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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서 베트남으로 옮겼는데 또 관세폭탄, 韓 기업 전략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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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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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럭시 절반 베트남서 생산
한세실업 등 의류기업도 위기감 고조
美·中에 끼여 현지사업 불확실성 확대

국내 스마트폰, 전기·전자, 의류 기업들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차세대 생산 기지로 낙점했던 베트남이 최대 46%의 고율 관세 폭탄을 맞으면서 국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내 생산을 늘리거나 국가별 물량을 조절해 대응하는 곳도 있지만 그간 이 지역에 상당한 투자를 진행해 온 터라 대응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LG 등 베트남 공장 비상

2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TV, 전장 부품 등 주요 제품 상당수를 베트남과 중국·인도 등에서 생산한다. 이 중 미국이 베트남에 부과한 관세율은 46%로 다른 국가보다 높다. 베트남은 2,600여 개 한국 기업과 1만여 개의 사업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한국의 ‘제1 생산기지’다. 낮은 인건비,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는 베트남에서 한국 기업들은 그간 성장동력을 모색해 왔지만, 최근 관세라는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1989년 베트남에 진출한 삼성전자는 중국 외 지역으로 글로벌 제조 거점을 확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시절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많은 경쟁 기업들이 베트남을 생산 기지로 삼았다. 삼성전자의 이런 선제적인 움직임은 베트남을 최대 외국인 투자국이자 수출국으로 만들었다. 리서치 기관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연간 전 세계에 판매하는 2억2,000만 대의 스마트폰 중 약 60%가 베트남에서 생산되며, 이 중 상당수는 미국 시장으로 향한다. 미국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2위 시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베트남산 제품에 대해 최대 46%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 부과를 검토하면서 베트남에 대한 삼성전자의 높은 의존도는 오히려 위험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90일간 관세율을 10%로 동결함에 따라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시장은 오는 7월 미국의 고율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삼성전자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가까스로 관세를 피했으나, 반도체를 조립해 만든 스마트폰·냉장고 등의 하드웨어는 관세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베트남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등이 관세로 인한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내다본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대미 스마트폰 수출분 전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기준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6%포인트 줄어들 것”이라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처럼 애플이 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면 (삼성전자는) 가격 인상조차 어려워져 영업이익과 점유율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OEM 많은 의류업계도 직격탄

의류 업계도 발을 구르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중국과의 무역분쟁을 피해 베트남 공장의 몸집을 키워왔는데, 상호관세로 인해 수주는 물론 공장 가동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서다. 베트남에서 공장을 가동 중인 한세실업, 영원무역은 대미 수출 비중이 각각 85%, 60%에 달한다. 베트남 공장을 보유한 OEM 업체의 한 관계자는 “베트남 생산량이 워낙 많다 보니 중남미 공장으로 물량을 넘기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며 “캄보디아(49%), 방글라데시(37%) 등 타 동남아 지역의 상호 관세율도 높아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의류는 관세 부과가 가격 인상 및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긴장감이 더 높다. 미국 컨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비자신뢰지수는 92.9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섬유·의복 기업은 관세 발효도 문제지만, 관세 영향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생산 수요가 줄게 될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 미국으로 이전 고심

이에 베트남에 진출한 일부 국내 기업들은 베트남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효성TNS 미국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 낸시 게일 대니얼스(Nancy Gail Daniels)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대응책에 대해 "한 가지 옵션은 제조 시설을 노스 텍사스로 이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텍사스주 어바인에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해당 시설에서 ATM 조립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필요 사항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도 효성TNS는 미중 무역 분쟁으로 부품 수입 가격이 오르며 피해를 겪은 바 있다. 대니얼스 COO는 "약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 상당의 부품을 샀는데 관세가 174%나 매겨져 거의 20만 달러(약 2억8,000만원)를 추가로 내게 됐다"며 "경제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걸 알아 그 부품을 반송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게 회사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며 미국 생산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베트남 하이퐁에서 세탁기와 전장 공장을 가동 중인 LG전자도 미국 이전을 고민 중이다. 베트남에서 생산 중인 세탁기 물량 중 일부가 북미로 수출되는데, 이 물량을 미국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관세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테네시주에 공장을 지은 바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 내 공장과 이번 관세 대상에서 제외된 멕시코 공장에서 최대한 물량을 소화하는 것이 1차 계획”이라고 밝혔다. 1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한 LG전자는 관세 영향에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대비 6.5% 하향 조정했다.

일부 기업들은 당분간 베트남 정부의 관세 협상 등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물밑에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데다 베트남 공장을 대체할 만한 생산기지를 찾기도 어려운 형편이어서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관세율 인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또 럼(Trong Lam)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대미 관세를 0%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에 따르면 베트남에 부과된 46% 관세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베트남 GDP가 5.5%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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