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원 사재 출연" 상생 지원 나선 백종원, 이미지 회복 위한 '경영인'의 행보
입력
수정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가맹점주 지원 위해 사재 출연 '연돈볼카츠 사태'로 무너진 이미지 회복 나섰나 백 대표, 유명세 내려놓고 '경영인'으로 돌아와야 한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개인이 가진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재를 출연한다. 지난해 논란이 된 연돈볼카츠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상생 지원에 나서는 양상이다.
백종원, 자사 상생위원회에 사재 출연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백종원 대표가 이끄는 더본코리아는 최근 최대주주 등의 주식보유변동 현황을 공시했다. 공시에는 백 대표가 92만337주의 개인 주식을 담보로 담보대출 20억원과 한도대출 100억원, 총 120억원 규모의 대출 약정을 체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도대출은 필요할 때마다 100억원 한도 내에서 필요 자금을 꺼내 쓰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공시된 120억원 중 100억원의 한도대출 약정 금액은 백 대표의 사재 출연 자금”이라며 “(대출액은) 지난 6월 30일 발족한 상생위원회 운영 및 안건 실행 비용 등에 순차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본코리아 상생위원회는 본사와 가맹점 간 실질적인 상생 구조를 제도화하기 위해 출범한 공식 협의체로, 본사 임원과 각 브랜드 가맹점 대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다. 그간 상생위를 통해 배달 매출 수수료 50% 감면, 월세 카드 결제 서비스 도입, 전문화된 마케팅 지원 등의 안건이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백 대표의 사재 출연이 고객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점주와 상생하기 위한 조치라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백 대표의 사재 출연 금액 100억원은 지난해 더본코리아 연결 기준 영업이익(360억원)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라며 “백 대표는 점주와의 실질적인 상생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여론을 전환하기 위해 적지 않은 사재를 내놓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빗발치는 프랜차이즈-가맹점주 갈등
현재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는 산하 브랜드 가맹점주들과의 갈등으로 인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된 상태다. 앞서 더본코리아 가맹 브랜드 중 하나인 연돈볼카츠 점주들은 지난해 6월 더본코리아를 가맹사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바 있다. 계약 당시 본사 측이 월 매출 3,000만원, 수익률 20~25%를 보장했지만, 실제 매출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더본코리아 측은 구체적 매출과 수익률을 약속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으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형성된 부정적 여론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가맹점주들과의 분쟁으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프랜차이즈 기업은 더본코리아 외에도 다수 존재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피자헛 가맹점주 94명을 시작으로 롯데슈퍼·롯데프레시(110명), BHC(327명), 배스킨라빈스(417명), 투썸플레이스(273명), 맘스터치(221명), 버거킹(60명), 명륜진사갈비(17명) 등 현재까지 총 17개 브랜드에서 총 2,491명의 가맹점주들이 차액가맹금 관련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맹금이란 가입비와 교육비, 보증금, 인테리어 비용, 최초 공급 상품 비용, 기타 정기적·비정기적 대가(상표 사용료, 광고 분담금, 물품 대금의 유통 이익 등)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개중 물품 대금의 유통 이익, 즉 가맹점 사업자가 가맹본부로부터 공급받는 상품·원재료·부재료·정착물·설비 및 원자재의 가격 또는 부동산 임차료에 대해 가맹본부에 지급하는 대가 중 적정한 도매가격을 넘는 대가를 차액가맹금이라고 칭한다. 가맹점주들은 수년 전부터 차액가맹금의 수취가 가맹본부의 대표적인 갑질 행위라고 주장, 가맹본부를 상대로 속속 차액가맹금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해 왔다.

경영인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가맹점 리스크 해소에 사활을 거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더본코리아 측이 본격적으로 '백종원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장 전문가는 "백 대표가 '조직 쇄신'을 외치며 방송 활동을 중단하지 않았나"라며 "친근한 방송인의 이미지를 벗고 경영인의 자리로 돌아가겠다는 것인데, 올바른 방향성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기업 대표의 유명세는 초기 기반을 다질 때는 유용할지도 모르나, 결국은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며 "백 대표는 지금처럼 상생 등에 자금을 투입해 부정적 존재감을 지우고, 향후 자신이 아닌 '더본코리아'라는 이름 자체를 회사의 얼굴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영자가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사생활 노출을 자제하는 풍경은 재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례로 재계의 대표적인 SNS(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로 꼽히던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경우, 지난해 회장 승진 인사 발표 후 20일 만에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대거 정리했다. 승진 이전까지 그는 84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리며 대외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해 왔다. 이를 두고 탈권위적이며 소탈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보내는 이들도 존재했으나, 일부 소비자들은 그의 거침없는 언사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정 회장은 대선을 앞둔 지난 2021년 말부터 이듬해 초까지 '공산당이 싫다', '멸공' 등을 언급한 게시물을 게재하며 정치적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시장은 정 회장이 인플루언서의 이미지를 벗고 '경영인'으로 되돌아갔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정 회장의 SNS 활동 최소화는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고 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사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회장으로 승진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갖춘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