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사내 독립기업 설립 2년 만에 분사 추진 존재감 없는 '다음'은 매각 가능성 제기 노조 "구체적 계획 없이 즉흥적인 결정"

카카오 노조가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을 운영하는 콘텐츠 사내 독립기업(CIC)의 분사 계획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다. 카카오 측이 콘텐츠 CIC의 분사가 검색·콘텐츠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노조 측은 노사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데다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영진의 실책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노조, 무분별한 분사 반대·임단협 결렬 예고
19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유니언이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광장에서 카카오 측이 발표한 콘텐츠 CIC의 분사 계획과 관련해 무분별한 분사 반대와 임금·단체협상 결렬을 예고하는 집회를 열었다. 앞서 지난 13일 카카오는 "다음의 본체인 카카오 콘텐츠 CIC를 분사하겠다"며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흡수 합병한 뒤 2023년 다음을 CIC로 분리했다.
이날 노조는 △일방적 결정 △고용 불안 △구체적 계획 부재 △매각 우려 등의 이유로 분사 계획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사전에 분사에 관한 노사 간 협의가 부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조는 "13일 두 차례에 걸쳐 콘텐츠 CIC 직원 대상 간담회가 진행됐지만, 이 자리에서 분사와 관련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사측이 분사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분사한 법인의 운영 방안과 직원 처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점을 비판하면서 분사 시행 시 직원들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 분사는 포장된 권고사직이자 구조조정"
분사 후 매각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날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사측이 13일 설명회에서 지분 매각 가능성을 열어 둔 만큼 구조조정이나 다름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카카오는 대부분 기업 분사 매각을 사모펀드에 의해 진행했다"며 "어떤 방식으로든 매각이 가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분사 조치로 콘텐츠 CIC와 업무적으로 직접 연관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검색 CIC, 케이앤웍스, 디케이테크인, 링키지랩 등 800명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고 있다"며 "간접적인 업무 담당자를 포함해 1,000명의 고용불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박영준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포털 다음의 법인 분리는 포장된 권고사직과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며 "지금 카카오 사태의 원인과 책임은 경영진에게 있는데 그들의 직책은 유지하면서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부당함에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소속 오치문 크루유니언 조합원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분사 경험을 언급하면서 "사측이 카카오 잔류 여부를 직원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자신이 일하던 부서에서의 이동, 리더의 설득과 호소는 생각보다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며 결정이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은 "콘텐츠 CIC 분사 계획을 공개한 타운홀 미팅 당시 '분사한 법인의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결정이며 콘텐츠 CIC 성장과 발전을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며 "지분 매각을 고려한다고 언급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분사의 구체적 운영 방안에 대해서는 조만간 설명회가 진행될 예정"이라며 "이후에도 계속 소통을 해나가며 최선을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모든 조치가 시작 단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CIC 분리 당시에도 매각 가능성 제기
포털 다음의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다음 사업부를 CIC로 분리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분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CIC 분리 당시 카카오는 "검색·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의 서비스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다음 사업부를 CIC로 운영하기로 했다"며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 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같은 해 카카오가 비핵심 사업을 정리해 자회사 수를 줄이는 등 경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면서 콘텐츠 CIC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다음의 매각 가능성이 계속해서 거론되는 배경에는 네이버, 구글 등에 밀려 포털 시장에서의 입지가 점점 약해지는 현실이 크게 작용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현실적으로 다음이 네이버, 구글과 더 이상 경쟁하시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이번 분사 조치가 재활성화보다는 핵심 사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정리 작업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로 다음의 검색엔진 점유율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다음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1.98%포인트 급락한 2.73%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모바일 앱 개편 효과도 미미하다. 콘텐츠 CIC는 올해 1월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했다. 하지만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다음 앱의 월평균활성사용자(MAU) 수는 지난 1월 783만8,781명에서 2월 737만7,538명으로 감소했다. 앱 개편 후 오히려 사용자가 46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