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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이커머스 징둥, 한국 진출 제3자 물류사업 통해 K유통 공략 물류 기반 확보 후 직접 진출 예고

'중국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JD.com)이 인천과 이천에 자체 물류센터를 가동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가 초저가 전략과 빠른 배송으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며 시장 안착한 데 이어, 징둥까지 가세하며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의 영향력이 국내 유통·물류시장 전반을 집어 삼키는 모양새다.
인천 등 수도권 2곳에 'AI 물류센터' 운영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징둥의 산하 물류기업 징둥로지스틱스는 최근 인천 서구와 경기 이천시에 자체 물류센터를 마련해 운영을 시작했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셀러들의 물류사업을 대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 등을 중심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향후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중소 물류업체가 C커머스의 한국 물류 대행 업무를 맡은 적은 있지만, 중국 이커머스 업체가 한국에 물류센터를 세워 직접 운영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징둥로지스틱스는 "한국에서 운영하는 물류창고는 AI 자동화 기술이 적용돼 수도권에서 12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고객 집까지 배송하는 라스트 마일 서비스는 국내 택배회사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과 협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징둥에 따르면 이천 물류센터는 펫커머스 기업 전용 물류로 최신 자동화 설비를 도입해 피킹·패킹 효율을 극대화했으며, 인천 물류센터는 미국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의 3PL과 국내 뷰티 기업의 수출 전용 창고로 통합형 공급망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사 리테일 제품 90% 이상 24시간 배송
징둥은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중 47위에 오른 중국 최대 리테일 기업으로, 자사 리테일 주문의 90% 이상을 24시간 내 배송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19개국 이상에서 100여 개의 자체 물류창고를 직접 운영 중이며 미국,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에서 ‘2~3일 내 국제배송’, ‘1일 배송’ 등을 초고속 배송 서비스를 실현 중이다.
한국의 물류센터에서는 국내 고객 대상 물류 서비스뿐 아니라 징동닷컴 산하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플랫폼 '징동 월드와이드’(JINGDONG WORLDWIDE)'를 통해 한국산 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한다. 장동로지스틱스 측은 한국 내 다양한 해외 물류 창고를 활용해 ‘무관세, 수수료 면제, 물류 보조금’의 3중 정책을 시행해 한국 브랜드의 중국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창고서비스, 판매, 배송까지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징둥,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C커머스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물류센터를 확보하면서, 국내 유통 생태계가 이들에 의해 장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물류·배송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국내 물류센터가 이미 포화 상태에 놓여 있어 C커머스 기업들의 물류 거점 확보가 어렵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코로나 이후 공급 과잉으로 공실률이 급등한 국내 물류업계는 공격적으로 진입 중인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상업용 부동산 전문 플랫폼 알스퀘어에 따르면, 올 하반기 수도권 물류센터의 공실률은 상온센터가 16.0%, 저온센터는 38.5%에 이른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치솟은 공실률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경기 침체로 인해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알리 등 기존 진출한 업체도 물류망 강화
더 큰 문제는 징둥이 한국 진출이 물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징둥이 국내에 물류창고 인프라를 어느 정도 완성한 뒤 자사 판매 플랫폼인 징둥닷컴을 국내에서도 본격 운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국내 시장에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초저가 공세를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앱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기준으로 쿠팡에 이어 알리익스프레스(2위, +4.5%), 테무(4위, +5.9%) 등 C커머스 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미국의 대중국 관세 정책 역시 C커머스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략 가속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홍콩발 소액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이 철회됐고, 이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한국을 대체 시장으로 삼아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알리는 2026년까지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해 물류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테무도 국내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김포에 물류센터를 확보했고, 쉬인 또한 국내 홍보를 확대하면서 사업 확장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국내 이커머스업계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한국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물류망을 넓혀가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C커머스가 한국 물류망을 대거 장악할 경우 단순히 다량의 중국 제품을 한국에 파는 수준의 영향력을 넘어 국내 유통 생태계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물류망을 장악하면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브랜드 제조사, 택배업계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