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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적 조직 정비 착수한 오픈AI 새 임원진 앞세워 '영리 법인화' 추진 전망 멈추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훼방'

오픈AI가 임원진을 대폭 개편했다. 영리 법인화 움직임 이후 핵심 인재들이 줄줄이 회사를 떠난 가운데, 한 차례 조직을 정비해 위기를 타파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오픈AI, 조직 구조 손봤다
24일(현지시간)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앞으로 브래드 라이트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비즈니스 전략, 기업 파트너십 등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올트먼 CEO가 맡아 오던 기업 경영 업무를 라이트캡 COO에게 넘겨준 것이다. 올트먼 CEO는 “나는 지난 9년간 라이트캡과 함께 일해 왔다”며 “앞으로 그가 확대된 역할을 맡아 더 많은 일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픈AI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최고연구책임자(CRO), 최고인사책임자(CHO) 자리도 신설했다. CRO로는 마크 첸 연구 수석부사장이, CHO로는 줄리아 빌라그라 인사 담당 부사장이 각각 임명됐다. COO의 역할이 확대되고 C레벨 임원진이 신설됨에 따라 올트먼 CEO는 개발자들의 연구를 강화하기 위한 기술적 측면에 더욱 집중할 예정이다. 앞서 오픈AI는 미라 무라티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회사를 떠난 뒤 후임자를 찾을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오픈AI의 대대적인 인사는 영리 법인화에 반기를 들며 회사를 이탈한 핵심 인재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해 2월 안드레이 카르파티 공동창업자, 5월 일리야 수츠케버 공동창업자가 퇴사했으며, 8월엔 존 슐먼 공동창업자가 오픈AI를 떠났다. 같은 해 9월에는 무라티 CTO까지 회사를 등지며 경영진 공백이 한층 심화했다.
오픈AI의 영리 법인화 시도
관련 업계에서는 오픈AI가 바뀐 임원진을 앞세워 영리 법인화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오픈AI는 지난 2015년 '모두를 위한 AI'라는 설립 취지 아래 비영리 조직으로 출발했으나, 지난 2019년 이후 연구 비용 문제로 인해 비영리 이사회가 통제하는 영리 자회사 ‘오픈AI 글로벌’을 설립했다. 오픈AI 글로벌은 AI 모델 개발 및 사업화를 담당하는 자회사로, ‘이익제한기업’이라는 독특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주요 의사 결정은 모회사인 오픈AI가 내리고, 상한선(투자 원금의 100배)을 초과하는 이익은 비영리법인에 귀속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영리법인 설립 이후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AI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이에 오픈AI는 비영리 이사회의 통제를 받는 기존 영리 자회사 법인을 보통 주식을 보유한 공익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공익법인은 공익적인 목적을 추구하는 기업이지만, 목적을 추구한다고 대중에게 선언할 뿐 이를 강제할 법률적 의무 사항은 없어 일반적인 법인과 큰 차이가 없다. 공익법인 전환 시 기존 이익제한기업 구조에서 적용됐던 수익 상한제 등이 철폐되며 자본 유치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영리 법인화 '결사반대'
다만 이 같은 계획이 순항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픈AI의 공익 법인 전환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현시점 가장 적극적으로 오픈AI의 행보를 저지하고 있는 이는 경쟁사 'xAI'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 CEO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2월 오픈AI를 상대로 영리법인 전환 중단 소송을 제기했다가 4개월 만에 취하했으며, 이후 같은 해 8월 동일한 이유로 재차 소송을 걸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픈AI 영리법인 전환을 임시로 중단시켜 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지난달에는 급작스럽게 오픈AI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당시 머스크 CEO가 이끄는 투자 그룹은 오픈AI를 통제하는 비영리 법인과 그 자산을 974억 달러(약 143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입찰서를 오픈AI 이사회에 제출했다. 머스크 CEO는 변호사 마크 토버로프를 통해 공개한 성명에서 “오픈AI는 과거처럼 오픈소스, 안전에 집중하는 모습으로 돌아갈 때"라며 "반드시 그렇게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올트먼 CEO는 머스크 CEO의 제안을 즉시 거절했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고맙지만 당신이 바란다면 트위터(현 X)를 97억4,000만 달러(약 14조1,600억원)에 사겠다”고 맞받아쳤다.
시장에서는 머스크 CEO의 인수 제안이 오픈AI의 영리 법인 전환을 방해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라는 평이 나온다. 오픈AI를 통제하는 비영리 법인의 직원은 단 2명이며,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기타 자산은 2,200만 달러(약 323억3,600만원)에 불과하다. 실제 가치가 높지 않아 영리 법인 전환 시 비영리 법인에 큰돈을 들이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머스크 CEO가 인수를 제안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머스크 CEO 측이 측정한 오픈AI 비영리 법인 통제권의 가치(974억 달러)가 '최소 가치'의 가이드라인이 된 것이다. 만약 향후 비영리 법인이 머스크가 제안한 것보다 더 낮은 가치로 오픈AI의 영리 법인으로부터 지분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 규제 당국의 조사를 받게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