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아프리카 모바일 시장, 중국이 50% 이상 장악 휴대폰, 네트워크, 모바일 결제까지 금융 및 기술 종속 “급속히 진행 중”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붐비는 아크라(Accra, 가나의 수도)와 나이로비(케냐의 수도)에서 누군가 휴대전화를 열었다면 십중팔구 중국의 트랜션(Transsion)社 제품일 것이다. 화웨이 통신망에서 작동하며 중국 모바일 앱으로 결제하고 있을 확률도 매우 높다. 미국이 아닌 중국에 의해 만들어지는 아프리카 디지털 경제의 단면이다.

미국 떠난 아프리카 디지털 경제, 중국이 ‘장악’
지난 5년간 중국은 미국의 개발 금융이 떠난 자리에 장비와 모바일 네트워크, 금융 플랫폼을 포함한 기술 수출을 통해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아프리카의 디지털 미래가 중국이 만든 기준과 기술, 그리고 가치 위에 만들어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신규 인터넷 사용자가 많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이다. 작년에만 6,800만 대의 스마트폰이 수출됐다. 중국의 트랜션은 테크노(Tecno), 인피닉스(Infinix), 아이텔(Itel) 등의 브랜드를 소유하고 아프리카 시장의 50%를 넘게 점유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과 애플을 합친 것보다 크다.

주: 트랜션, 샤오미, 삼성, 애플, 기타, 비중국 기업 전체, 중국 기업 전체(좌측부터)
휴대폰과 네트워크로 ‘디지털 생태계’ 구축
그냥 휴대전화가 아니라 아프리카인들을 빨아들이는 중국의 디지털 생태계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스와힐리어 키보드와 어두운 피부색에 최적화된 카메라를 갖춘 트랜션 제품은 중국 앱과 앱스토어, 모바일 지갑을 내장하고 출시된다. 스마트폰에서 생성되는 모든 정보는 중국의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펌웨어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새로운 중국 서비스가 생성되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생태계에 갇혀 다른 서비스로 갈아탈 엄두도 내기 어렵다.
장비를 뒷받침하는 것은 중국이 구축한 네트워크다. 화웨이가 아프리카 통신 인프라의 50% 이상을 점유한다. 무선 접속 네트워크(radio access network, RAN)부터 광섬유 케이블까지 화웨이의 시스템은 중국에서 개발한 기술과 기준을 따른다.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이 3G나 4G를 사용하기 때문에 화웨이의 5G 기술에 대한 미국의 제재도 상관이 없다.
부채와 통화 문제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정부들에 화웨이의 시설 융자 패키지는 저항하기 힘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중국 수출입은행이 보증하는 해당 패키지는 장기 양허성 융자(concessional loans)와 교육훈련, 유지보수를 포함하고 있어 재정적, 기술적으로 다른 대안을 생각하기 어렵다.
모바일 결제 시스템과 감시 장비까지
중국의 디지털 인프라 중 아프리카에서 가장 개인적인 형태가 모바일 머니 분야다. 나이지리아에서는 중국의 지원을 받는 팜페이(PalmPay)와 오페이(Opay)를 통한 금융 거래 규모가 연간 500억 달러(약 69조원)를 넘었다. 해당 앱들은 트랜션 휴대폰에 내장돼 가입자 유치가 빠르고 매끄럽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 앱들이 비자나 마스터카드와 같은 국제 결제 시스템을 건너뛰고 중국이 개발한 QR코드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결제와 관련한 모든 정보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이 소유한 클라우드에 입력된다. 도입률이 증가하며 공과금 납입부터 수업료 지불까지 기본 결제 수단 역할을 해 중국 인프라가 아프리카인의 일상생활로 파고드는 중심 역할을 맡고 있다.
중국의 디지털 확장은 소비자 앱에서 멈추지 않는다. 화웨이의 세이프 시티(Safe City) 프로젝트는 감시 장비 수출로 불리는데 현지 지자체들이 필요에 따라 교통 통제 및 국경 감시로 용도를 바꿔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중국 기술에 대한 의존성을 심화하는 것은 우려되는 사항이다. 장비 업그레이드나 확장 시 중국 공급자에게서만 구입할 수 있는 독점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경우가 자주 있다.
중국 기술 종속 ‘영속화’
이들 중국 플랫폼에 미국 장비를 장착하는 것은 어렵고 비효율적이다. 게다가 선거철에 맞춰 만기가 도래하도록 설계된 중국의 융자는 현지 정치인들이 선거 승리를 위해 중국 기술 종속을 영속화하도록 이끈다.
이 모든 것이 불가피했던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의 무대는 얼마 전까지 미국의 자리였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국제개발청(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 이하 USAID)이 디지털 지원 예산을 83% 삭감한 탓에 한때 미국 기업들을 위해 진행되던 브로드밴드 구축과 오픈 데이터 프로그램(open-data program), 파일럿 프로젝트들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중국이 빈자리로 들어와 자신만의 무대를 만들어 왔다. 중국이 선전에서 교육하는 아프리카 공무원의 수는 이제 미국보다 많아졌다. 미국의 유력 프로그램인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 미국 정부 기관의 아프리카 진출 기업 지원)도 자금 부족에 허덕여 디지털 지원 예산이 화웨이의 연구개발 예산 중 일부분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방관하면 “대세는 중국으로”
중국 기업들이 현재 추세로 투자할 경우 2030년경에는 아프리카 디지털 경제로부터 연간 250억 달러(약 34조원)의 수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의 전체 해외 원조 예산보다 많고 중국의 글로벌 소프트 파워 증대 노력에 재투자되고 있다.

주: 휴대폰, 네트워크 장비, 모바일 금융 수수료, 클라우드·앱·데이터, 합계(좌측부터)
추세를 되돌리는 것은 슬로건 이상의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일단 미국 국제 개발 금융 공사(U.S. International Development Finance Corporation)를 통해 100억 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디지털 인프라 예산을 확보하고 데이터 보안 법령 제정과 USAID의 디지털 지원 프로그램 복구를 진행해야 한다. 개방적이고 안전한 기준을 채택하는 아프리카 정부에는 보상을 제공하는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하며 프로그램이 동일한 리더십하에서 장기적으로 진행되도록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도 있다.
아프리카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50%를 갓 넘은 상황이니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지금처럼 방관과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시간은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원문의 저자는 불레라니 질리(Bulelani Jili) 조지타운 대학교(Georgetown University) 조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fricanising Chinese surveillance technology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