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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채권도 갚겠다" 공언한 홈플러스, 자금 어떻게 확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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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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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비판 직면한 홈플러스, ABSTB 등 상환 의사 드러내
재무 상황 악화하며 상환 여력 줄어, MBK 사재 출연도 결국 미봉책
부동산 자산으로 상환 꿈꾸는 홈플러스, 시장 반응은 '싸늘'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납품사 결제 대금 등 상거래채권은 물론, 일반인에게 판매한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등 금융채권까지 전액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곳곳에서 홈플러스의 금융채권 상환과 관련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하자, 부랴부랴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이다. 

홈플러스, '책임론'에 무릎 꿇었다

17일 홈플러스는 “증권사가 발행한 유동화증권 투자자들은 당사에 대한 직접적 채권자는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 책임은 당사에 있다”며 “해당 채권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금융채권은 상거래채권과 달리 기업회생 절차 진행 중 지급이 유예되지만, 시장을 넘어 정치권에서까지 ‘책임론’이 제기되자 자세를 낮춘 것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회생을 신청하기 직전인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의 기업어음(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5,949억원에 달했다. 이 중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된 규모가 2,075억원(676건)이고, 일반법인(기술·전자·해운업종 중소기업 등) 판매액은 3,327억원(192건)이다.

"돈 어디서 나서 갚나" 의구심 품는 시장

홈플러스가 금융채권 상환을 공언했음에도 시장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홈플러스가 상거래채권에 더해 6,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융채권까지 제대로 변제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홈플러스가 매달 정산해야 하는 상거래 채권 규모는 5,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매달 납품 대금으로 평균 3,000억~3,500억원이 지출되며, 임직원 월급으로 560억원가량이 투입된다. 임대 점주(테넌트)에 정산해 주는 매출액은 500억~700억원에 달하며, 여기에 수도·전기세 등 기타 비용도 필요하다.

악화할 대로 악화한 재무 상황도 변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은 -8,753억원이다. 순운전자본은 기업이 영업 활동을 지속하는 데 필요한 자금으로, 기업의 단기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순운전자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1년 안에 들어올 현금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많다는 뜻이다. 협력업체들이 정산 시점을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운전자본은 차후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홈플러스가 각종 상환 부담 속에서 허우적대는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측은 사재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지난 16일 MBK는 입장문을 통해 "홈플러스 회생과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이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 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구체적인 자금 출연 계획과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영업 중단을 막기 위해선 MBK가 최소 1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하며, 이마저도 '미봉책'에 불과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홈플러스 부동산 '과대평가'

향후 홈플러스는 MBK의 자금 지원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산 등을 앞세워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홈플러스의 채권자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홈플러스 점포 62개의 부동산 자산 감정가는 지난해 기준 4조8,000억원 수준이다.

지금껏 홈플러스는 매장을 매각 후 재임차(세일즈 앤드 리스백)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고, 임차료를 활용해 부동산 자산 감정가를 높였다. 홈플러스가 높은 임차료를 약속하면 홈플러스를 임차인으로 두는 부동산의 가치가 자연히 올랐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전문가는 “임차료가 높을수록 홈플러스 부동산 가치도 커지는 구조인 만큼, 펀드들도 부풀려진 임차료를 기반으로 감정가를 산정했다”며 “현재 알려져 있는 감정가도 홈플러스의 임차료를 전제로 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고, 실제 시장에 팔면 토지가 정도만 인정을 받아 메리츠가 매각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 상태라는 점 역시 홈플러스에 있어 악재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점포를 마트 용도로 팔기는 사실상 어렵고, 물류창고로는 팔 수 있겠지만 그쪽도 포화 상태”라며 “도심에 위치한 점포는 그래도 어떻게든 매각이 될 것 같지만, 지방은 용도를 찾기도 어렵고 큰돈을 주고 투자할 사람도 많지 않다”고 짚었다. 실제로 홈플러스 매장을 펀드의 기초자산으로 운용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유경PSG자산운용 등은 지난해 말 일부 점포 매각에 실패했으며, 이후 임시방편으로 펀드 만기를 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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