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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기업가치' 유니콘 에이블리, 中 알리바바 투자에도 5년째 완전자본잠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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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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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 3조원 인정받으며 유니콘 등극
구주 매각 제외하면 실제 투자 규모는 200억
사진=에이블리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5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현금흐름 악화와 셀러 정산 부담이 겹치며 유동성 리크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이어오며 외형 성장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과 재무 건전성 확보에는 실패하면서 기업 체력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해 말 중국 알리바바 그룹로부터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았음에도, 해당 투자금이 자본구조 개선이나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셀러 미지급금 800억원 넘어, 유동성 우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에이블리는 자본총계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갔다. 완전자본잠식은 누적된 적자 규모가 납입자본금, 자본잉여금 등을 초과해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를 말한다. 에이블리는 지난 2019년 자본총계 -124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뒤 2020년 -384억원, 2021년 695억원, 2022년 744억원, 2023년 -543억원, 2024년 -522억원으로 5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은 2,222억원, 영업손실은 154억원을 기록했다. 2023년 에이블리는 창사 이래 첫 연간 흑자(영업이익 33억원)를 냈지만, 1년 만에 적자 구조로 되돌아갔다. 2024년 매출(3,343억원)이 전년 대비 28.8%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점을 고려하면, 외형 확대에도 수익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에 집중하던 패션 사업에서 뷰티, 식품,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매출은 성장했지만, 남성 패션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 투자로 적자 전환했다.

시장에서는 에이블리가 대규모 외부 투자 유치에도 자본잠식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재무 구조의 심각한 취약성이 드러났다고 우려한다. 지난해 에이블리는 알리바바 그룹으로부터 200억원의 전환상환우선주(RCPS) 투자를 유치했다. 해당 자금은 자본잉여금(주식발생초과금) 형태로 유입돼 회계상 자본 항목에 반영됐지만, 누적 손실 규모가 이를 압도하며 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했다. 지난해 에이블리의 순손실은 179억원으로 알라바바의 투자를 감안하면 실질적인 자본총계는 21억원 늘어나는데 그친 셈이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에이블리의 지난해 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28억원으로 전년(300억원) 대비 23.9%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환산하면 57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지난해 말 기준 3개월 내 정산이 예정된 셀러 대상 미지급금은 834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695억원), 단기금융상품(221억원)을 모두 동원해야 충당 가능한 수준으로, 단기 유동성 압박이 상당하단 점을 방증한다. 지난해 7월 발생한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처럼 유동성이 막히는 순간 채무불이행 리스크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실제 투자금과 中 자본 유치 두고 갑론을박

알리바바의 투자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에이블리는 알리바바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티메프 사태 이후 국내 이커머스업계에서 이뤄진 최대 단일 투자이자, 알리바바가 한국 플랫폼 기업에 지분을 확보한 첫 사례다. 해당 투자를 통해 에이블리는 기업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다. 알리바바가 1,000억원을 투자한 사실 자체는 부인할 수 없지만, 이 중 800억원은 기존 투자자의 지분을 매입하는 구주 매입에 사용돼 실질적으로 에이블리가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신주 발행 금액은 200억원에 불과했다. 직접 활용 가능한 자금이 제한적인 만큼 투자 유치의 실질적 의미는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2,000억원대 누적 적자를 떠안은 에이블리 입장에서 200억원의 투자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일각에선 알리바바의 투자가 양날의 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최근 이커머스업계를 중심으로 중국 자본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도 데이터 유출, 저품질 제품, 유해 성분 등 중국산 재화에 대한 거부감이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 오늘의집, 지그재그, W컨셉 등 국내 주요 플랫폼들이 이런 우려를 반영해 이미 알리바바의 투자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에이블리가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은 것은 대외적인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부담을 주는 선택으로 평가됐다.

더 큰 문제는 구주와 신주의 발행가 기준으로 추산된 기업가치의 차이다. 신주 기준으로 에이블리의 기업가치는 3조2,000억원으로 평가됐으나, 구주 기준으로는 6,000억원에 불과했다. 이런 차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주 기준으로 에이블리가 3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사실이나, 몸값을 부풀려 지분을 확보한 알리바바에 어떤 전략적 의도가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알리바바, 韓 시장 교두보로 에이블리 활용

알리바바는 에이블리를 선택한 이유로 에이블리의 독창적 사업모델을 꼽았다. 에이블리는 2018년 모바일 앱 출시 이후, 셀러를 직접 창출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기존 오픈마켓 모델이 셀러의 자율 운영을 기반으로 한다면 에이블리는 상품 기획·재고관리·배송·반품 등의 모든 유통 과정을 플랫폼이 일괄적으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인플루언서 셀러가 동대문 상품을 활용해 사진 한 장을 올리면 에이블리가 다른 모든 걸 대신해 주는 식이다. 

초창기에는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정책으로 인플루언서들을 끌어모으면서, 상품 다양성이 확대되고 소비자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됐다. 이후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사업 영역을 의류 외에 화장품·인테리어·식품 등으로 확장하며 1월 기준 900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확보했다. 이는 버티컬 커머스 업체 중 가장 많은 수치다. 알리바바 입장에서는 한국 이커머스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많은 사용자 기반을 가진 에이블리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에이블리 입장에서도 200억원의 신규 자금을 확보한 것 이상의 이득은 있다. 업계에서는 에이블리가 이번 투자를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에서 알리바바의 실질 투자액이 200억원이라는 점을 두고 투자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자, 에이블리는 2,000억원 규모의 신규 라운드를 준비 중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알리바바가 인정한 3조원이라는 기업가치는 중요한 협상 카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단순한 자본 유치 이상의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했을 가능성도 크다. 알리바바는 중국의 제조 인프라와 이를 전 세계로 배송할 수 있는 강력한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에이블리 입장에서는 알리바바의 역량을 적극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보다 큰 성과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에이블리가 동대문 생태계의 회생 가능성을 높여줄 적임자라는 점에서 알리바바와의 파트너십이 새로운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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