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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디 모드를 통한 단계별 학습 보조 기능 구현 유료 기반 서비스 구조에 따른 교육 형평성 논란 학습 격차 심화 및 학업 윤리 혼선 우려도

오픈AI가 챗GPT에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는 '스터디 모드(Study Mode)' 기능을 도입하면서 인공지능(AI)의 교육 활용을 둘러싼 논의가 또다시 불붙고 있다. 오픈AI 측은 스터디 모드가 보다 정교하고 개인화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학습 효율성과 혁신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기술이 학습 격차를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가정교사처럼 단계별 학습 지원
29일(현지시간) 오픈AI에 따르면 이날부터 유료 이용자를 포함해 챗GPT 플러스와 프로, 팀 등 구독자는 해당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대학 등 학습 기관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AI 플랫폼인 '챗GPT 에듀'에서도 몇 주 내로 제공될 예정이다. 오픈AI는 스터디 모드가 정답 제공은 물론, 문제를 단계별로 풀어가며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 새로운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 측은 "챗GPT가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학습 도구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며 "학생들은 어려운 숙제 풀기, 시험 준비, 새로운 개념 탐구 등을 할 때 챗GPT를 찾는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 'AI가 실제 학습을 도와주는가' 또는 '학습자의 이해를 돕지 않고 단순히 답만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와 같은 중요한 의문이 제기됐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터디 모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실제 스터디 모드는 기존 챗GPT와 동일한 대형 언어모델 구조 위에서 작동하지만, 학생 사용자들의 피드백과 학습 특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하게 조정됐다. 그 결과 개념 설명, 학습 세션 시뮬레이션, 표준 학술 포맷 기반의 구조화된 응답에 있어 기존 모델 대비 월등한 성능을 보였다. 실제 사용 사례에서도 사용자가 물리학 공식 풀이를 요청하거나 정치 이론의 핵심 논점을 묻는 경우, 기존 챗GPT보다 명확하고 관련성 높은 답변을 조직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단순한 디지털 도구를 넘어 개인 튜터에 가까운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접근성에 따른 형평성 논란
문제는 이용 요금이다. 스터디 모드는 유료 구독 사용자만 이용할 수 있으며, 캘린더 연동 학습 계획, 개인 맞춤형 복습 추적 등 고급 기능은 더 높은 요금제에서만 제공된다. 사설 과외보다는 저렴하지만, 이미 학비와 생계 부담에 시달리는 학생들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는 배경이다.
스터디 모드 도입은 교육계에서도 격렬한 논의를 촉발시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온라인 검색, 동영상 강의, 플래시카드 앱의 연장선상에서 AI 도구 역시 학습 진화의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진화가 동일한 출발선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술 기반 격차’의 새로운 층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미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도 유료 기능 이용 여부에 따른 학업 성과의 차별 가능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월 200달러(약 28만원)에 달하는 챗GPT 프로 등 프리미엄 기능 이용자는 단순한 반응 속도 차이를 넘어 정교한 분석, 요점 중심 정리, 독해 보조 도구 등 실질적인 학습 우위를 확보하게 되는데, 이는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서 명확한 성과 격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스터디 모드의 초기 사용 추이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생들이 고가 요금제에 더 많이 접근하고 있으며, 기술 인프라와 파트너십이 구축된 상위권 대학에서는 이 기능을 학생들에게 직접 제공하거나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재정이 열악한 학교의 학생들은 디지털 리소스 자체가 부족하거나, AI 사용 정책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는 형국이다.
기술의 진보인가, 기회의 비대칭인가
이렇다 보니 일부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가 향후 더 뚜렷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AI가 학습 보조 수준을 넘어 학업 수행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게 될 경우, 그 기능의 발전이 민간 사업자 주도로만 이뤄진다면 교육의 기회는 다시금 비용 지불 능력에 따라 나뉘게 된다는 것이다.
오픈AI는 스터디 모드 도입 목적이 학습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에 있으며, 교육기관 및 교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안전하고 유익한 학습 환경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터디 모드의 가격 체계와 서비스 구조는 교육용 AI조차 이제는 상업적 논리에 따라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스터디 모드는 학업 윤리와 관련된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교수진 사이에서는 AI 활용과 표절 간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둘러싼 혼선이 존재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선 새로운 학업 윤리 강령 도입을 제안하는 한편, 실효성 없는 규제는 오히려 통제 불능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결국 학생 개개인의 자율적 통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이 같은 현실은 복잡해진 학습 생태계에 또 다른 부담을 안기는 형세다.
스터디 모드의 등장은 단순한 기능 개선이 아니라 학습 정보의 접근 방식, 교육기관의 기술 대응 역량, 나아가 AI가 학습 구조를 어떻게 재편하는가에 대한 거시적 변화를 상징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일부에게만 열려 있다면, 이는 결국 교육의 해법이 아닌 또 하나의 장벽으로 기능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