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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해외 방문객’ 증가하며 ‘혁신 수준’도 상승 단순 인과관계로 해석하면 ‘곤란’ 해외 전문성과 국내 수요 ‘결합’이 중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아프리카의 혁신 붐을 외국인 방문 증가와 연결해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CEPR의 연구도 해외 방문객 증가와 현지 특허 출원 간 직접적 관계가 존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인과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추가 요인들이 결합한 ‘연결고리’에 가깝다.

아프리카, 해외 방문객 늘며 ‘특허 출원’도 증가
팬데믹 이후 관광 산업 활성화는 수치로 입증된다. 세계은행(World Bank)에 따르면 글로벌 여행자 수는 2023년 말 12억 8,600만 명을 기록해 코로나 이전 수준의 88%를 회복했다. 나이로비, 아디스아바바, 키갈리 등 아프리카 주요 도시들도 백신 접종자에 대한 우대와 비자 절차 간소화로 두각을 나타냈다. 에티오피아 항공은 해당 조치 후 1년 내 탑승객 수가 29% 늘기도 했다.
그런데 아프리카는 해외 방문객이 늘며 특허 출원도 증가했다. 에티오피아의 2023년 거주자 특허 출원이 전년 대비 28% 늘어난 것으로 볼 때 방문객 수와 혁신 간 관련성은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더 들여다보면 상관관계가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관관계’ 단순하지 않아
일단 사건 순서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 이동성의 향상이 혁신을 촉진한 것인지 아니면 해당 지역의 창업 붐이 해외 전문가들의 입국을 부추긴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 먼저 일어난 사건을 알기 전에는 눈에 보이는 관련성에 입각한 모든 정책은 신기루를 좇는 일에 불과하다.
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동시성 편향(simultaneity bias, 독립 변수와 종속 변수가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음)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해외 전문가들이 아프리카에 생겨나는 혁신 중심지에 먼저 끌린 것이라면 이들의 입국을 인과 변수(causal variable)로 정의함으로써 실제 영향을 부풀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쉽게 말해 입국이 혁신을 촉진한 게 아니라 혁신 때문에 입국이 늘었다는 것이다.
인과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도구 변수(instrumental variable)에 주목하는데, 이는 혁신과 상관없이 이동을 촉진한 사건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비자 수수료 면제나 국제 항공 노선 신설 같은 것들이다. 문제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우 무역 및 기술 정책을 도입하면서 여행 자유화를 함께 시행하는 경우가 많아 변수를 따로 떼어 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재외 거주민의 방문을 살펴보는 것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 일하는 아프리카 과학자들은 자국 경제 상황에 상관없이 거주국 학계 일정에 맞춰 고국을 방문하는 일이 자주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방문이 혁신을 촉진했는지 알아보면 문제에 대한 정답에 가까워질 수 있다.
해외 방문객과 혁신 간 관계는 ‘양방향’
에티오피아가 2018년에 실시한 전자 비자(e-visa)도 주목해 볼 사례인데, 정책 시행 직후 외국인 방문객이 급증했지만 특허 출원 수의 증가로 이어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이동성 증가가 혁신에 필요한 토대이긴 하지만 다른 요소들이 추가돼야 한다는 가정이 가능하다.

주: 해외 방문객 수(천 명, 좌측 Y축)(짙은 청색), 거주자 특허 출원(우측 Y축)(청색)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보면 조금 더 선명해진다. 해당국 정부는 의료 기술 및 친환경 에너지 산업 분야에서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구개발비 세제 지원을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2022~2023년 외국인을 포함한 전체 특허 출원 수는 오히려 23%나 감소했고 외국인 방문객 수도 줄었다. 혁신 붐이 꺼지면서 외국인 방문객이 줄었다는 인과관계를 상정할 수 있는 경우다.
케냐의 경우를 보자. 글로벌 투자자들은 나이로비에 있는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에 정기적으로 투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 신규 투자가 진행될 때마다 컨설턴트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입국이 늘어난다. 이 경우도 혁신이 해외 전문가들을 끌어당기는 사례에 해당한다.

주: 해외 방문객 수(천 명, 좌측 Y축)(짙은 청색), 거주자 특허 출원(우측 Y축)(청색)
이번에는 해외 거주 과학자들의 사례를 조금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가나의 경우 영국에 거주하는 면역학자들이 집중 훈련 코스를 진행하기 위해 여름방학 중 고국을 방문하곤 한다. 가나의 정책과 상관없이 영국 학계 일정에 맞춘 귀국이다. 그런데 이들의 방문 6개월 이후 진단 연구와 특허 출원이 증가하는 것이 목격되고 있다. 해외 방문 증가와 혁신 간 직접적인 관계가 있지만 시차는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동성 촉진과 혁신 수요 ‘맞물려야’
물론 사례 몇 가지를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무리일 것이고 세밀한 데이터에 의한 검증이 필요하다. 항공사들이 가진 여행 관련 데이터나 링크드인(LinkedIn) 같은 SNS를 통해서도 해외 전문가들의 아프리카 방문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신규로 직항을 개설한 도시와 그렇지 않은 곳을 비교하는 것도 이동성의 효과를 검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결과로도 정책 당국에 줄 수 있는 조언은 부족하지 않다. 아프리카 정부는 단순히 해외 전문가의 방문을 늘리는 정책에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전문성과 국내 산업의 필요가 실제로 일치하는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술 단지 조성에 맞춰 비자 정책을 개선한다면 양자의 연관관계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황 파악이 복잡해진다. 앞에서 밝혔듯 재외 거주 과학자들의 방문을 변수로 사용하는 것도 전후 관계 파악에 유용하다.
중요한 것은 전문가 방문과 특허 간 직접적인 관계에만 치중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오히려 개방이 혁신을 촉진하고 혁신이 해외 전문가들을 끌어모으는 연결 고리(feedback loop)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의 혁신은 확실히 속도를 얻고 있다. 모리셔스, 모로코, 케냐 등은 글로벌 혁신 순위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추진력을 유지하려면 정책 당국은 복잡한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 이동성 촉진 조치와 산업 내 전문성, 관련 데이터가 맞물려야 혁신을 꽃피울 수 있다.
원문의 저자는 링구에르 뮤리 음바예(Linguère Mously Mbaye) 아프리카 개발 은행(African Development Bank) 매니저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Short-term labour mobility drives innovation in Afric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