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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자신감에서 기술 자신감으로, BYD “5분 충전에 400km 주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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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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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벤츠보다 훨씬 앞선 속도
안전성 확보 및 비용 절감은 과제
가격 이어 기술 경쟁에도 승부수
BYD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씰'/사진=BYD코리아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 업체 비야디(BYD)가 단 5분 충전으로 4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초고속 배터리와 충전소를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BYD가 오랜 시간 유지해 오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넘어 기술 혁신으로 승부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차세대 ‘슈퍼 e-플랫폼’ 공개

19일 외신에 따르면 왕촨푸 BYD 회장은 지난 17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초고속 배터리·충전소 ‘슈퍼 e플랫폼’을 소개했다. 왕 회장은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및 충전 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양산 승용차에 1,000V 고전압과 1,000㎾ 충전 전력을 제공한다” 면서 “차세대 모델부터 슈퍼 e플랫폼을 적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 회장은 슈퍼 e-플랫폼이 단 5분의 충전으로 400㎞를 주행할 수 있는 신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현재까지 공개된 테슬라와 메르세데스-벤츠의 기술력을 앞선 수치다. 테슬라는 15분 충전으로 275㎞를 주행할 수 있으며, 벤츠는 CLA 전기차 세단 기준 10분 충전으로 325㎞ 주행이 가능하다.

아울러 BYD는 중국 전역에 4,000개 이상의 초고속 충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많은 소비자가 주행거리 부족에 대한 불안을 이유로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만큼 최대 걸림돌을 없애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중국 자동차 분석가 조안나 첸 또한 “이번 신기술은 BYD의 차세대 자동차 수요를 더욱 끌어 올릴 수 있다”고 평가하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신호가 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초고속 충전에 따른 배터리 과열 등 위험 징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비용 문제도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지목된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400V 전기차 시스템에서 800V로 업그레이드하는 데 4,000위안(약 55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성비에만 머물지 않겠단 의지

오랜 시간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을 잠식해 온 BYD가 기술 경쟁에도 승부를 띄우면서 “테슬라는 기술력, BYD는 가성비”라는 공식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 같은 공식은 독일의 과학자들이 양사의 배터리를 모조리 뜯어 증명해 보이면서 업계 내 정설로 여겨져 왔다. 독일 아헨공대 전기차부품생산공학연구소는 테슬라의 4680 배터리와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를 해부해 기계적 디자인부터 크기, 전극 소재의 구성, 전기·열 성능을 평가하고 배터리 조립 과정과 원자재 비용도 함께 분석했다.

해당 연구에서 두 배터리는 설계 철학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의 배터리는 고에너지 밀도와 성능을 우선시하는 반면, 비야디의 배터리는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제조 비용을 낮추는 데 중점을 뒀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양극으로 안정성이 뛰어나고 원재료의 가격이 저렴하다는 특징이 있다. 리튬에 니켈·망간·코발트(NMC811)를 결합한 테슬라 4680 배터리가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것과 대비된다.

두 회사는 앞으로 상대의 강점을 적절하게 차용해 경쟁력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테슬라는 4680 배터리 종류를 다양화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배터리 전극 공정에 고체 소재를 코팅하는 건식 공정을 도입해 비용을 30% 절감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반대로 BYD는 올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더 이상 BYD가 저렴한 가격만을 앞세우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

‘배터리 강자’ 넘어 ‘전기차 No.1’으로

시장에서는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과 기술 향상, 적극적인 시장 공략 등이 BYD의 급성장을 이끌었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배터리 회사로 출발한 만큼 자체 배터리 생산을 통한 원가 절감, 수직 계열화된 생산 구조 등 장점이 많다는 평가다. 실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축소되는 상황에서도 BYD는 가격을 동결하며 시장 내 영향력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기술 혁신과 품질 개선으로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면서 브랜드 인지도 또한 동반 상승했다. 블레이드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투자와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은 결과다. BYD는 공격적인 해외 시장 확장과 제품 다변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럽과 동남아시아,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 현지 생산시설을 구축하면서 공급망을 최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나아가 하이브리드 차량 시장에서도 강세를 보이면서 전기차 전환이 더딘 국가에서 업계 1위 테슬라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BYD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BYD 자동차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차지한 비중은 58.5%에 달했다. 판매량만 따지면 248만 대를 훌쩍 넘어서는 성적이다. 2003년 설립 이래 지금까지 순수전기차만을 생산 중인 테슬라로서는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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