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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 광물’ 중국 독점에 대응 공급망 와해가 ‘경제적 혁신’으로 혁신 과정 가격 압박 ‘유지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공급 차질은 인플레이션과 생산 지연, 정치적 긴장을 일으키는 치명타로 여겨진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고통스러운 공급망 와해가 경제를 혁신으로 이끈 사례도 적지 않고, 지금 문제가 되는 희토류 광물에 대해서도 동일한 교훈이 적용될 듯하다. 처음에는 위기로 보인 것이 시간이 지나면 혁신의 도약대가 될 수 있다.

공급 차질이 ‘혁신’으로
지난 4월 중국이 네오디뮴, 디스프로슘을 비롯한 자석 등급 희토류 원소(magnet-grade rare-earth elements)의 수출을 제한하자 이들 광물의 가격은 6주 만에 25%가 올랐다. 유럽의 전기 엔진 생산이 영향을 받았고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으로 상황을 설명하는 의견까지 나왔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2010년에도 중국이 테르븀 수출을 제한하면서 가격이 40배까지 올랐지만 몇 년 후에 혁신과 공급망 다변화, 효율성 제고를 통해 안정을 되찾은 사례가 있다.
인생사가 그렇듯 결핍은 고통스럽지만 발전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 52개국의 특허 현황에 대한 분석을 보면 희토류 의존도가 높은 산업의 생산성이 2010년 이후 눈에 띄게 증가했다. 대부분의 혁신이 중국 밖에서 일어난 것도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는 표현을 떠오르게 한다.
중국 독점 ‘희토류 부족’, 전 세계가 대응
또 경제학자들이 ‘목적적 기술 변화’(directed technical change)라고 부르는 현상과도 맥을 같이한다. 외부 압력과 병목 현상이 기업들로 하여금 제품과 원료, 생산 과정을 재설계하게 한다는 것이다. 희토류가 워낙 희귀하다 보니 첫 번째 대응은 대체가 아닌 생산 과정 재설계와 자원의 재활용이었다. 예를 들면 히타치 메탈(Hitachi Metals)이 개발한 네오클룸 자석(NeoQlum magnet)은 성능은 유지한 채 디스프로슘 사용량을 15% 줄였다.
중국이 전 세계 희토류의 90% 이상을 쥐고 흔드는 상황에서 전 세계의 대응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5~2022년 기간 중국 외 지역의 광물 생산이 4배로 증가한 반면, 기술 발전과 효율 증가로 사용량은 줄었다. 예를 들면 네오디뮴 자석 화학 처리 효율성을 1% 늘리면 6기가와트에 달하는 풍력 발전 용량을 더할 수 있는데 이는 영국의 연간 증가량에 맞먹는다. 3%의 효율성 증가라면 작년에 노르웨이가 추가한 발전량만큼에 필요한 희토류 수요를 줄일 수 있다.
특허권 데이터를 봐도 추이를 알 수 있다. 2010년과 2020년 중국의 수출 통제 이후 희토류 관련 특허 출원이 급증했다. 이대로라면 전기차 업계의 희토류 수요가 2030년까지 30%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주: 효율성 개선 無 가정(짙은 청색), 효율성 개선 가정(청색)
혁신 지연되면 ‘비용 천문학적’
하지만 성과는 하루아침에 오지 않고 과정에서의 비용은 크다. 지난 5월에는 중국의 선적 지연이 몇 주만 더 지속됐으면 미국 항공우주 및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생산을 중단할 뻔한 일도 있었다. 당시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생산 중단이 여름 내내 이어졌다면 북미 전기차 생산량이 7% 줄어 120억 달러(약 16조원)의 손실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어딘가로 배분되는 것이 아닌 복구할 수 없는 손실(deadweight)을 의미한다.
여기에 더해 혁신의 지연은 악순환을 동반한다. 시범 생산 라인이 멈추면 학습이 중단되고 다음 단계 혁신도 연기된다. 그런 측면에서 혁신은 일찍 시작할수록 수익이 높은 복리 이자와 비슷하다.
결핍에 다른 혁신이 희토류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인구 노령화에 따른 노동 인구 부족도 비슷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독일의 생산가능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400만 명이 줄었고 병원 운영을 위해 수천 명의 시리아 간호사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일본의 노인 돌봄 산업은 일자리 4.25개당 지원자가 단 한 명인 상황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올해 초 선보인 에어렉(AIREC)과 같은 돌봄 로봇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혁신 지속하려면 ‘결핍도 유지돼야’
이민자든 로봇이든 기저에 놓인 경제적 가정은 동일하다. 희소한 노동력 때문에 비용이 늘어나면 새로운 대체재에 대한 투자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책 당국이 명심할 점은 혁신을 추동하는 신호를 흐리지 말고 변화를 가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희토류도 원유와 같이 일정 기간을 정해 필요한 양을 비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6개월 수요로 보면 11억 유로(약 1조7천억원)인데 한 분기 동안 자동차 생산이 중단돼 발생할 140억 유로(약 22조원)의 피해보다 훨씬 저렴하다. 또 호주의 아라푸라 프로젝트(Arafura project)와 같이 선구매 업체를 확정해 비용과 공급 리스크를 미리 해결한 후 희토류 생산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사업 허가든 새로운 추출 방법이든 빠른 허가를 통해 병목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결핍은 아프지만 앞으로 나갈 에너지를 제공한다. 정책 당국은 당장의 피해를 막아야겠지만 혁신으로 이끄는 가격 압박은 유지해야 더 효율적이고 혁신적이며 유연한 경제로 거듭날 수 있다. 목표는 충격을 한 번에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을 마련할 때까지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로라 알파로(Laura Alfaro) 하버드 경영대학원(Business Administration Harvard University) 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hen supply shocks to essential inputs spur innovation: Lessons from the global rare earths disruption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