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노스가 돌아온다" 삼성전자, 퀄컴 AP 독주에 본격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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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에 엑시노스 2600 탑재 성능·수율 대폭 개선, 퀄컴 AP 독주 체제 흔들리나 2나노 경쟁력 갖춰가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삼성전자가 내년 초 공개할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6 시리즈에 자사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2600'을 탑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기술적 도전 끝에 엑시노스 2600의 성능과 수율이 대폭 개선되자, 퀄컴의 AP 독주 체제를 막기 위한 행보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자리 되찾은 엑시노스 2600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 중 기본형과 슬림 모델에는 엑시노스 2600을, 최상위 울트라 모델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 2세대를 탑재할 예정이다. 모델별로 탑재 AP를 차별화한 것이다. 지역별 공급 전략도 과거 체제로 부활한다. 한국과 유럽향 제품에는 주로 엑시노스를, 북미향에는 퀄컴 칩을 적용하는 식이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 복귀를 추진한 배경에는 기술적 자신감이 있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제작되는 첫 플래그십 칩으로,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성능이 전작보다 크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최근 공개된 벤치마크 점수를 살펴보면 엑시노스 2600은 긱벤치 6에서 싱글코어 3,309점, 멀티코어 1만1,256점을 기록했다. 이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탑재된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싱글코어 2,900점, 멀티코어 9,300점)보다 각각 14%, 21% 높은 수치다.
2나노 AP 생산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던 수율 문제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 파운드리는 연초까지만 해도 30%에 그쳤던 2나노 공정 수율을 현재 5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연말까지 목표치인 수율 70% 달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퀄컴에 의존하는 시대 끝나나
시장에서는 이번 엑시노스의 복귀가 단순한 제품 구성의 변화를 넘어 삼성 반도체 전체 사업의 위상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엑시노스 2600이 퀄컴 스냅드래곤 최신 칩과 대등한 성능을 입증할 경우, 삼성전자는 시스템LSI와 파운드리의 신뢰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글로벌 반도체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이번 복귀가 퀄컴 독점 체제를 흔드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최근 대부분의 삼성 플래그십 스마트폰에는 퀄컴 칩만이 탑재됐다. 이에 퀄컴은 지난달 열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 스마트폰 내 칩셋 점유율의 새 기준선을 75%로 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엑시노스 2600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경우, 퀄컴의 독점 구조가 무너지며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에 지각변동이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도 호재다. 퀄컴이 AP를 수주하는 TSMC의 파운드리 공정 단가가 지속적으로 인상되면서 퀄컴 칩 가격 역시 전 세대 대비 크게 상승한 탓이다. 엑시노스 2600을 통해 수직계열화에 성공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 기회
파운드리 사업부에도 엑시노스의 재투입은 희소식이다. 엑시노스 2600 생산을 통해 2나노 공정 성장세에 힘을 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 2세대 2나노(SF2P) 공정의 시장 존재감은 눈에 띄게 확대된 상태다. SF2P 공정을 채택하는 기업들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며 본격적인 개발 및 수율 향상의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SF2P는 삼성전자가 내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차세대 공정이다. 1세대 2나노(SF2) 공정 대비 성능은 12% 향상됐으며, 소비 전력은 25%, 면적은 8%가량 줄일 수 있다.
SF2P의 핵심 고객사로는 테슬라가 꼽힌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7월 테슬라와 22조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테슬라의 차세대 FSD(Full Self-Driving), 로봇, 데이터센터 등 사업 전반에 활용할 수 있는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AI6'를 SF2P 공정을 활용해 양산하는 것이 계약의 핵심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국내 파운드리 및 패키징 설비를 통해 AI6 칩의 초도 샘플 제작을 진행 중이며, 이후 테일러시에 구축 중인 신규 파운드리 팹에서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AI 반도체 사업 확대를 노리는 국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들도 SF2P 공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 중순 딥엑스는 삼성 파운드리 및 DSP(디자인솔루션파트너)인 가온칩스와 협력해 차세대 생성형 AI 반도체인 'DX-M2'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DX-M2는 SF2P 공정을 기반으로 하며, 내년 상반기 시제품 생산 격인 MPW(멀티프로젝트웨이퍼)를 거쳐 2027년 양산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삼성전자가 에이디테크놀로지, Arm, 리벨리온과 협력 개발하기로 한 차세대 AI 컴퓨팅 칩렛 플랫폼도 SF2P 공정을 채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