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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마케팅'의 명과 암, 정상급 모델 대신 차선책 검토하는 기업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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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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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 임영웅은 옛말?
불황에 가성비 추구하는 분위기
스캔들 없고 저렴한 가상인간 인기
사진=제주삼다수

유통가 광고모델 시장이 새롭게 열렸다.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모델을 재선정하려는 업체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모델 선정 기준도 예전과 바뀌었다. 높은 모델료를 지불해야 하는 톱스타급 모델을 선정하기보다는 몸값이 좀 낮더라도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을 끌어낼 수 있는 광고모델을 원하는 광고주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광고모델 선정 기준 변화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삼다수는 트로트 가수 임영웅과의 광고모델 계약을 종료하고 새 모델을 찾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이전까지 생수 시장 1위 기업의 이미지를 가져가기 위해 톱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트로트 가수 임영웅 전에는 가수 아이유와 모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 찾는 광고모델은 이전과 다르다. 지금까지는 모델 한 명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광고를 나서는 모델 중심 전략을 선보였지만, 이제는 소비자 참여를 끌어내는 공감형 광고로 방향을 바꿀 계획이다. 소셜미디어(SNS)상에서 인기가 좋고 호감도가 높은 인물들로, 여럿을 모델로 선정할 생각도 가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임영웅의 몸값이 2020년에 이미 국민 MC 유재석을 제칠 만큼 치솟았기 때문에 제주삼다수가 임영웅을 대신해 여러 명의 모델을 내세운다고 해도 비용이 적게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임영웅을 모델로 쓰려면 이미 지난 2021년 기준 연간 5억원가량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수 시장 1위 브랜드 제주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4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다만 후발주자와의 경쟁이 격해지면서 시장점유율이 40%를 밑도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임영웅을 모델로 쓰면 매출이 바로 오르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 대비 몸값이 워낙 올라 계산기를 두드렸을 때 예전만큼 극적인 효과를 본다고 느끼기 어렵다”며 “최근 내수 부진이 깊어지면서 광고비도 긴축 대상이 되고 있다”고 했다.

여름맞이 비빔면 시장 경쟁을 앞두고 배홍동 출시부터 함께했던 국민 MC 유재석도 광고 계약 연장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3월 배홍동은 유재석과의 광고 계약을 1년 연장했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가 없다”고 했다.

사진=CJ푸드빌

유통가, '사생활 논란' 김수현 지우기

최근 배우 김수현이 스캔들에 휘말린 것도 광고 시장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김수현이 맡고 있던 회사들이 광고 재계약에 나서지 않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지난달 고인이 된 김새론이 미성년자였을 때부터 교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게다가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가 생활고에 빠진 고인에게 7억원의 내용증명을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중의 지탄을 받고 있다. 식품·유통업계의 경우 광고모델이 곧 브랜드의 얼굴이기 때문에 연예인의 사생활 논란은 브랜드 신뢰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김수현 지우기'에 나선 곳은 CJ푸드빌이다. 지난 2012~2015년 뚜레쥬르 모델로 활동했던 김수현은 9년 만인 지난해 모델로 재발탁된 상황이었지만, CJ푸드빌은 이달 중순 김수현과의 계약 종료를 앞두고 재계약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뚜레쥬르 입장에서는 최근 회자되는 일련의 소문들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뚜레쥬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김수현과 관련된 모든 게시물이 내려간 상태다.

지난달 김수현을 창립 28주년 광고모델로 재발탁하고 '홈플런' 행사에서 김수현을 내세워 마케팅을 전개한 홈플러스도 김수현과의 빠른 손절을 택했다. 홈플러스는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앵콜! 홈플런 이즈 백' 행사에서는 광고에 김수현을 내세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기습적인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에 이어 브랜드 모델인 김수현 논란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초를 겪고 있다.

K2코리아그룹 스포츠 패션 브랜드 아이더도 김수현을 지웠으며, LG생활건강의 뷰티 브랜드 비욘드도 김수현의 광고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김수현은 이 밖에도 신한은행, 조 말론 런던, 쿠쿠, 샤브올데이 등 10개 이상의 브랜드 모델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사진=로지 인스타그램

버추얼 휴먼으로 모델 대체

이렇다 보니 아예 스캔들 위험이 없는 버추얼 휴먼(가상인간)을 광고모델로 기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247만 명에 달하는 미국 버추얼 휴먼 모델 릴 미켈라(Lil Miquela)는 2020년 한 해 광고 출연료로만 약 1,170만 달러(약 156억원)를 벌어들였다. 버추얼 휴먼 인플루언서 아이타나(Aitana)는 광고 수익으로 한 달에 많게는 1만 유로(약 1,450만원)를 받는다.

국내 가상 인플루언서인 '로지'도 17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며 각종 광고 영상을 따냈다. 지난 2021년 1월 신한라이프와 8월 쉐보레 전기차 숏폼 모델 등 광고에 출연하며 얼굴을 비췄다. 로지는 언론, 연예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확장 중이다.

광고모델로서 버추얼 휴먼의 또 다른 강점은 실제 인간보다 월등히 저렴한 몸값이다. 이를테면 한 국내 AI 업체에서 서비스하는, 특정 공중파 출신 아나운서를 모델로 해 만든 버추얼 휴먼은 월 이용료가 500만원 안팎이다. 경력이 비슷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초빙하면 보통 하루당 2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다. 실제 글로벌 패션업체 H&M은 광고에 버추얼 휴먼 ‘쿠키(Kuki)’를 활용해 비용을 90% 이상 줄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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