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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6일부터 영업신고 의무화 미신고 시 2026년 예약 중단 불법 숙소 이탈에 고시원 수요 증가 기대

에어비앤비가 오는 10월부터 국내 등록 숙소 전반에 대해 영업신고 의무화를 전면 시행한다. 지난해 7월 발표한 ‘미신고 숙소 퇴출’ 정책의 마지막 단계로, 신규 숙소에 이어 기존 등록 숙소에도 영업신고 의무화를 전면 시행하면서 무허가 숙소의 완전한 퇴출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영업 신고 미완료 시 2026년 1월 이후 예약 불가
19일 에어비앤비는 오는 10월 16일 오전 8시(한국시간)부터 기존 등록 숙소에도 영업신고 의무화를 전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점까지 영업신고 정보 및 영업신고증 제출을 완료하지 않은 숙소는 2026년 1월 1일 이후 숙박 예약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번 조치는 에어비앤비가 지난해 7월 발표한 영업신고 의무화 정책의 2단계에 해당한다. 1단계는 이미 지난해 10월 2일부터 시행돼 신규 등록 숙소에 대해서는 영업신고가 의무화된 상태다.
이제 기존 숙소까지 대상을 확대하면서 에어비앤비 플랫폼 내 모든 숙소가 영업신고 의무 대상이 된다. 다만 10월 16일 이후라도 영업신고를 완료하면 제출 시점부터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 예약 차단 시점을 내년 1월 1일로 설정한 것은 올해 4분기 인바운드 관광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 2개월 이내에 숙소를 예약하는 점을 고려해 연말 여행객들이 영향받지 않도록 시점을 조율했다는 설명이다.
불법 공유숙박 난맥상
에어비앤비가 영업신고 의무화에 나선 건 허가 받지 않은 업소들이 난립하면서 강남 등 시내 오피스텔들에서는 층간 소음과 쓰레기 배출 문제가 계속 불거졌고 마약이나 몰래카메라 등 범죄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공유숙박을 운영하려면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한옥체험업, 농어촌민박업 중 하나로 등록해야 한다. 서울·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외국인민박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그동안 신고를 하고 운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외국인민박업은 집주인이 실거주해야 하고, 손님은 외국인만 허용된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상업시설로, 운영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국내 숙박 플랫폼 야놀자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에 등록된 에어비앤비는 1만7,300개인데 외국인민박업 숙소는 2,295개밖에 안 된다. 에어비앤비 약 90%가 불법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미등록 숙소는 공중위생관리법에 의거해 최대 2,0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되지만, 단속이 어렵고 벌금도 에어비앤비 수입보다 적다 보니 미등록 숙소가 계속 생겨났다. 공유숙박업체 위홈에 의하면 서울 에어비앤비 숙소 1호실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2,300만원에 달한다. 홍대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직장인과 대학생들이 오피스텔 월세를 얻은 후 에어비앤비로 부수입을 올리는데, 한 달에 월세의 두 배 이상은 번다"고 말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한 수법도 다양하다. 일부 업자는 단속을 대비해 이용자와 '지인 집에 방문한 것'으로 말을 맞추고 일정 사례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숙박업에 대해 잘 모르는 투숙객은 업자의 안내에 따라 공범이 되는 셈이다. 텔레그램 같은 별도 메신저로 투숙객과 소통하는 등 해외 수법도 국내에 들어와 암암리에 악용되고 있다.

'고시촌' 공시생 빈자리 외국인이 채워
다만 에어비앤비는 이번 정책이 숙소 운영의 합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국내 제도의 복잡성과 숙박업 진입장벽에 대해선 우려를 표했다. 현행 국내 숙박업 제도는 27개 업종으로 쪼개져 있는 데다, 건축물 연한 제한 등 각종 조건도 까다로워 미신고 숙소의 이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K팝, 드라마 등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수요 증가로 외래 관광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공유숙박 공급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선 에어비앤비 숙박시설로 쓰인 홍대, 합정, 강남 일대 오피스텔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대신 생활형숙박시설 등 다른 숙박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장·단기 투숙 장소로 많이 선택하고 있는 고시원의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고시촌’이라 불리는 노량진1동·대학동의 등록 외국인 수는 지난해 4,544명으로 8년 전인 2017년(1,429명)의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그동안 고시촌은 고시·공시생들의 메카였지만 다른 서울 도심보다 집값이나 식사 비용 등이 저렴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라진 공시생들 빈자리를 외국인 관광객과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다.
변화를 체감한 고시원들도 ‘1박·2박도 가능하다’고 광고하면서 적극적으로 외국인 여행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하루 자는 데 1만원대로 다른 지역 모텔이나 게스트 하우스보다도 저렴하다. 김치와 나물 등 기본 반찬과 밥 등 조식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이 지역 한 고시원 운영자는 “한 러시아인 사업가는 반년 사이 한국에 출장 와서 다섯 번이나 우리 고시원에서 자고 갔다”고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외국인들이 고시원을 한국 발음 그대로 ‘goshiwon’이라 부르며 ‘깨끗한 고시원’, ‘고시원 생활 팁’ 등을 공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