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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 오아시스에 매각되며 기업회생절차 마무리 소비자 신뢰 회복 실패하면 기업 정상화 어려워 "변제율 낮아도 되네" 홈플러스에 유리한 전례 남아

티몬이 새벽배송 전문 기업 오아시스마켓에 인수되며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했다. 상거래 채권 회생채권자들의 반대로 인해 부결됐던 회생계획안이 서울회생법원의 판단하에 강제 인가된 것이다. 티몬이 0%대 변제율로 회생절차 완주에 성공한 가운데, 시장은 티몬과 동일한 방식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향후 티몬의 사례를 참고해 회생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 오아시스 품 안긴다
23일 서울회생법원은 "부결된 (티몬의) 회생계획안의 내용대로 상거래 채권 회생채권자를 위해 권리 보호 조항을 정해 강제인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티몬의 회생계획은 20일 개최된 회생계획안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에서 가결 요건 미충족으로 인해 부결된 바 있다. 상거래 채권 회생채권자의 동의율이 43.48%에 그쳤기 때문이다. 회생계획안 통과를 위해서는 회생담보권자 조에서 4분의 3, 상거래 채권 회생채권자 조에서 3분의 2 수준의 동의 표가 나와야 한다. 이후 티몬의 관리인은 법원에 강제 인가 결정을 요청했다.
법원은 “회생계획안이 부결됐더라도 청산 가치 보장 원칙을 충족하고, 회생채권자 전체 의결권의 59.47%가 동의한 점을 고려했다”며 “M&A 계약이 이미 성사돼 인수 대금이 납입됐고, 인가 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어 고용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강제 인가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는 100%가, 일반 회생채권자는 82.16%가 티몬의 회생계획안에 동의했다.
이로써 지난해 9월 10일 회생절차를 개시한 티몬은 9개월 만에 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오아시스는 인수 이후 티몬의 현재 브랜드를 유지하며 회사를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기존 오픈마켓 사업을 강화하고, 티몬의 특색 있는 상품에 빠른 배송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티몬 관계자는 “업계 최저 수수료와 구매 확정 후 익일 정산 시스템을 즉시 도입해 기존에 피해를 입은 셀러들을 지원하고 임직원 급여, 회사 운영비 확보를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수 후에도 '산 넘어 산'
다만 이 같은 오아시스의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티몬과 위메프에서 시작된 큐텐 사태로 인해 티몬에 대한 시장 신뢰가 크게 훼손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티몬이 회생계획안에 상거래 채권 7,456억원 중 7,399억원(99.2438%)을 출자 전환하고, 56억원만을 현금으로 변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는 점이 문제다. 티몬 셀러들이 받지 못한 돈의 99.2%가 증발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티메프 사태 피해자 모임 '검은우산 비대위'는 23일 입장문을 내고 "사고 회사는 회생의 기회로 면책되지만, 모든 피해자는 변제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채권의 권리가 모두 사라진 피해자가 티몬과 함께해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호소했다. 사실상 수수료 부담을 줄여 셀러를 유치하겠다는 오아시스의 전략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이커머스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 역시 티몬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다. 현재 한국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과 네이버쇼핑의 '2강 체제'가 굳건히 자리를 잡은 상태이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공습으로 인해 홍역을 치르고 있다. 향후 시장의 부정적 여론이 진화되고 티몬의 사업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이들과 벌이는 '생존 경쟁'을 피할 수는 없다.

홈플러스도 강제 인가 노릴까
한편 시장은 티몬의 기업회생 완주 전례가 현재 기업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매각 주관사로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하고 새 주인을 찾는 중이다. 매각은 수의 계약 방식으로 인수 예정자를 찾아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한 뒤, 공개 입찰로 인수 희망자를 찾는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추진된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을 통해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매각 대금은 전부 법인으로 유입된다. 이는 티몬과 동일한 전략이다. 향후 홈플러스가 티몬이 남긴 선례를 고스란히 답습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맹점은 티몬이 터무니없는 변제율을 제시하고도 회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홈플러스 입장에서는 회생담보권자 조 혹은 회생채권자 조 중 1개 조의 표심만 확보하면 0%대 변제율로도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극단적으로 홈플러스가 회생담보권자 조의 최대 지분을 차지하는 메리츠금융그룹 3사의 변제율만 보장한다면 회생계획안이 통과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짚었다.
물론 이는 모두 인수자가 나타난다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가설이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인수 후보 모색 과정에서 한동안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3조원이 넘는 청산 가치 대부분이 보유 부동산인 만큼, 오프라인 매장의 활용에 매력을 느낀 원매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수만 명에 달하는 홈플러스 임직원의 고용 승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 변수다. 결국 인수 후보군은 홈플러스 매장을 복합 점포 등으로 개발한 뒤 기존 근로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좁혀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