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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호주 조선사 ‘오스탈’ 전략적 M&A 추진 “美 해군 공급망 진입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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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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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1.2조원, 美에 조선소 보유
2021년 인수 나섰지만 작년 무산
성공하면 美해군 관련 수주 탄력

한화그룹이 몸값 1조2,700억원(시가총액 기준) 규모 호주 조선·방위산업 업체인 오스탈 지분을 공개매수한다. 2021년부터 인수를 추진했지만, 오스탈 이사회의 거부로 막히자 전략적 인수합병(M&A)으로 방식을 바꾼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글로벌 조선∙방산 분야의 키플레이어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이 조선 산업에서 한국과의 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한화는 오스탈, 필리조선소 등을 앞세워 미국 군함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한화, 호주 오스탈社 지분 인수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의 호주 자회사인 ‘HAA №1 PTY LTD’는 전날 오스탈 지분 9.9%를 인수하기 위해 1억8,000만 호주달러(약 1,655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제시된 매입 가격은 주당 4.45달러로, 최근 종가 대비 16%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이번 인수는 뉴질랜드의 투자은행 겸 자산운용사인 자든파트너스(Jarden Partners Ltd)의 주식자본시장팀이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화시스템은 2,027억원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642억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HAA №1에 투입하겠다고 공시했다. 현재까지 HAA №1이 마련한 자금은 3,378억원으로, 모두 지분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유상증자 참여 목적을 “발행회사를 통해 호주 등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탈 시가총액은 13억9,100만 호주달러(약 1조2,700억원)으로, HAA №1의 자본금(3,378억원)이면 시장가로 지분 약 26.6%를 확보할 수 있다. 호주 상법상 해외 투자자가 지분 10%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선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한화그룹은 이번 공개매수로 지분 9.9%를 우선 확보한 뒤 FIRB 승인을 얻어 19.9% 이상의 지분을 매입할 계획이다. 계획대로 되면 타타랑벤처스(17.09%)와 창업자인 존 로스웰 일가(7.64%) 등을 제치고 최대주주에 올라선다.

인수 포기 6개월 만에 재추진

오스탈은 해군 함정과 고속 페리, 해상풍력 발전소, 석유·가스 플랫폼용 선박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호주 해군뿐 아니라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 건조해 납품하는 주요 방산업체기도 하다. 호주와 미국에서 선박을 제조하며 미국에서는 앨라배마 조선소에서 미 해군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화그룹이 오스탈 인수에 나선 건 2021년부터다. 지난해 4월 오스탈에 약 10억2,000만 호주달러(약 8,960억원)를 인수가로 제시했지만 같은 해 9월 최종 무산됐다. 당시 오스탈 이사회는 “한화가 호주와 미국 당국의 승인을 얻지 못할 것”이라며 인수 제안을 거절했다. “실사하려면 반환되지 않는 수수료 500만 달러를 미리 내야 한다”는 비합리적인 조건도 내걸었다. 또한 오스탈 이사회가 “미국 회사와 컨소시엄을 짜면 회사를 매각하겠다”는 등의 인수 조건을 내걸자 한화는 포기했다.

오스탈 미국 모빌 조선소 전경/사진=오스탈

미국 해군 전투함 수주 기대

한화가 공개매수 카드까지 꺼내며 오스탈 인수에 나선 것은 미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한화오션이 미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오스탈의 인수가 필수다. 미국은 존스법을 채택하고있기 때문이다.

존스법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 상업 운항 선박은 연안이건 내륙이건 간에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하고, 미국인에 의해 운항돼야 한다. 이 때문에 앞서 한화그룹은 한화오션과 한화시스을 통해 필리조선소를 인수해 북미 조선과 방산 시장에서 진출 거점도 확보한 상태지만, 단독으로 미국 함정 시장에 진출하기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오스탈은 2022년 이후 미국 해안경비대로부터 33억 달러(약 4조3,500억원) 규모의 해안경비함 건조공사를, 미국 해군으로부터는 1억5,600만 달러(약 2,060억원)짜리 선박 2척의 건조 주문을 받았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와 오스탈 조선소를 양축으로 미국 선박 발주를 흡수한다는 계획이다.

한화는 다가올 수주전을 위해 미 공화당 주요 인사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한화는 이달 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에드윈 퓰너 미국 해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 회장과 조지 P 부시 마이클베스트&프리드리히 로펌 파트너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퓰너 회장은 미국 공화당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헤리티지재단의 공동 설립자로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인수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앞서 이들은 2년 전 사외이사로 선임돼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을 도왔다. 한화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 해군 함정 정비·보수·유지(MRO) 사업에 진출해 연달아 2건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것도 퓰너 회장의 지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올해 미 해군 MRO 사업 5~6척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미 상선 및 군함 건조가 가능해지면 수주전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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