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주가 하락에 투자자 소송까지” AI 마케팅, 애플에 부메랑 됐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AI 마케팅 논란 집단 소송으로 비화
‘애플 지능’ 브랜드 전략 비판 일색
사용자 데이터 AI 학습, 이중 전략?

애플이 인공지능(AI) 기능을 과장해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는 의혹으로 주주들에게 집단소송을 당하는 등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그간 AI 표현을 꺼려온 애플은 최근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실체 없는 마케팅이라는 비판에 직면하면서 주가 폭락을 피하지 못했다. 나아가 사용자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한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프라이버시 중심 기업이라는 애플의 정체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AI 사기’ 소송 휘말린 애플, 25% 주가 하락 직격탄

22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의 주주인 에릭 터커 등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방 법원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케반 파레크 최고재무책임자(CFO), 루카 마에스트리 전 CFO 등에 대한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측은 애플이 2024년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투자자들을 오도했다고 주장했다. 애플 경영진이 실제 작동하는 프로토타입이 없는 상태로 아이폰 16의 인공지능(AI) 기능을 홍보했으며, 이는 증권 사기 혐의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소송을 제기한 투자자들은 애플이 실제 기술력이나 구현 방식과 다르게 AI 기능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고 짚었다. 애플이 대대적으로 홍보한 AI 기능이 실제로는 클라우드 기반의 외부 기술에 의존하거나 단순 기계 학습에 불과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애플이 시리 업그레이드를 내년으로 연기한 3월 초부터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이달 9일 열린 WWDC에서도 시장을 실망하게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피소는 즉각 시장의 우려로 연결되며 애플 주가에도 큰 충격이 가해졌다. 애플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26일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약 25% 하락했으며, 이에 따라 시가총액 약 9,000억 달러(약 1,236조원)가량이 증발했다.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은 ‘AI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AI라고 부를 수 있느냐’가 쟁점”이라면서 “결국 기술보다 앞선 마케팅이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꼬집었다.

사진=애플

브랜드 혼선+신뢰 붕괴=기술 주도권 이미지 타격

애플은 오랜 기간 ‘AI’라는 용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 왔다. 경쟁사들이 AI를 전면에 내세울 때도 애플은 자체 기능을 ‘기계 학습’ 혹은 ‘온디바이스 프로세싱’ 같은 기술 용어로 설명하며 차별화를 유지했다. 이는 애플이 오랜 시간 쌓아온 브랜드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다.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를 핵심 가치로 내세운 애플 입장에서 대규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AI는 다소 모순적인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이 AI 중심으로 전개되면서 애플도 기존 전략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는 명칭 아래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대신 ‘애플 지능’이란 단어를 브랜드화한 것이다. 그러나 애플 인텔리전스로 소개된 기능은 대부분 자연어 처리, 이미지 요약, 자동 정리 등 기존 AI 플랫폼에서 흔히 제공되는 기능 수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사용자 사이에선 브랜드 차별화에 걸맞은 기술력은 어디 있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다. 브랜드 가치를 앞세운 기술력이 도리어 회사의 신뢰도에 커다란 타격을 입힌 셈이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애플의 행보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그간 철저한 폐쇄형 생태계를 고수해 온 애플이 해당 기능에서는 오픈소스 모델을 도입하며 외부 기술에 의존했다. GPT-4와 같은 외부 대형언어모델(LLM)을 접목한 방식은 기존 애플 기기의 ‘로컬 처리’ 철학과 상충된다. 사용자들은 애플이 AI를 자체적으로 개발해 완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오히려 의존성 높은 하이브리드 구조가 드러나며 브랜드 일관성에 의문을 남겼다.

이처럼 애플이 AI 시장에 진입하면서 겪은 가장 큰 딜레마는 ‘기술적 진정성과 브랜드 기대치의 불일치’로 정의할 수 있다. 애플은 그간 정제된 기술과 정교한 경험, 그리고 신뢰 기반 마케팅으로 사용자들과의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술보다 AI라는 단어 자체에 의존하는 홍보 전략을 택했고, 이로 인해 브랜드 내부에서조차 혼선이 발생했다. 애플이라는 이름이 갖는 기술 상징성과 실제 제공된 기능 간의 간극이 너무 컸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다.

‘로컬 처리, 단말기 중심’ 철학 어디에

여기에 애플이 자사 AI 기능의 고도화를 위해 사용자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그간 유지해 온 프라이버시 우선 이미지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지난 4월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사용자 실제 데이터와 합성 데이터를 결합해 AI 모델 훈련을 할 것이란 계획을 담은 내부 자료를 공개했다고 전했다.

문서에 의하면 애플의 새로운 AI 훈련법은 실제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이와 비슷한 합성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다. 사용자 메시지와 기존 합성 데이터를 비교·분석해 유사도와 반복되는 표현을 파악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언어 흐름과 표현 습관을 AI 모델이 더 정확히 학습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방식은 iOS 18.5와 맥OS 15.5 베타 버전에 우선 적용될 예정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료는 애플이 그간 수없이 강조한 ‘개인정보는 기기 안에 머무른다’는 메시지와 정면 배치되는 것은 물론, 데이터 범위와 활용 목적이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의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거센 비난에 애플은 “모든 분석 과정에 ‘차등 개인정보 보호(differential privacy)’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개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설계했다”면서 “기기 설정 메뉴에서 이를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후로도 애플은 사용자 동의 범위와 알고리즘 처리 방식, 3자 접근 가능성 등 핵심 정보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기술적으로는 고도화된 보호 체계를 표방하면서도 ‘내 데이터가 외부로 나간다’는 일반 사용자들의 심리적 저항감을 잠재우진 못한 셈이다. 지금까지 애플이 프라이버시를 절대 가치로 강조해 온 만큼 이처럼 불투명한 구조는 단순한 기술 선택의 문제를 넘어 브랜드 신뢰도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게 시장 참여자들의 주된 견해다.

Picture

Member for

8 month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