 기업 시장 지배 ‘심각’
생산성 정체와 빈부 격차 확대로 이어져
강력한 경쟁 정책 도입 필요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40년간 미국 경제는 소수 기업의 시장 지배력 집중과 생산성의 정체, 빈부 격차의 확대를 목격해 왔다. 세 가지 현상의 배후에는 공통적으로 시장 경쟁의 쇠퇴가 자리 잡고 있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시장 가격을 올리고 임금은 낮추면서 혁신과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늘어난 기업 이윤은 높은 자산수익률로 연결되고 부자들에게 더 큰 부를 안겨준다. 하지만 대부분 임금 노동자들의 수입은 제자리에 머물러 소득 불평등이 확대된다. 기업들의 폭리와 불평등 심화를 바로잡기 위한 강력한 경쟁 정책이 절실하고 시급하다.

사진=CEPR

80년대 이후 미국 기업 이윤 폭 ‘30% 이상 증가’

경쟁과 성장, 부의 분배는 애덤 스미스(Adam Smith)와 카를 마르크스(Karl Marx) 시대부터 경제학의 주요 관심사였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슈퍼스타 기업’(superstar firms)으로 불리는 거대 기업들이 경제 성장과 분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쟁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초반 이후 2020년까지 기업들이 취하는 이윤 폭(markup, 시장 가격과 생산 비용 간 차이)은 20%에서 55%로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총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노동 및 자본을 제외한 효율성, 기술, 혁신 등에 의한 생산성)은 1960~80년 기간 연간 성장률 1.56%에서 이후 0.77%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거대 기업 시장 지배, 소득 불평등과 직결

시장 지배력의 집중은 소득 불평등과 직접 관련이 있다. 부유층들의 자산 소유 비중이 날로 증가하는 동안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물가상승률을 따라잡기도 버겁다. 소수 기업이 핵심 산업을 좌지우지할수록 노동자와 중소기업은 영향력을 잃고 경쟁과 성장에서 뒤처지게 된다.

기업 이윤, 생산성, 빈부 격차 추이(미국)
주: 기업 이윤(markups), 총요소생산성(TFP), 상위 10% 가구 자산 비율 및 지니 계수(좌부터)/출처=CEPR

불평등의 심화는 경제학자 토마스 피케티(Thomas Piketty)가 언급한 수익률 격차(return gap, 자산수익률과 경제성장률 간 차이)로 많은 부분 설명된다. 자산수익률이 성장률을 웃돌면 당연히 불평등이 심화한다. 이미 충분한 금융 자산을 보유한 부유층들의 재산은 급속히 늘어나지만, 대부분 임금 수입에 의존하는 저소득층의 소득은 기업들이 임금 상승률을 낮추고 가격을 올리는 동안 정체 상태에 머물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쟁 감소라는 요인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기름을 붓는 격이다. 진입장벽이 높아지면서 신규 진입자들이 줄면 기존 기업들은 가격을 더욱 인상해 수익을 늘릴 수 있다. 배부른 주주들이 기업에 혁신을 요구할 이유는 없다. 기업들이 효율을 개선하고 신기술 개발에 힘쓰는 경쟁 시장과 달리 독과점 시장의 지배자들은 혁신의 압력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정체되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 감소, 노동자 임금 줄이고 혁신 방해

경쟁 감소의 결과는 소비자 가격 인상과 빈부 격차로 끝나지 않고 노동자 임금의 전반적 하락으로도 이어진다. 이윤 폭(markup)이 커진다는 것은 기업이 벌어들이는 수입과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 간 격차도 늘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안이 없는 임금 노동자들의 협상력은 갈수록 줄어 임금은 정체되고 직업적 성장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높은 시장 집중도는 혁신을 방해한다. 건강한 경제는 기업들이 경쟁사들의 약진에 자극받고 이에 대응하며 더욱 성장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경쟁도 없는 시장 지배적 기업이 획기적인 연구개발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동기를 찾기는 어렵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지식 생산과 공유가 사라지면서 경제 성장은 더욱 정체된다.

강력한 반독점법과 경쟁 활성화 필요

이렇게 증가하는 수익률 격차(return gap)는 커지는 빈부 격차의 주요 원인이다. 부유한 가구일수록 재무적 불확실성이 적기 때문에 저축률도 높고 수익률 격차가 커질수록 훨씬 더 많은 부가 쌓인다. 생필품 사기도 바쁜 저소득층들이 장기적인 재무 계획을 세워 이들을 따라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 결과로 상위 1% 부자들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하는 동안 대다수인 하위 80%가 뒤처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거대 기업의 시장 지배는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상당한 복지 감소를 가져왔다. 상위 0.1%의 소비 증대 효과가 30%나 늘어난 것을 비롯 부자들이 현저한 수입 증가를 누리는 동안, 하위 80% 가구들은 장기 소비(long-term consumption, 장기간 소비할 수 있는 상품 및 서비스의 총량) 34% 하락에 해당하는 복지 감소를 받아들여야 했다.

정책 당국은 경쟁 감소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강력한 반독점법의 집행과 경쟁 정책만이 혁신을 되찾고 생산성을 증대하며 성장의 열매가 보다 공평하게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기업 이윤 폭을 바로 잡는 것은 공정한 시장 질서의 차원을 넘어 경제 성장과 부의 재분배 문제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원문의 저자는 지암마리오 임풀리티(Giammario Impullitti) 노팅엄 대학교(University Of Nottingham) 교수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The price of power: Why rising markups hurt innovation and widen inequality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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