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 한계도, 논란도 없다” 콘텐츠 시장 흔드는 AI 인플루언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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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과 기업 브랜드에 성공의 기회 광고 시장에 진입해 고수익 창출 연관 산업 가치 2,500억 달러 전망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상 인플루언서’가 전 세계 소셜미디어(SNS)와 마케팅업계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AI 인플루언서들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기업들의 광고 속 주인공 자리까지 꿰찬 모습이다.
기술 진보가 이끄는 완벽한 AI 모델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AI 인플루언서의 부상’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AI 제작 도구가 빠르게 생성하는 가상의 인격체와 인간 유명인들을 복제한 ‘디지털 트윈’이 쏟아지면서 AI 인플루언서 연관 산업 가치가 2,500억 달러(약 350조원)에 이르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AI 인플루언서 '미아 젤루(Mia Zelu)'는 현재 인스타그램에 15만 명 이상 팔로워를 확보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FT는 AI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기업 브랜드가 이전보다 저렴하게 즉각적인 마케팅에 나설 수 있고 유명인이 잘못된 언행으로 스캔들을 일으킬 가능성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어 선호하고 있다고 조명했다.
실제 미국 미디어 스타트업 신세시아는 “(기술의 진보로) 예산이 넉넉하지 않던 소규모 브랜드도 보다 세련되고 스튜디오 품질의 AI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AI 인플루언서는 위대한 균형자”라고 평가했다. 세계적 의류 브랜드인 H&M은 올해 처음으로 인간 모델의 동의를 얻은 디지털 트윈 모델을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디지털 복제 모델을 SNS 기반으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휴고 보스도 5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상 인플루언서 ‘임마’와 협업했다.

삼성 가상 인플루언서 샘, 갤럭시 홍보 수단으로 활약
삼성전자도 2022년 3월 국내에 상표권을 등록한 자사 가상 인플루언서 샘(SAM)을 활용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주요 음악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주제곡 '심플, 아씨'를 공개했는데, 이는 젊은 청중들 사이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곡은 새로운 갤럭시 S시리즈에 통합된 갤럭시 AI, 사진 지원, 실시간 번역, 그리고 구글로 서클 검색 기능을 강조한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심플, 아씨의 독특한 안무를 SNS에 공개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의 SNS에 관련 영상을 게재함으로써 브랜드 활성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활동은 대표 숏폼 영상 플랫폼인 틱톡이 북미와 유럽 등 전 세계 MZ세대에게 일종의 밈으로 소비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샘은 브라질 그래픽 스튜디오 라이트팜과 제일기획이 협업해 만든 여성 AI 가상 인플루언서로, '삼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본래 샘은 브라질 법인에서 코로나19 확산 당시 온라인으로 무선사업부 판매 가이드 교육 용도로만 활용됐으나, 국내외 SNS 사용자들에게 존재가 알려지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아서 웡(Arthur Wong) 삼성전자 중남미 법인마케팅 이사는 "삼성은 젊은 세대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원한다"며 "디지털 및 물리적 장벽을 뛰어넘는 동시에 대상 고객에게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동시 여러 플랫폼 활용 가능
이처럼 AI 인플루언서 시대가 부상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콘텐츠 시장 자체가 몇 년 안에 급격하게 바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AI 인플루언서의 가장 큰 장점은 24시간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 인플루언서는 육체적 한계로 인해 장시간 활동이 어렵지만 AI 인플루언서는 쉬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이는 더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팬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AI 인플루언서는 동시에 여러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으며 더 넓은 글로벌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도 크다.
이에 AI 기반 가상 캐릭터 제작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헤데라(Hedra)는 사용자가 대사와 특성을 설정하면 5분 길이의 영상을 생성하는 AI 모델 ‘캐릭터-3’ 모델을 개발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클 링겔바흐 헤데라 최고경영자(CEO)는 “완전 자동화된 캐릭터를 만드는 기술을 연구 중이며, 이는 AI 인플루언서에 최적화된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도 영상 생성 AI 모델 비오3(Veo 3)를 발표하면서 음성까지 포함된 가상 캐릭터 제작이 가능해졌다.
스페인에서는 아예 ‘디지털 휴먼’이 가상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며 급속히 확산 중이다. 바르셀로나 출신 25세 여성 AI 인플루언서 아이타나(Aitana)는 월 1,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며, 인간 없이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타나를 만든 건 스페인의 모델 에이전시 더 클루리스(The Clueless)의 설립자이자 디자이너 루벤 크루즈로,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한 여러 광고 프로젝트들이 어려움에 빠지자 사람 대신 활동할 가상인간을 만들어냈다는 설명이다. 크루즈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많은 문제들로 인해 프로젝트들이 보류되고 있거나 취소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종종 그것은 디자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델과 인플루언서의 문제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