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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배달의민족 독점 입점 임박 쿠팡이츠 입점 안 하면 배민 수수료 혜택 플랫폼 간 대형 브랜드 유치 경쟁 가속화 전망

치킨업계 3위인 교촌치킨이 이르면 다음 달부터는 배달앱 쿠팡이츠에서 빠지게 된다.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이 수수료 감면을 조건으로 교촌치킨과 '배민온리' 판매 협약을 맺으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이 단순한 제휴를 넘어 플랫폼 간 프랜차이즈 단독 입점 경쟁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교촌에프앤비, 배민과 '배민 온리' 협약
25일 배달업계와 프랜차이즈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와 교촌에프앤비는 다음 주 배민온리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 협약은 배민이 교촌치킨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중개 수수료를 낮추는 대신 쿠팡이츠에선 점주 선택에 따라 입점을 철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요기요와 공공배달앱 땡겨요, 교촌 자체앱 등에서는 점주들이 계속 입점할 수 있다.
현재 배민에 입점한 점주는 매출 상위 35%일 경우 7.8%의 중개수수료를 내고 있다. 앞으로 교촌치킨 점주는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고 쿠팡이츠 입점을 철회하거나, 인하 혜택을 받지 않고 쿠팡이츠 판매를 지속할 수 있다. 배민이 제시한 구체적인 인하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인하 폭이 상당해 다수 점주들이 철회를 결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아한형제들은 중개수수료 인하 혜택 외에도 자사 부담으로 교촌치킨 할인 행사를 하는 등 점주의 매출 확대와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도 계획 중이다. 두 회사는 이르면 다음 달 중으로 배민 온리 협약을 시작해 2∼3년 동안 협약을 유지할 예정이다. 배민과 교촌의 협약은 배달앱이 대형 프랜차이즈에 우대 혜택을 주면서 경쟁사에서 철수하게 한 첫 사례다. 앞서 블루보틀과 스타벅스 등이 배민에 먼저 입점한 뒤 쿠팡이츠에 입점했지만, 대형 프랜차이즈가 배달앱에 입점했다가 철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쿠팡이츠, 배달 플랫폼서 '나 홀로' 성장 중
업계에선 우아한형제들이 쿠팡이츠와의 배달앱 시장 경쟁에서 뒤처질 것을 우려해 매출 규모가 큰 프랜차이즈 중 하나인 교촌치킨을 포섭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배달 플랫폼 빅3(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중 쿠팡이츠만 나 홀로 '이용 경험률'과 '주 이용률'이 올랐다. 이용 경험률은 전반기 대비 8%포인트(p) 증가한 45%, 주 이용률은 7%p 오른 23%를 기록해 작년 초만 해도 업계 2위였던 요기요를 각각 9%p, 10%p로 앞질렀다.
이용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쿠팡이츠는 종합 만족률 조사에서도 경쟁사를 제치고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만족도 세부 항목 6개 중 5개(△배달 품질 △사용 편의성(UI) △고객 응대 서비스 △결제 편의성 △프로모션·이벤트)에서는 최고점을 받았다.
쿠팡이츠의 이 같은 성장세는 쿠팡의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의 혜택과 무관치 않다. 와우 멤버십 가입자는 쿠팡 무료 배송,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과 함께 쿠팡이츠 무료 배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의 와우 멤버십 회원이 약 1,500만 명인 것을 고려할 때, 이들 중 다수가 쿠팡이츠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쿠팡 측에 따르면 와우 멤버십 회원의 74%가 쿠팡이츠를 쓰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쿠팡이츠는 고물가 시대에 이 같은 전략을 내세워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월간사용자수(MAU)는 지난해 1월 553만 명에서 올해 3월 1,037만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3월 배민의 MAU는 2,221만 명으로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증가는 1.6%에 그쳤다. 이에 배민은 최근 쿠팡이츠를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업무협약을 맺고 유료 구독 상품인 ‘배민클럽’과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결합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쿠팡이 유료 멤버십에 OTT 쿠팡플레이를 제공하자 비슷한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배달앱 외형 커졌지만, 수익성 경고등
이런 가운데 이번 협약으로 인해 배달앱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배민과 쿠팡이츠의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경쟁이 심해지면서 배달앱 플랫폼 입장에선 귀한 손님인 대형 프랜차이즈와 독점으로 계약하는 식의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무한경쟁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1위의 아성을 지키기 위한 배민과 1위 플랫폼으로 올라서려는 쿠팡이츠 간 양보할 수 없는 경쟁을 벌여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평가에서다. 이 경우 가뜩이나 악화한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모두 전년 대비 매출은 늘었지만, 출혈 경쟁으로 인해 영업비용이 대폭 늘어나 수익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배민 매출액은 지난해 4조3,226억원으로 전년 대비 2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6,408억원으로 8.4% 줄었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외주용역비 등이 늘면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우아한형제들의 작년 영업비용은 3조6,819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 늘었다. 이는 매출액 신장률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 중 라이더 배달비 등이 포함된 작년 외주용역비는 전년대비 73.4% 늘어난 2조2,370억원이 투입됐다.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1조8,81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3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률은 1.1%에 불과했다. 작년 쿠팡이츠 영업비용은 1조8,603억원으로 매출액의 98% 수준이며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배달앱 호황이 정점을 지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배달앱 시장 둔화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며 “소비자 주문이 꾸준히 늘어나야 배달 플랫폼과 업주 모두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출혈 경쟁보다 건강한 수익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