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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소셜미디어가 키운 이념의 극단, 해법은 정확성의 재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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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months 4 weeks
Real name
송혜리
Position
연구원
Bio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수정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극단적 견해 확산 구조
정확성을 사회적 기준으로 세우는 전환 필요
주목 경쟁에서 신뢰 기반의 정보 확산 체계 마련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진보와 보수가 소비하는 뉴스의 이념적 간격은 뉴욕타임스와 폭스뉴스 기사 간 논조 차이보다 약 1.5배 넓다. 중도 성향의 기사가 다수를 차지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의 피드에 퍼지는 것은 자극적이고 대립적인 내용이라는 뜻이다.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이용자의 반응을 학습하며,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극단적 견해를 반복적으로 노출한다.

이 같은 흐름은 전통 언론에서도 나타난다. 전국 언론에 대한 신뢰도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시청자들은 강한 논조의 채널로 몰리고 있다. 중도적 매체는 설 자리를 잃었고, 자극의 경쟁이 뉴스 시장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의 조정이 아니라 문화의 전환이다. 정확성을 정보 생태계의 기준으로 세우고, 사실에 근거한 콘텐츠가 신뢰와 주목을 얻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사진=ChatGPT

양극화, 설계된 구조의 산물

문제의 핵심은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 참여 기반의 노출 순위와 광고 중심의 주목 경쟁은 감정적이거나 정체성을 자극하는 게시물에 더 많은 보상을 준다. 최근 X(구 트위터)에 대한 무작위 감사에서도 알고리즘 추천이 이용자 성향을 넘어 타 집단에 대한 적대감과 자극적 언어를 강화한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이용자들은 이러한 게시물을 본 뒤 오히려 불쾌감을 느꼈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그렇게 설계된 구조다. 이런 체계가 유지되는 한 양극화는 심화될 수밖에 없다.

뉴스 생산 방식도 달라졌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TV 뉴스를 분석한 결과, 케이블 채널은 지상파 뉴스와의 간극이 꾸준히 벌어졌다. 이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논조 차이를 넘어 주제 선택과 언어 사용에서도 뚜렷한 분화를 보였다. 결국 뉴스는 점점 더 ‘청중 맞춤형’으로 변했고, 이는 이용자의 취향을 학습해 콘텐츠를 조정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구조와 닮아 있다.

시청 행태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2025년 8월 기준 폭스뉴스의 주요 시간대 시청자는 약 230만 명으로, 같은 기간 CNN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 이를 단순한 정치 성향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시장은 점점 더 ‘선명한 구도’와 ‘강한 메시지’에 반응하고 있다.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농림수산상은 “기후변화에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응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었지만, 주목이 힘으로 작동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 사례다. 온라인에서도 같은 원리가 작동한다. 소셜미디어 양극화는 바로 그 단순한 논리 위에 서 있다.

2019년 미국 뉴스 기사 편향 분포
주: 편향 지수(X축), 기사 비중(Y축)/민주당 성향 –2.5, 공화당 성향 +2.5

중립이 아닌 정확성에 초점을

플랫폼의 탈 극단화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알고리즘 구조를 직접 바꿀 수 없는 이상, 사회가 해야 할 일은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핵심은 어떤 콘텐츠가 더 멀리 퍼지느냐가 아니라, 어떤 콘텐츠가 신뢰를 얻느냐다.

이를 위한 현실적 접근도 가능하다. 정보 왜곡의 방식을 미리 보여주는 짧은 영상 실험에서 이용자들은 이후 허위 정보를 더 잘 식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유럽과 독일 등에서 구글 ‘지그소(Jigsaw)’ 프로그램을 통해 확산된 이 방식은 비용이 적고 대규모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

또한 게시 전 단계에서 이용자에게 정보의 진위를 고려하도록 유도하는 문구를 제시하면 거짓 기사 공유율이 낮아지고 게시물의 품질이 개선된다는 연구도 있다. 검열이나 제재 없이도 이용자가 스스로 판단 기준을 바꾸는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여러 출처를 열어보고 다른 정보를 비교·검증하는 습관도 중요하다. ‘시민 온라인 추론(Civic Online Reasoning)’ 프로그램은 이러한 방식을 교육과 사회적 실천으로 확산시킨 사례다. 시각적 그래픽이나 과학 용어가 그럴듯해 보여도 근거와 출처를 직접 확인하면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다.

기사 성향에 따른 페이스북 확산 가능성(단위: 건, %)
주: 편향 지수(X축), 기사 수(왼쪽 Y축), 페이스북 100 이상 공유된 비율(오른쪽 Y축)

제도와 플랫폼의 협력

정확성을 사회의 공통 규범으로 세우기 위해서는 제도와 플랫폼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과 영국의 온라인 안전 규제는 대형 플랫폼에 위험 평가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의무화했다. 이러한 제도는 연구 기관과 시민단체가 데이터 접근권을 확보하고, 플랫폼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선거처럼 정보 신뢰가 특히 중요한 시기에는 ‘정확성 확인 기능’을 전 이용자에게 확대 적용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정확성은 접근의 형평성과도 연결된다. 전통 언론이 충분히 다루지 못한 젊은 세대나 소수 집단일수록 SNS를 통해 뉴스를 소비한다. 이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려면, 언어와 문화적 맥락을 반영한 맞춤형 전달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뢰의 기준이 사회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

정확성 강화를 정치적 개입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전 예방과 정확성 유도, 출처 검증은 특정 이념이 아닌 보편적 기준에 기반한다. 특정 사안에 개입이 필요할 때는 근거와 절차를 공개하고, 정정이나 이의 제기 경로를 명확히 하는 것이 신뢰를 지키는 방법이다.

정확성은 지역에서도 확산될 수 있다. 학교, 언론, 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검증 데스크’를 운영해 지역에서 유포되는 허위 정보를 신속히 확인하고 그 결과를 시각 자료로 공유하는 방식이다. 이는 허위 정보를 일일이 막는 것이 아니라, 정확성을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빠른 확산보다 신뢰의 속도

정치 콘텐츠는 강한 분노와 감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켜 주목을 얻지만, 그만큼 정서적 피로와 만족감 저하를 초래한다. 정보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속도를 늦추는 습관이 필요하다. 공유하기 전에 잠시 멈추고, 비정치적 주제로 시선을 돌리며,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한 번 더 확인하는 일이다. 이런 단순한 행동이 쌓이면 알고리즘이 학습하는 방향도 달라진다.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실험과 데이터를 정책 논의에 반영하는 일도 중요하다. 유럽연합과 영국은 이미 플랫폼의 위험 평가와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교육기관이나 연구단체가 축적한 정확성 유도 효과, 이용자 반응, 투명성 활용 결과 등은 균형 잡힌 제도 설계에 기여할 수 있다.

플랫폼은 앞으로도 ‘재미있고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보낼 것이다. 이를 비난하기보다 신뢰를 잃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명확한 구조와 사람 중심의 서사가 결합될 때 진실은 경쟁력 있는 형태로 전달된다. 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주목의 논리를 바꾸는 일이다.

정확성이 균형을 대신할 때

양극화는 단순히 중립을 요구한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확성을 가르치고, 측정하고, 설계하는 일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돋보이는 환경을 만들고, 검증 가능한 근거와 투명한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이 책임은 특정 기관에만 있지 않다. 언론과 플랫폼, 정책과 시민이 함께 참여해 정보의 신뢰 기준을 세워야 한다. 공공 영역에서는 검증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민간 부문에서는 신뢰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온라인 공간 또한 논쟁의 장이 아니라, 사전 예방과 검증, 근거 있는 공유가 이루어지는 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방향은 이상론이 아니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다. 플랫폼이 여전히 주목을 좇는다면, 사회는 그 반대편에서 정확성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 담론을 지탱하는 가장 정밀한 방법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Schools vs. Social Media Polarization: Make Accuracy the Product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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