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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기술 패권 경쟁에 줄타기 나선 TSMC, 해외 공장 적자에도 美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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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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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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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애리조나·구마모토·드레스덴 공장 모두 적자
中 난징 공장은 3년 연속 흑자에 사상 최대 이익 달성
트럼프 관세 압박 속에 대미 투자 1,000억 달러 확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지난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최대 규모의 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 난징 공장에서는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렸다. 이러한 상황에도 TSMC는 올해 3월 발표한 대로 미국에 총 1,650억 달러(약 237조원) 규모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는 미 행정부의 강경한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의 균형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美 애리조나 공장, TSMC 해외 생산시설 중 최대 손실

21일 대만 경제일보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이 지난해 영업손실 143억 대만달러(약 6,315억원)를 기록하며 해외 생산기지 중 최대 손실 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2020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120억 달러(약 17조2,000억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4분기 애리조나 팹 21에서 4나노 공정 양산을 시작했다. 경제일보는 올해는 애리조나 팹 21이 본격적인 양산에 진입하는 해지만, 생산으로 손실 폭이 축소될지는 불확실하며 투자 확대와 더불어 손실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TSMC의 일본 자회사 JASM이 운영하는 구마모토 공장도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43억8,000만 대만달러)을 기록하며 부진을 이어갔다. 독일 드레스덴 공장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TSMC의 해외 공장 대부분이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TSMC의 해외 공장 중 수익성이 가장 돋보이는 곳은 중국 난징 공장이다. 2018년 가동을 시작한 난징 공장은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259억5,000만 대만달러(약 1조1,400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난징공장은 최근 3년 연속 200억 대만달러 이상의 이익을 올리는 등 수익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건설 중인 TSMC 애리조나 공장/사진=TSMC

기존 애리조나 공장에 더해 총 1,650억 달러 투자 발표

다만 TSMC는 미국을 비롯해 해외 생산시설에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3일 웨이 저자 TSMC 회장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1,000억 달러(약 143조5,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팹 시설 3곳, 패키징 공장 2곳, 그리고 연구개발(R&D) 센터 1곳을 추가 건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약속한 650억 달러 규모의 애리조나 공장 건설 계획과 합치면 TSMC의 총투자 규모는 1,650억 달러로 불어난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투자 결정은 TSMC는 물론 미국에도 엄청난 일"이라며 "수천 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AI) 반도체는 이제 미국에서 만들어질 것이며 그 가운데 상당 부분을 TSMC가 생산한다"며 "이것은 경제 안보는 물론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TSMC가 아주 안전한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세워 생산라인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웨이 회장은 이 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지원법에 따라 TSMC의 대미 투자에 대응해 66억 달러의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투자금(650억 달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기간 내내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원을 비판하며,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보조금 대신 수입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해 대미 투자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TSMC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보조금이 철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돼 왔다.

관세 협상의 최전선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대변해 온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올해 1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보조금 지급을 약속할 수 없으며 제대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TSMC의 투자 발표 행사에서도 "TSMC가 이번에 미국에 추가 투자를 결정한 것은 보조금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때문"이라며 "그들은 관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 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 미·중 패권 경쟁 속 공급망 유지에 주력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TSMC의 대규모 투자 발표 이후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는 TSMC가 1,000억 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지 나흘 만인 지난달 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만의 반도체 산업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거의 전부가 대만에 집중돼 있다"며 "일부는 한국에도 있지만, 대부분 대만에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과 한국에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의 60% 이상이 몰려 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미국 내 추가 투자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기조에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양국에 거점을 유지하며 '줄타기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행보가 정치적 균형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의 첨단 장비와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하고 있는 데다 AI 반도체 수요의 약 60%가 미국 기업에서 발생해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와 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 중국은 최대 반도체 소비 시장으로 최근에는 패키징 공정의 핵심 거점으로도 자리 잡았다.

이처럼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투자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양국의 압력에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들여 첨단 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중국 시안에서는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미국 기업인 엔비디아와 AMD도 생산은 대만, 설계는 미국에서 진행하며 공급망을 분산하고 있다. 미 애리조나주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인 TSMC 역시 중국 난징에 28나노급 공장을 유지하며 현지 고객 수요에 대응 중이다.

특히 TSMC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와 맞물려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은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AI칩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는데 TSMC는 규제 시행 전에 중국향 출하를 선제적으로 중단하며 미 정부의 요구에 적극 대응했다. 하지만 동시에 TSMC는 자사 반도체가 제재 대상인 화웨이 등 중국 기업에 완전히 유입되지 않는 것을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연차보고서에서 이 같은 한계를 명시하며, 미국의 수출 통제가 현실적으로 완전한 차단은 어렵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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