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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음·양극재 등 핵심소재 기술까지 수출 통제 범위 확대 갈륨·게르마늄부터 통제 광물 점점 늘어나 미·중 갈등에 '새우등' 터진 韓 제조업계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의 수출 통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갈륨, 게르마늄 등 핵심 광물에서 시작해 소재 기술까지 통제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산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국내 제조업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中, 배터리·반도체 소재 기술 수출 막는다
19일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정부가 핵심 소재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의하면 향후 중국 정부는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갈륨과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 생산 기술에 대한 무역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관련 기술을 해외로 이전할 때 중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식이다.
전기차의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 쓰이는 고성능 양극재 기술에 대한 통제도 강화된다. 산업 데이터 포털 마이스틸(Mysteel)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2025년 말부터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들 사이에서 널리 보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중국 정부는 알루미늄 가공의 부산물인 갈륨 생산 기술도 적극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 전례
이 같은 중국의 수출 통제 움직임은 지난 2023년 8월부터 본격화했다. 당시 중국은 국가 안보와 국익을 명분으로 갈륨·게르마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관련 품목 수출 시 중국 국무원과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수출업자들에 수입업자의 정보, 최종 사용자 등을 담은 자료를 제출하도록 명령한 것이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조치였다.
수출 통제를 본격화한 이후 중국의 게르마늄과 갈륨의 수출량은 급격하게 감소했다. 중국 세관 자료를 살펴보면 수출 통제 전 평균 2만kg을 소폭 밑돌던 중국의 반기별 게르마늄 수출량은 2023년 하반기 1만3,514kg, 올해 상반기 1만2,410kg으로 급감했다. 평균 4만kg을 상회했던 갈륨 수출량은 2023년 하반기 1만6,000kg, 지난해 상반기 2만kg까지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혼란이 발생할 만한 변화다.
이후로도 중국은 꾸준히 수출 통제 수위를 높여 왔다. 2023년 말부터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를 만드는 데 쓰이는 흑연의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으며, 자국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 가공 기술 관련 수출도 막았다. 지난해 9월에는 배터리·방염제·야간투시경·핵무기 등의 원료로 쓰이는 금속 안티몬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가 본격화했고, 지난 2월에는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가 시작됐다.

韓 산업계도 타격 전망
시장에서는 강력한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산 원자재를 대량 수입해 사용하는 국내 산업계가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37개 희소 광물의 대(對)중국 수입액은 70억3,200만 달러(약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8년 21억2,500만 달러 대비 3.3배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희소 광물 수입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23%에서 36%로 커졌다.
개별 광물의 수입 의존도를 살펴보면 상황의 심각성은 한층 더 두드러진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광해광업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마그네슘의 91%, 니오븀의 87%가 중국에서 수입됐다. 리튬(57%), 희토류(62%), 바나듐(51%), 텅스텐(77%), 갈륨(73%), 크롬(42%) 등도 최대 수입 의존국이 중국인 것으로 확인됐다.
핵심 광물의 국내 비축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기준 정부의 비축 확대 광종 13종 중 비축 목표치를 세운 광물은 갈륨과 희토류 등 2개에 불과했다. 비축 확대 희소금속 13종에는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광물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