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HBM4 승부수 띄운 삼성전자, 내부 공감대 부족으로 인력 운용 난항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

수정

HBM 강화 목적 수시 잡포스팅 시행
파운드리 가동률↓, 여유 인력 발생
“장기 경쟁력 포기” 내부 비판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초격차 회복’에 팔을 걷어붙였다. HBM4 등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 역량을 제고해 경쟁사에 빼앗긴 시장 점유율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하반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제조 인력 일부를 메모리제조기술센터 등으로 전환 배치한 데 이어 이번에는 사내 자유계약(FA) 제도까지 시행하며 HBM4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에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파운드리 사업 위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모습이다.

직무 전환 기회 부여로 정예 인력 확보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지난 2일 파운드리 사업부의 공정과 설비, 제조 분야 인력 등을 대상으로 ‘수시 잡포스팅’ 공지를 냈다. 잡포스팅은 직원들에게 직무 전환의 기회를 제공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자유계약) 제도의 일종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일정 인원을 선별해 전환 배치를 추진하려고 했으나, 차세대 제품 개발 및 양산에 투입할 정예 인력이 필요하다는 일부 사업부의 요구에 공개 모집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번 인력 모집은 HBM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됐다. 메모리제조기술센터는 ‘차세대 HBM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강화’, 반도체연구소는 ‘HBM 및 패키지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글로벌 제조&인프라총괄은 ‘HBM 및 신제품 계측·분석·설비 기술력 강화’를 위해 인력을 충원한다는 게 공지의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인력 재배치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물론 만년 3위에 머물던 마이크론의 매서운 추격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엔비디아의 HBM3E 공급망에 진입한 마이크론이 기대 이상의 물량을 수주하면서 대대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HBM3E 품질 테스트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으로선 HBM3E 시장에서 입지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에 삼성전자는 차세대 HBM 시장의 격전지로 부상한 HBM4 품질 경쟁력 제고에 사활을 건다는 구상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HBM 공급량을 지난해 대비 크게 늘려 HBM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HBM4 시장에서는 HBM3E와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하반기를 목표로 차질 없이 개발해 양산하겠다”고 강조했다.

HBM4는 HBM의 연산 처리 등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 공정을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이를 바탕으로 로직 다이의 성능을 대폭 늘릴 수 있고, 고객사가 원하는 설계자산(IP)과 응용처에 알맞게 HBM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파운드리 공정 역량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 비교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상황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에서 2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수율 문제가 꼽힌다.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이 경쟁사에 비해 낮아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첨단 공정 수요 증가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삼성전자 HBM 로드맵/출처=삼성전자 뉴스룸

승승장구하던 D램도 주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에 올라섰고, 삼성전자는 34% 점유율로 2위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에 10%p 이상 뒤처졌던 SK하이닉스지만, HBM 시장에서 우위를 앞세워 삼성전자를 뛰어넘었다는 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D램시장 1위를 놓치게 된 것은 33년 만의 일이다. 삼성전자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비트(Mb) D램을 내놓으면서 도시바, NEC 등 일본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던 반도체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는 기술력 중심의 초격차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1998년 256Mb D램 양산, 2000년대 초반 1기가비트(Gb) D램 개발 등이 모두 세계 최초였다. 이 같은 초격차 전략은 2010년대까지 이어져 LPDDR 시리즈(저전력 D램) 상용화 등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이와 같은 기세는 2020년대 들어서며 한풀 꺾였다. 삼성전자가 2022년 HBM2E, 2023년 HBM3 양산에 들어가는 사이 SK하이닉스가 한발 빨리 HBM3, HBM3E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며 분전한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작년 3월 HBM3E 8단, 4분기 HBM3E 12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각각 공급하며 차세대 제품 개발은 물론 시장 조기 장악에도 성공했다.

삼성전자가 발열과 수율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HBM3를 건너뛰고 HBM4로 승부수를 띄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HBM4 개발과 양산에 성공할 경우, HBM4 이후 로드맵을 앞당겨 다시 한번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삼성전자는 올 1월 콘퍼런스콜에서 “HBM3E 16단의 경우 고객 상용화 수요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16단 스택 기술 검증 차원에서 샘플을 제작해 주요 고객사에 전달했다”면서 “1c나노 기반 HBM4는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기존 계획대로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부 간 갈등 격화 가능성, 장기 경쟁력 저하 우려

문제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번 인력 재배치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회사는 빅테크 수주 부진으로 남는 파운드리 인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내놨다. HBM 생산 확대를 위한 유연한 인사 운용 과정에서 메모리·파운드리 간 기술 시너지까지 도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파운드리 인재 유출로 기술 집중도가 저하해 가뜩이나 TSMC와 경쟁이 치열한 파운드리 사업이 더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운드리 가동률 저하로 인력 운용에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기술 개발을 담당할 숙련된 직원이 부족해지면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적자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지난해 하반기 메모리 사업부로 일부 인력이 전환 배치되면서 잔류한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공장 건설을 위해 파견됐다가 복귀한 인력들과 평택 P2, P3 라인 가동 중단에 따른 여유 인력을 6세대 10나노급(D1c) D램 등 최첨단 D램 부서에 집중 투입한 바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파운드리 직원들이 연쇄적으로 메모리 사업부로 이동하면서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메모리 사업부와의 임금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한 상황에서 전환 배치가 지속된다면, 사업부 간 갈등으로도 번질 수 있다”고 전했다. HBM4라는 차세대 격전지를 점령하기 위한 이번 시도가 자칫 장기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Picture

Member for

5 months 3 weeks
Real name
안현정
Position
연구원
Bio
[email protected]
정보 범람의 시대를 함께 헤쳐 나갈 동반자로서 꼭 필요한 정보, 거짓 없는 정보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을 사는 모든 분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