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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 제작 충실한 K팝 재현에 한국 문화 녹여 전 세계 1위 찍자 "한국이 또 도둑질" 中 난리

K팝은 물론 한국 전통문화까지 매력적으로 녹여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인기가 심상치 않다. 이로 인해 일부 중국 누리꾼의 질투 어린 반응이 이어지거나 작품에 등장하는 무대를 연상시키는 K팝 스타들의 공연이 재조명되는 등 인기 후폭풍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미국서 만든 '케이팝 데몬 헌터스' 돌풍
26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청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25일 기준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시청 1위를 유지했다. 시청점수는 807점으로, 전날보다 살짝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은 스코어다. 지난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세계에 처음 공개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과 오컬트 액션을 결합한 애니메이션이자 미국 작품이다.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등을 만든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을 맡았고, 한국계 캐나다 감독 매기 강과 크리스 애플한스가 공동연출하는 등 한국계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작품은 공개 직후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1위에 등극하며 K팝을 향한 세계적인 관심도를 입증했다. 공개 하루만인 지난 21일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프랑스, 독일 등 2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고, 공개 후 3일째인 23일에는 31개국 글로벌 1위로 도약, 24일엔 41개국 1위까지 시청 열기가 치솟았다.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 등 한국 문화에 익숙한 아시아권뿐만 아니라 미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북미와 유럽에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스타 루미, 미라, 조이로 구성된 인기 걸그룹이 무대 밖에서는 악마를 사냥하는 비밀스러운 영웅 데몬 헌터스로 활약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액션 판타지 애니메이션이다. 새롭게 등장한 보이그룹이 사실은 악마 집단이라는 충격적인 설정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설정만 보면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뻔한 것들을 뻔하지 않게 만드는 디테일과 3인조 여성 주인공의 매력, 촌스럽지 않은 유머 감각과 K팝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시각적 즐거움이 1시간 40분 러닝타임을 순삭한다는 평가다.
특히 무대 위에선 카리스마 넘치지만 무대를 내려가면 촌스러운 파자마를 입고 김밥과 라면, 순대에 열광하는 등 브이로그를 보는 듯한 스타들의 모습, 김밥과 떡볶이가 담긴 한국 분식집 특유의 초록색 접시, 남산 서울타워부터 낙산공원 성곽길까지 아름답게 펼쳐지는 서울의 풍경, 전통 그림 호작도에서 따온 듯한 사랑스러운 호랑이 전령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K컬처의 다양한 표정이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다.
작품 내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스가 부르는 음악은 빅뱅과 블랙핑크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낸 프로듀서이나 더블랙레이블의 대표인 테디가 총지휘했다. 헌트릭스의 노래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가수인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불렀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정연, 지효, 채영은 사운드트랙의 첫 싱글인 ‘테이크다운(Takedown)’을 불렀고, 영화에는 듀스의 ‘나를 돌아봐’와 멜로망스의 ‘사랑인가 봐’ 등이 흐르기도 한다.

한국 문화는 '돈 되는 IP'
이처럼 글로벌 시청자들의 호감을 이끈 유인책으로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 것은 단연 K팝이다. BTS를 기점으로 한 K팝 아이돌들의 세련된 이미지는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슷한 시기 대흥행을 기록한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은 K팝 상승세와 맞물려 한국 문화를 글로벌 아이템으로 끌어올렸다. 한국을 접한 젊은 세대들의 관심이 한국의 생활 문화 전반으로 퍼지면서 한국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 소위 ‘돈이 되는 나라’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돈 냄새를 기막히게 맡는 미국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였다. 서울로 유학 온 미국 소녀의 로맨스를 그린 ‘엑스오, 키티’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파를 탔고, ‘더 리크루트 2’와 아마존 프라임 시리즈 ‘버터플라이’도 한국에서 촬영하려 다녀갔다. 최근 한국 영화 산업에서 큰 비중으로 늘어가는 수입원이 한국을 주요 로케이션으로 하는 글로벌 OTT 작품들이라는 사실은 전 세계 시청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흐름이 응축돼 폭발한 작품이라 할만하다.
中 네티즌 "한국이 우리 문화 훔쳤다" 억지
K컬처가 또 한번 신드롬을 일으킬 기세가 강해지자, 시시각각 ‘동북공정’을 노리는 중국도 빠지지 않았다. 중국 최대 리뷰 플랫폼 더우반에는 25일 기준 1,000여 개의 리뷰가 게재됐는데, 일부 이용자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전통 매듭, 한약, 호랑이, 건축 양식 등을 언급하며 해당 요소들이 중국의 고유 문화라고 주장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잘 만들어졌지만 중국 문화의 많은 부분이 눈에 띄지 않게 차용됐다”, “한국은 문화 도용과 표절을 숨기지 않을 것이냐. 영화에 중국 매듭이 몇 번이나 등장한다”, “왜 한국적 요소에 중국적인 요소를 넣는 건가. 문화적 도용이 너무 심해서 역겹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중국 내에서 공식적으로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중국 본토에 정식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당 리뷰는 불법 다운로드나 스트리밍 등 비공식 경로를 통해 시청한 후 작성됐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네티즌들의 이 같은 도둑 시청은 이전에도 문제가 됐다. 한국의 인기 드라마 ‘더 글로리’, ‘오징어게임’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등 여러 콘텐츠를 불법 시청한 후 한류 스타의 초상권을 마음대로 사용, 짝퉁 굿즈를 제작·판매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이제 중국 내에서는 불법시청이 일상이 된 상황"이라며 "특히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 기가막힐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중국 누리꾼들은 '한국이 중국 문화를 훔쳤다'는 억지 주장을 펼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먼저 다른 나라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마음부터 가져야만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