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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용화 문턱 넘어선 '태양의 에너지', 美·中 등 핵융합 발전 주도권 경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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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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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프록시마 퓨전, 1억3,000만 유로 투자 유치
2030년 초 상용화 목표로 글로벌 기업들 경쟁
석탄·원자력보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차세대 에너지를 개발하는 글로벌 스타트업들이 잇따른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가 가시권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독일의 프록시마 퓨전이 유럽 핵융합 스타트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영국 정부도 첨단 핵융합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25억 파운드 규모의 투자를 공식화하며 본격적인 상용화 행보에 나섰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은 2027년 세계 최초 핵융합 발전소 완공을 목표로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는 등, 미래 에너지 주도권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독일 프록시마 퓨전의 스텔러레이터/사진=프록시마 퓨전 유튜브

美 CFS, 18억 달러 유치하여 업계 선두 부상

17일(현지 시각) 유럽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독일의 프록시마 퓨전은 체리벤처스, 발더튼캐피털, UVC파트너스, DTCF 등 글로벌 VC들로부터 1억3,000만 유로(약 1억5,000만 달러·2,0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현재까지 유럽에서 이뤄진 핵융합 스타트업 투자 라운드 중 최대 규모다. 프록시마 퓨전은 2023년 독일 맥스플랑크입자물리연구소에서 분사해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2031년 발전소 건설을 목표로 핵융합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사들은 프록시마 퓨전이 지속 가능한 청정에너지를 기술적으로 실현하고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회사는 초강력 외부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감싸 안정적인 핵융합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스텔러레이터(Stellarator) 기반의 발전소를 설계하고 있는데 이는 플라즈마 제어의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한 방식으로, 핵융합 상업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여기에 2031년이라는 상용화 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일부 해소했다는 점도 주효했다.

프록시마 퓨전 외에도 핵융합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18억 달러를 유치하며 업계 선두 주자로 부상한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CFS)는 MIT과 협력해 2030년대 초 상용화를 목표로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제네럴 퓨전은 ‘자기 표적 융합(MTF)’ 기술을 앞세워 4억,053만 달러의 투자를 확보했으며, 2026년까지 시범 공장을 가동해 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상용화 목표를 제시한 헬리온은 2028년 핵융합 발전을 시작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핵융합 발전의 핵심은 초고온 플라즈마 제어

이처럼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글로벌 프로젝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핵융합 기술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핵융합은 태양의 에너지 생성 원리로, 두 개의 가벼운 원자핵이 결합해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들면서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는 화석연료는 물론 기존 원자력 발전보다도 훨씬 깨끗하고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핵분열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핵융합 연료로 쓰이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바닷물 등에서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어 자원 고갈 우려도 적다.

그동안 핵융합은 ‘미래의 에너지’로 불리며 실제로 활용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고온 초전도 자석 기술, 정밀한 플라즈마 시뮬레이션, 인공지능(AI) 기반 제어 시스템 등 핵융합 반응기 설계 및 제어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면서 핵융합 발전소의 상용화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핵융합 발전의 핵심은 수억 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이 조건에서 원자핵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기술로, 글로벌 연구기관과 기업들 사이에서는 최적의 방식을 찾기 위한 실험과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핵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여전히 극복해야 할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초고온 플라즈마를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실제 상용화를 위해서는 최소 300초 이상 연속운전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개선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남아 있다. 또한 핵융합 발전소의 건설과 유지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며, 발전 과정에서 삼중수소 누출 등의 위험이 있어 경제성과 함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韓,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장 제어 기술 확보

기술적 한계와 경제성 논란이 여전히 존재함에도 주요국들은 핵융합 에너지 개발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2027년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 완공을 목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대규모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며 이 중 CFS가 개발 중인 소형 핵융합로 스파크(SPARC)가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중국은 대규모 국비 지원을 통해 ‘버닝 플라스마 실험 초전도 토카막(BEST)’이라 이름 붙인 새 핵융합로를 건설 중이다.

유럽에서도 정부 차원의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의 핵융합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인 STEP(Spherical Tokamak for Energy Production)에 대해 25억 파운드(약 3억2,000만 달러·4,625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TEP는 2040년 완공해 최소 100메가와트(MW)의 순발전 출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노팅엄셔에 위치한 웨스트 버튼 A 석탄발전소 폐쇄 부지에서 진행되며 완공 이후 해당 지역은 탄광지역에서 청정에너지 허브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프랑스는 남부 프로방스 알프 코트 다쥐르 지역의 카다라슈에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핵융합실험로인 ITER(국제핵융합실험로)를 유치해, 미국·중국·일본·한국·유럽연합 등 전 세계 주요 국가과 함께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위한 실험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ITER는 7개 회원국이 공동 투자와 기술 협력으로 추진하는 초거대 프로젝트로, 2025년 첫 플라즈마 운전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핵융합 반응에서 발생하는 에너지가 투입 에너지보다 더 많은 순 에너지 생산(순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일본은 나카현 나카시에 위치한 JT-60SA 등 첨단 초전도 토카막 실험로를 통해 장시간 플라즈마 운전과 고성능 핵융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플라즈마 제어와 자기장 안정화 등 핵심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ITER 연계해 핵융합로 운전 시뮬레이션, 고성능 플라즈마 제어 알고리즘 개발 등의 부문에서 글로벌 협력의 중심에 서 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핵융합 상용화를 위한 기초 연구와 실증 실험을 병행하며 미래 핵융합 발전소 건설과 에너지 안보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핵융합 연구는 다른 나라보다 시작은 늦었지만, 기술력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특히 고온·고밀도·안정적 제어에 강점을 갖고 있어 현재 진행 중인 실험의 절반 이상이 해외 연구진의 공동 제안 실험일 정도로 글로벌 신뢰도가 높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운영하는 ‘KSTAR’는 2007년 국내 기술로 완공된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로 자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자기장 전밀도 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한국은 이를 통해 핵융합로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초고온 고밀도 장시간 운전, 1억 도 이상 300초 운전 등)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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