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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부적격 이력서 홍수’ 초래 채용 기업들, 지원자 선별에 AI 기술 도입 “결국 진짜 실력과 진정성으로 돌아갈 것”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이력서가 홍수를 이루면서 채용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AI의 발달로 인해 이력서 작성이 쉬워짐에 따라 일부 구직자들이 무차별적으로 여러 기업에 지원하는 '묻지마 지원'을 지속하고 있어서다. 이에 업계에서는 AI로 자동 생성된 수많은 지원서가 채용담당자들의 업무 부담을 높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업과 구직자 모두 신뢰와 효율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링크드인 "분당 1만1,000건 접수"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다수의 구직자들이 챗GPT 등 AI 도구를 활용해 일괄적인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채용 담당자들이 이를 감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유타주의 인사컨설턴트 케이티 태너는 최근 원격근무가 가능한 기술직 공고를 링크드인에 게시한 직후 뜻밖의 상황에 직면했다. 하루 만에 600명이 지원했고 며칠 뒤에는 1,200건을 넘겼다. 결국 공고는 조기 마감됐다. 이에 대해 태너는 “미친 상황”이라며 “지원서가 폭주해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링크드인은 최근 1년간 지원서 제출 건수가 45%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분당 평균 1만1,000건의 지원서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급증의 배경에는 챗GPT와 같은 AI 툴의 자동화 기능이 자리하고 있다. 사용자는 단 몇 초 만에 공고문에 나온 모든 핵심어를 포함한 이력서를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일부는 비용을 지불해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자동으로 구직 활동을 맡기는 방식도 사용 중이다. 업계 전문가인 홍 리는 “지원자 쓰나미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적격 이력서 선별에만 평균 9.24일 소요
다른 나라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글로벌 HR 플랫폼 ‘리모트(Remote)’가 한국, 일본, 호주,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스페인 10개국의 기업 리더 및 채용 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생성형 AI로 작성된 이력서 홍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부적격한 이력서를 걸러내는 데만 평균적으로 9.24일을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은 ▲지원자 수 급증 ▲지속적인 지역 인재 부족 현상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시장 등으로 인해 인재를 효율적으로 채용하는 데 있어 점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변했다. AI를 활용해 작성된 지원서가 늘어나면서 기업들이 이력서 검토에 많은 시간을 쏟느라 적합한 인재를 더욱 찾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조사에 참여한 응답자 65%는 적격하지 않은 지원자 수가 크게 늘어난 것 같다고 답했고, 74%는 이를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력서 홍수 속 채용 방식 진화
상황이 이렇자 생성형 AI로 쓴 문장을 검출해 내는 솔루션까지 속속 나오고 있다. 카피킬러를 운영하는 무하유는 생성형 AI에 특화한 ‘GPT 킬러’ 서비스를 기업들에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턴잇인(Turnitin)’과 같은 서비스가 나와 있다. 욥 반 더 부르트(Job Van Der Voort) 리모트 CEO는 “최근 기업들은 방대한 양의 지원서 중 적합한 지원자를 빠르게 걸러내거나, 더 적합한 인재를 찾기 위해 새로운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고, 스킬 검증 및 행정 업무 지원 부문에서도 AI 기술 활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탐지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문장구조의 특징과 AI의 특징에 기반해 그 차이점을 찾고, 이를 통해 생성형 AI가 작성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비율을 추측하는 방식이다. 무하유가 자사 솔루션을 사용하는 금융권, 공공기관 등의 지난해 자기소개서 89만 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48.5%가 생성형 AI 활용 의심으로 나타났다.
이력서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가 무너지면서 채용 방식도 그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AI 탐지 도구은 물론, 과제형 실무평가를 통해 실제 실력을 검증하려는 노력도 강화하는 양상이다. 지원자가 작성한 키워드 하나하나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그에 대한 응답을 통해 진위를 확인하는 식이다.
한 HR업계 관계자는 "AI 시대라도 채용이라는 행위는 결국 사람이 사람을 알아보는 과정"이라며 "AI로 작성됐든, 면접 답변이 세련됐든, 자신의 참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 이력서는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경력 코치 제레미 쉬펠링도 “구직자들이 절박해질수록 유료 AI 도구에 의존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이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결국은 양측 모두 진정성과 실력을 바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때까지는 시간과 자원, 돈이 낭비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