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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관세 부과 강행 가능성 10% 관세 부과 시 수익성 내기 어려워 강성 노동조합 문제도 경영에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GM 한국 사업장이 사실상 미국으로의 수출 기지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관세가 현실화하면 치명타를 받을 수 있어서다. 다만 이번 철수설에는 관세 부과와 같은 대외적 변수 외에도 ‘국내 제조업 환경 악화’라는 대내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상이다. 경직된 임금 체계로 인한 노동생산성 악화, 노사 갈등 심화를 비롯한 복합적인 요인 때문에 한국 철수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요지다.
GM 철수 악몽 시달리는 창원·부평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세를 25% 부과하겠다고 밝힌 이후,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관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공장 이전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미 수출 의존도가 95%에 육박하는 한국GM은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돼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GM의 지난해 전체 판매량 49만4,072대 가운데 국내 판매량은 5% 수준인 2만4,824대에 불과했다. 이는 한 달 평균 2,000여 대 수준으로,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 BMW보다 적다. 한국GM에서 만든 차량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 없이 미국으로 수출되는데, 고율 관세가 시행되면 GM 입장에선 굳이 한국에서 생산 공장을 돌릴 이유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한국GM 사업장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한국GM 창원공장의 한 직원은 “최근 한국GM 철수설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면서 수시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게 된다”며 “창원공장에는 군산공장 폐쇄 후 수개월간 실직 상태였다가 합류한 인력들이 있는데 과거 군산공장의 폐쇄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철수설에 예민하다”고 전했다. 부평공장 역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부평공장의 한 직원은 "드러내놓고 말할 수는 없어도 GM이 언제든 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이후 술자리 등에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직원이 많아졌다"고 했다.
창원공장은 2018년 군산공장 폐쇄 당시 동반 폐쇄 우려가 컸지만, 정부의 중재로 GM이 부평·창원 공장 두 곳만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간신히 존속한 상태다. 당시 창원공장은 2개 조립부를 하나로 통합하고 희망퇴직을 받는 등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GM은 2019년부터 창원공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2022년부터 트랙스 크로스오버 생산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에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하며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는 듯했지만,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과 맞물린 데다 전기차를 포함한 신규 생산 계획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낮은 생산성에 툭하면 파업, '파행적 노사관계'
한국GM 철수설이 다시 불거진 데는 한국의 임금 체계, 노동생산성 악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 저하에 주목하고 있다. 공익재단법인 일본생산성본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53.3달러)은 37개국 중 33위로 최하위권 수준을 기록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데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며 “무엇보다 성과와 무관하게 호봉제 중심의 경직된 임금 체계로 인한 생산 비효율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성 향상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성과·직무 중심의 연봉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한데 이 같은 제도가 여전히 미비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파견근로가 대부분 법적 제한 없이 활용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사용 사유와 기간 모두 엄격히 제한되는 점도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재계는 원도급·하도급 간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경쟁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를 불법 파견으로 간주해 협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강성 노동조합도 제조업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외국 기업 임원들이 늘 지적하는 한국의 노조 문제는 한국GM도 예외가 아니다. 앞서 카허 카젬 전 한국GM 사장은 한국 투자 방해 요인으로 '파행적인 노사관계'를 꼽으며 "노사 문제가 없는 중국에선 경영에 전념할 수 있어 전기차 혁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GM 납품업체 한 관계자는 "군산공장 폐쇄를 겪어본 입장에서 한국GM 노조의 행보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며 "외국계 회사가 철수 결정을 내린 뒤에는 막을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노조가 직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군산공장 폐쇄, 지역 경제 타격 "7년째 혹독한 겨울"
문제는 한국GM의 철수가 지역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2023년 한국GM의 매출액은 13조7,340억원, 영업이익은 1조3,506억원을 기록했으며, 인천 지역내총생산(GRDP) 117조원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부평공장에서만 9,00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사무직과 연구직, 협력사 직원 등을 포함하면 수십만 명의 고용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창원공장 역시 협력사를 제외하고 2,8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여기에 2·3차 등 전체 협력사 인력까지 포함하면 수만 명에 달한다.
업계에선 한국GM이 철수한다면 협력사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인천 부평구의 국가산업단지에 본사를 두고 있는 한 부품업체 관계자는 “부평국가산업단지에 수많은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매출의 70% 정도는 한국GM과 관련된 것”이라며 “한국GM이 철수하게 되면 이곳의 수많은 부품업체가 말라 죽을 것이고 주변 상권 역시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GM의 철수는 창원·부평뿐만 아니라 경남과 인천 전체 지역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2018년 2월 한국GM이 급작스럽게 군산공장 폐쇄를 결정한 이후 해당 공장에서 일하고 있던 1,800여 명의 근로자와 수많은 협력업체·근로자들이 큰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군산공장 근로자와 협력업체 직원 3,000여 명이 실직했고 군산시 전체 인구 중 25%가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는 기록도 있다. 공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가족, 협력업체, 인근 식당 등 자영업자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직간접적인 피해를 봤다.
한국GM 공장 폐쇄는 군산 지역 제조업 생산에도 영향을 줬다. 군산시가 제공한 데이터(2015년 기준년가격 기준)에 따르면 2017년 3조3,258억원이었던 군산시의 지역 내 제조업 생산액은 2018년 3조1,246억원, 2019년 2조8,776억원, 2020년 2조7,085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했고 2021년에도 3조532억원으로 공장 폐쇄 이전 숫자를 회복하지 못했다. 약 7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군산공장 폐쇄의 여파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박승규 국립군산대 금융부동산경제학과 교수는 "한국GM의 공장 철수는 단순히 근로자 몇천 명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관련 산업과 근로자들의 소비까지 군산 경제의 기틀이 되는 하나의 큰 기둥이 사라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