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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불확실성과 자동화가 이끈 ‘글로벌 공급망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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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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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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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공급망 축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시작
선진국-개도국 간 중간재 무역 감소와 병행
경제적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 발전이 선진국 ‘온쇼어링’ 촉진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세계 경제의 높은 개방성으로 상징되던 세계화(globalization)의 속도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속도 둔화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중간재 무역량의 감소와 함께 진행됐다. 또한 중간재 무역의 감소는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와 자동화 기술 발전에 따른 것으로 이 두 가지 요소가 글로벌 공급망을 변화시켰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사진=CEPR

금융 위기 이후 ‘브레이크’ 걸린 세계화

초세계화(hyper-globalisation) 시대로 불리는 1990~2008년 기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량 규모는 연간 1%P씩 증가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세계화의 속도는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는 2000~2007년 사이 연간 15%씩 성장해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개발도상국(이하 개도국)으로부터의 중간재 수입이 금융 위기 이후 성장을 멈춘 것과 시기를 같이 한다.

GDP 대비 무역량과 세계 불확실성 지수 추이
주: 연도(X축), GDP 대비 무역량 비중(검정, 좌측 Y축), 세계 불확실성 지수(적색, 표준편차, 우측 Y축)/출처=CEPR

높아진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 발전이 선진국 ‘온쇼어링’ 촉발

중간재 무역의 감소는 높아진 세계적 불확실성과도 시점이 일치한다. 2011~2016년 유럽 부채 위기(The European debt crisis), 2016년 브렉시트(Brexit),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발발과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은 국제 무역 관련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 그리고 선진국 기업들은 복잡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재검토하게 된다.

이와 동시에 자동화 기술의 약진은 기업들이 오프쇼어링(offshoring, 생산 기지 해외 이전)을 통한 해외 노동력을 자국 내 로봇으로 대체하는 길을 열어준다. 금융 위기 후 중앙은행들이 낮은 물가상승률에 대처하기 위해 취한 정책 방향도 자동화 설비 투자에 유리한 금융 환경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회사들이 생산을 해외 공장에서 국내 설비로 옮겨오는 일(온쇼어링, onshoring)이 충분히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과 자동화가 세계화의 속도를 늦춘 것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지만 효과의 양상은 복합적이다. 예를 들어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은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 중 어느 곳이 더 위험에 취약한지에 대한 기업들의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자동화 도입 관련 의사 결정도 생산성 향상과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중 어느 효과가 더 큰지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리스크 감수하느니 자체 설비 확충

2000~2014년 기간 18개 선진국과 17개 개도국, 19개 산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연구는 불확실성과 리쇼어링(reshoring, 온쇼어링과 동의어)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드러낸다. 간단히 말하면 불확실성의 증가는 자동화 설비 가동률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리쇼어링을 촉진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1 표준편차에 해당하는 불확실성이 개도국에서 일어나면 고도 자동화 산업의 자국 생산재 사용이 7%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리쇼어링을 선택한 회사들이 국내 공급업자를 활용하는 대신 생산 설비 내재화에 초점을 맞춘 것도 특기할 만한 점이다. 이는 불확실성 시기에 기업들이 공급망보다는 자체 관리를 우선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또한 새로운 공급업자와 관계를 설정하는 일 자체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자체 설비를 구축하는 것을 우선적인 대안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리쇼어링 열풍과 동일하게 나타났다. 높아진 리스크 회피 성향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 낮은 금리가 합쳐 로봇 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만든 것이다.

불확실성과 자동화 지속될수록 글로벌 공급망 축소는 ‘필연적’

이러한 리쇼어링 현상은 특정 국가나 산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분석에서 무역 대국인 미국과 독일을 제외해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고 심지어 자동차 산업을 빼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이론적 예측과 다르게, 높아진 불확실성이 공급망 다변화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새로운 공급자 관계를 설정하는 비용을 들이느니 자체 설비 통합을 추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불확실성과 자동화 기술은 세계화 속도를 늦추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불확실성의 증대는 저임금 국가로의 오프쇼어링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를 무의미하게 만들었고, 국내 자동화 설비를 이용하기 위한 리쇼어링을 촉진한 것이다.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관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얘기도 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움직임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당선 등의 지정학적 사건들보다 앞서 있어 세계화 속도의 둔화가 현재의 무역 갈등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도 말해 준다. 그보다는 기술 발전과 리스크 증대라는 구조적 변화가 글로벌 무역 양상을 바꿨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또한 자동화 기술이 발전하고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이상 글로벌 공급망 축소는 예견된 미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우스 파베르(Marius Faber) 스위스 국립은행(Swiss National Bank) 수석 이코노미스트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Global value chains in a world of uncertainty and automa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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