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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무역 협정에 미 자동차 업계 불만 폭발 “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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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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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품목관세 완화 및 폐지
미국산 자동차 가격경쟁력 ↓
새로운 무역 질서 앞둔 車업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도널드 트럼프 인스타그램

미국과 영국이 최근 체결한 첫 무역협정에서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가 인하되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자국 자동차 산업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한편, 이번 협상에 따라 유럽과 한국, 일본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자국 정부에 협상 압박을 가하는 등 무역 지형 재편을 앞당기고 있다.

‘상징적 성과’ 강조, 산업계 목소리 반영 못 해

8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내 완성차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정책협의회(AAPC)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 부품을 거의 포함하지 않는 영국 차량이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따라 절반이 미국산 부품으로 구성된 멕시코나 캐나다 차량보다 더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부품 공급업체,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이 같은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영국과의 무역협정에 대한 비판에서 나왔다. 같은 날 오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양국 간 무역에 관한 ‘획기적인 합의’를 발표했다. 양국 합의에 의하면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연간 10만 대에 한해 기존 25%(최혜국 관세 포함 시 27.5%)에서 10%로 관세율을 낮추기로 했다. 연간 10만 대는 한 해 영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대수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양국은 자동차 외에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도 조정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에 대해선 대체 협정을 협상할 것”이라고만 언급했으며, 영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가 머지않아 철폐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AAPC를 비롯한 미국 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협정이 국가 단위의 무역 합의임에도 불구하고 산업별 이해관계 조율이 미흡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적 상징성과 협정 체결 자체에 초점을 맞춘 반면, 구체적인 산업별 수지 계산에 있어선 사후 대응을 하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 중인 산업계로선 이 같은 전략에 반발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합의에 대해 “이 협정에는 영국이 미국과 경제 안보 협력체제에 편입되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첫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양국은 모두 경제 안보와 국가안보가 동일하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면서 “양국은 동맹국으로 핵심 기술 및 철강 등 산업에 대한 적절한 수출 통제와 보호 조치, 강력한 산업기반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식 ‘유연한 압박 전략’ 재등장

이번 미국과 영국의 무역협정은 ‘부분 개방’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이뤄졌다. 전체적인 관세율인 상호관세는 그대로 두되, 핵심 품목만 관세를 낮추거나 면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일반적인 무역 협정과 달리, 정치적 부담은 최소화하면서도 산업별 교역 확대라는 실리를 챙기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영국 입장에서는 자동차를, 미국은 농산물이나 첨단 부품 분야를 협상 카드로 쥐고 각자 이득을 취한 것이란 해석이다.

이 같은 협상 방식은 트럼프식 무역전략의 전형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전체 무역 구조를 ‘자국 우선주의’ 틀 안에서 설계하면서도 협상 상대국이 원하는 품목에 대해 한정된 양보를 던져주며 외교적 성과를 만드는 방식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국은 일정 수준의 성과를 챙길 수 있고, 미국은 자국 내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시하는 정치적 상징성과 ‘협상력 과시’ 효과가 극대화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러한 조건부 관세 면제·완화 방식은 향후 미국이 다른 국가와 체결할 협정에서도 반복될 공산이 크다. 현재 영국 외에 이른 시일 내 협상 결과가 발표될 수 있는 국가로는 인도와 일본 등이 꼽힌다. 일본은 현재 자동차 관세와 상호 관세를 포함한 “모든 관세를 재검토해달라”는 입장을 전한 상태이며, 유럽연합(EU)은 대미 관세 협상 불발에 대비해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다.

미국 기업은 불만, 유럽·한국·일본은 안도

미국과 영국의 무역협정 체결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반응은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움직임 변화다. 미국 AAPC는 자국 내 경쟁 격화를 우려하며 불만을 드러냈지만, 유럽과 한국, 일본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반대로 ‘가능성 있는 신호’로 해석하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선 “영국이 됐으면, 우리도 협상 여지가 있는 거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며 각국 정부에 미국과의 무역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을 검토하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겪고 있는 관세 불확실성과도 연결된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자동차를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세를 무기처럼 활용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자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영국의 재규어·랜드로버는 4월 한 달간 미국으로의 자동차 출하를 중단했으며, 크라이슬러·피아트·푸조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이탈리아·프랑스 합작사 스텔란티스도 캐나다와 멕시코 내 제조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영국과의 협상을 통해 특정국에 ‘선택적 관세 완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각국은 통상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일부 완성차 업체들은 각국 정부에 접촉하기 위해 로비마저 불사하고 있단 전언이다. 관세가 풀리면 차량 가격 경쟁력이 극적으로 개선되고, 미국 시장에서의 입지를 회복하거나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결국 무역협정 하나가 세계 자동차 업계의 전략 로드맵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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