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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STEM 분야 여성 진출, ‘성평등’ 아닌 ‘경제 성장’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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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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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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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M 분야 여성 참여, ‘경제 성장’과 직결
해당 분야 성공 경험한 ‘여성 교육자’ 필요
실질적 지표로 교육 성과 평가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과학, 기술, 공학, 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ematics, 이하 STEM)에서의 성별 차이는 사회 정의의 차원에서 언급되곤 하지만 사실은 경제적 측면이 더 강하다. 유럽 성평등 연구소(European Institute for Gender Equality)는 차이를 좁히면 10년 안에 유럽연합(EU)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per capita)을 3%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정책이 실질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고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

사진=ChatGPT

STEM 분야 성별 격차 해소, 경제 발전 ‘원동력’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 교육자의 존재와 여학생들의 기술 학교 진학 간 관계를 다룬 연구다. 더 많은 여성을 고용하면 여학생들의 참여도 늘어난다는 연구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이는 공감(empathy)과 자극(inspiration), 또는 상관관계(correlation)와 인과관계(causation)를 혼동하고 있다. 해당 연구가 모든 여성 교육자를 동일하게 취급하면서 간과하고 있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신뢰성(credibility)이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고취하는 것은 단순히 같은 성별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아니다. 그보다는 그들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이미 이룬 사람을 보는 일이다. 명망(prestige)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성별이 동일하지만 학생의 포부를 함께 나눌 수 없는 교육자는 지원과 이해의 역할을 할 뿐 학생이 지닌 가능성의 영역을 확장해 줄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술 기업의 여성 엔지니어는 ‘성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손 닿는 곳에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해당 분야에서 성공 거둔 ‘멘토’ 필요

2014년 미국의 10개 대학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엘리트 여성 과학자를 접한 학생들이 공학 분야에 남을 가능성이 40% 증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9년에 발간한 맥킨지 보고서도 유력한 여성 경영진이 이끄는 기업에 다니는 여성들이 해당 분야에 남을 확률이 그렇지 못한 이들보다 2.5배 높다고 얘기한다.

멘토 유형에 따른 영향력
주: 하위권 기술학교 여성 강사(좌측), 명망 있는 여성 멘토(우측), 여성 STEM 분야 참여 증가율(%)(Y축)

이는 단순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유럽의 경우에 대입하면 25%의 교직원을 명망 있는 여성 교육자로 대체하면 이번 세기에만 STEM 분야 여성들의 소득을 410억 유로(약 65조원) 증가시킬 수 있다. 성평등이 아니라 경제적, 재정적 전략의 성과다.

물론 재정 상황이 열악한 하위권 교육 기관에서 근무하는 여성 교육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은 학생들이 편견과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도록 돕는 ‘감정적 완충 기능’(emotional buffering)을 수행한다. 연구에 따르면 확신을 북돋우는 교사의 한마디가 여학생의 수학 성적을 18% 올릴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감정적 지원은 거기까지다. STEM 분야에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여성을 직접 보지 못하면 여학생들은 무의식적으로 환경적 한계에 스스로의 목표를 가두는 경향을 보인다. 재능 있는 여학생이 해당 분야에 머물기는 하지만 최고의 잠재력을 끌어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여성 교육자, ‘인원’이 아닌 ‘영향력’

그런 면에서 여성 교육자의 존재가 자동으로 여학생들의 진학과 참여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는 다른 영향 요인들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다. 학생들이 이미 자생력을 가지고 있거나 가족의 지원 또는 취업 행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수들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한다면 여성 교사의 영향력을 정확히 판별해 낼 수 없다.

게다가 그런 단순한 결론은 정책적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 교육자들의 영향력과 위상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만 골몰한다면 서류상으로는 좋은데 실질적 효과로 연결되지 않는 탁상공론에 자원을 낭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더 효과적인 해결책은 학생들의 경험과 감정적 지원을 결합하는 것이다. 먼저 여학생들에게 엔지니어, 발명가, 기업가, 책임 연구원 등의 유력한 여성 멘토들을 화상 대화나 인턴십, 케이스 스터디 등의 방법을 통해 직접 접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이들만이 실제 성공이 무엇인지 느끼게 해주고 지향하는 목표가 근거리에 있음을 실감하게 할 수 있다.

기존 교육자들에게는 학생들의 목표 의식을 강화할 수 있도록 훈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의 안내자로서 학생들에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피드백을 해석하며, 원대한 목표를 실행 가능한 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감정적 지원을 통해 지속적인 목표 의식을 고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질적 지표로 ‘교육 성과’ 평가해야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연구에 따르면 명망 있는 멘토만 제공할 수 있다면 성별은 학생들의 성취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지금까지 이룬 업적이 영향력을 결정한다. 여학생들은 비슷한 사람을 보고 싶은 게 아니라 앞서가는 이를 갈망하는 것이다.

훌륭한 여성 멘토가 모자란다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절대적 부족이 아닌 조율의 문제다. 요즘 세상에 글로벌 기업 엔지니어와 수백 명의 학생들을 연결해 주는 일은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은가.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 기관들이 스스로의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일 것이다. 여성 교육자 채용 인원이 아니라 STEM 분야 여성 인력 고용과 경력 발전, 혁신, 임금 인상 등 실질적인 성과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자면 성과 지표도 특허, 논문, 소득, 조직 내 역할 등으로 변해야 한다.

여성의 STEM 분야 참여를 높이는 것은 시작이지 끝이 아니다. 해당 분야에서의 성별 차이를 줄이고 더 많은 여성이 사회와 경제에 공헌하게 하려면 양이 아닌 질에, 시늉이 아닌 개입에 집중해야 한다. 여학생들에게 ‘너희도 STEM 분야에 진출할 수 있어’가 아니라 ‘너희도 변화를 이끌고 성공할 수 있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마리아 파올라 세비야(María Paola Sevilla) 칠레 카톨리카 대학교(Universidad Católica de Chile) 부교수 외 2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Female teachers help reduce gender gaps in STEM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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