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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BYD, 의구심 깨고 순조로운 출발 '전기차 불모지' 일본서도 도요타 제쳐 "고객경험으로 구매 늘린다", 렌터카도 공략
현대차·기아와 테슬라가 양분해 왔던 한국 전기차 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 1위 전기차 업체 BYD(비야디)의 전기 승용차가 한국 시장에서 순조로운 출발을 알리면서다. BYD가 한국 진출을 저울질한다는 소식이 처음 들릴 때만 해도 ‘누가 중국 차를 사겠어’라는 시각이 지배적었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성공한다는 확신을 품고 한국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그 배경에는 상당한 인구수를 가진 화교와 중국계 자본이 장악한 렌터카 시장이 있다.
아토3, 일주일간 사전 계약 1,000대
25일 BYD코리아는 23일 기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ATTO3)의 사전 예약 건수가 1,000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BYD 승용 브랜드를 국내에 론칭하며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한 지 일주일 만이다.
한국 상륙에 대해 소문만 무성했던 BYD는 지난 16일 한국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인천 중구에 위치한 상상플랫폼에서 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한국 사업 전략 및 신차 출시 계획을 알렸다. 상용차가 아닌 중국 승용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고 진출을 선언한 것은 BYD가 사실상 처음이다.
첫 타자로 내세운 모델은 아토3다. BYD가 개발한 리튬·인산·철(LFP) 기반 블레이드 배터리가 적용됐다. 1회 충전 시 321km(복합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아토3의 상품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검증받았다. 유로 NCAP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은 아토3는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 지난해 100만 대 이상이 팔리기도 했다.
사전 계약의 99%는 상위 트림인 BYD 아토3 플러스를 선택했다. 아토3는 기본과 플러스 등 2가지 트림이 있는데, 가격은 각각 3,150만원, 3,330만원이다. 플러스 트림에는 통풍 시트, 공기 정화 시스템, 전동 테일게이트, 스웨덴 오디오 기술 브랜드 ‘디락’ 사운드 시스템 등의 편의 사양이 적용돼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 29%, 경기 34% 기타 지역이 37%로 각각 집계됐다.
중국 자본의 韓 렌터카 시장 장악과 화교의 존재
그간 한국에서는 중국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을 우려스럽게 보면서도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했다. 한국인들의 반중 정서가 어느 때보다 강한 데다, '하차감'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이 중국 차량을 구매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전기차 화재 등으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화재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중국산 배터리를 채용한 중국산 전기차가 한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란 견해도 있었다.
그럼에도 BYD 등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성공을 확신하고 들어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화교의 존재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화교 인구는 65만6,142명으로, 이 중 70% 가까이가 조선족이라고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인 인구까지 합칠 경우 현재 한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과 귀화 중국인은 1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작년 기준 연간 국내 수입차 시장이 26만 대 수준임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인구 수는 시장성이 충분하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 브랜드는 BMW로 7만3,754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한 비중은 28.2%였다. 100만 명의 화교 중 10%만 BYD 차량을 구매해도 10만 대로, 한국 수입차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렌터카 시장이다. 국내 렌터카 시장 비중은 전체 완성차 대비 6% 수준에 불과하나 렌터카 공급으로 소비자 경험을 확대하며 고객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중국산 브랜드 저항감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중국 기업의 한국 렌터카 시장 진출은 예견된 일이었다. 현재 국내 렌터카 시장은 이미 중국 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중국계 자본인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스파트너스는 지난해 8월 국내 렌터카 2위 SK렌터카 지분 100%를 8,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국내 렌터카 1위 롯데렌탈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파격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한 어피너티는 시세의 160%에 달하는 웃돈을 얹어 인수를 추진 중이다. 기업가치는 지분 100% 기준 2조8,000억원으로, 어피너티는 1조6,000억원을 들여 롯데렌탈의 지분 56.2%를 사들일 계획이다. 인수가 완료되면 한국의 렌터카 1, 2위 업체가 모두 중국계 자본에 넘어간다.
업계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과 함께 렌터카 업계도 전기차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어 중국산 전기차를 들이는 일은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롯데렌탈의 경우 현재 정확한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기차 숫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말엔 1만8,664대를 운영했는데 이는 2018년에 비해 363%나 증가한 수치다. 롯데렌탈이 오는 2030년까지 보유·임차 차량을 100% 전기·수소차로 전환하는 목표를 밝힌 만큼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기차 시장서 토요타 제쳐
게다가 BYD는 ‘수입차의 무덤’이라는 일본에서 이미 전기차만으로 토요타를 추월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전기 승용차는 5만9,736대로,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못 미쳐 주요 선진국 중 최저 수준이다. 이 가운데 닛산이 3만749대로 가장 많은 차량을 판매했고, 2위는 5,600대를 판매한 테슬라, 3위는 2,504대를 판매한 미쓰비시다. BYD는 전년보다 64% 늘어난 2,223대를 판매하면서 토요타(2,038대)를 제치고 4위에 올랐다.
2022년 처음 일본에 진출한 BYD는 초반에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으나 이후 세단 씰, 소형 전기차 돌핀 한정판 등을 출시하며 판매량을 확대했다. 닛산 등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 수입 전기차 1위인 미국 테슬라의 40% 수준까지 성장했다. BYD는 일본 시장 진출 초반 개인 고객보다 렌터카와 기업 등 법인 고객(B2B)을 중심으로 영업을 전개하며 장기전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내 업계도 BYD의 한국 상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진수 현대차그룹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연구실 실장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세미나에서 “로보락이 들어오면서 LG전자가 시장점유율을 많이 빼앗겼다는데, 자동차업계에서도 얼마든지 똑같은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며 “BYD가 보여주는 경쟁력을 생각하면 분명히 위기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