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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법정관리 후폭풍 대주주 MBK 향한 비판 계속 "자기 돈 적게 쓰고 책임 떠넘겨"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곧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점포 추가 매각 계획 및 폐점 계획을 담는다. 오프라인 자산 매각과 회생신청을 통한 금융 부채 경감으로 위기를 타개한다는 구상이지만, 시장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가진 부동산 자산이 4조7,000억원에 이른다 해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자산 매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비등하다. 또한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음에도 아무런 자구책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한 MBK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한 비판도 고조되는 모습이다.
MBK, 홈플 4개 점포 추가 매각 계획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회생개시 결정 이후 60일 이내 법률상 관리인(김광일 MBK 부회장)이 법원에 제출할 회생계획안에 4개 점포(중계점, 정관점, 동광주점, 유성점)에 대한 매각 계획을 담을 것으로 확인됐다. MBK는 최근 점포별 입지나 개발 여건 등을 고려해 매각 가치가 높은 점포 33곳을 추려낸 상황이다.
홈플러스는 현재 현금이 없어 당장 허덕이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번 돈으로 빚을 전부 갚긴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현금흐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2,374억원이었으나, 실제 현금흐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여기엔 임차료와 마찬가지인 연 1,500억원에 달하는 리스부채 이자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결국 홈플러스는 점포를 매각해 빚을 갚아야 할 상황이다. 전국에 126개의 점포를 운영 중이며 이 중 자가 소유한 점포는 60개, 감정평가액은 4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들 점포는 신탁자산이라 회생계획안과 별도로 처리할 수 있다.
홈플러스는 매각과 동시에 16개 점포의 문을 닫을 방침이다. 이를 통해 연간 600억원 수준의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19개 점포는 운영 효율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매출 하위권 점포 7곳을 시범점포로 선정해 면적 축소 및 고정비 절감 등을 진행했는데, 그럼에도 시범점포는 매출이 오히려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 측은 효율화 작업을 통해 연간 480억원의 현금흐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회생 직전 임금협상 마무리, 점포 매각 시 노사협의체 구성안 포함
홈플러스 점포 매각 계획은 MBK가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에 마무리한 협상안에도 포함돼 있는 내용이다. 지난 11일 홈플러스가 서울회생법원 재판부로부터 임금협상 체결 허가를 받은 만큼 지난달 잠정 합의한 임금협상 결과대로 집행이 가능해졌다. 앞서 홈플러스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 교섭에 돌입해 지난달 24일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사 잠정합의안은 △임금 평균 1.2% 인상 △현장 경력 수당(기본 2,500원 이후 매년 2,500원씩 가산) 신설 △호칭 변경 기준 개선 △점포 매각 시 협의체 구성 등으로 이뤄졌다.
이 가운데 점포 매각 시 협의체 구성 조항은 이번 회생절차 개시와는 별개로 지난해 MBK가 노동조합 측과 상의 없이 익스프레스 사업부문을 일방적으로 매각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 제기하며 명문화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홈플러스가 향후 회생 절차를 밟으면서 일부 점포를 폐점하는 등의 계획을 실행할 때 노조 측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MBK가 기업회생을 발표하고 구조조정과 점포 폐점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며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단결을 바탕으로 조합원의 권리를 지키겠다는 입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IB업계는 MBK가 홈플러스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하는 세일앤리스백(S&LB)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S&LB를 하면 임대료를 추가로 내야 하므로 수익성이 좋은 알짜 점포에 적용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전처럼 S&LB를 원활히 진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시장의 신뢰를 잃어버린 가운데 부동산 경기는 얼어붙고 오프라인 할인점 수익은 줄어드는 삼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특히 크기가 큰 대형마트는 마트 이외 용도로는 팔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매입에 관심을 둘 가능성도 낮다.

홈플 기습 회생신청 MBK, 운용보수 1조 챙겨
이에 IB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결국 노조를 무너뜨리기 위해 회생 신청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점포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 작업이 노조 반대에 부딪히며 난항을 겪자 법원을 이용해 투자금을 건지려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 측 역시 MBK가 남(법원과 채권단)의 손'을 빌려 홈플러스를 안락사시키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는 12일 발간한 '투기자본 MBK의 홈플러스 먹튀매각 시즌3 보고서'에서 MBK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3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3조2,000억원을 조달한 뒤 여러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해 매각하는 방식으로 천문학적인 차익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실제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하는 데 활용한 펀드 운용으로 1조원 안팎의 성과 보수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3호 펀드는 홈플러스 외에도 ING생명(오렌지라이프), 네파, 두산공작기계 등 국내기업과 중국기업(HKBN, 아펙스 로지스틱스), 일본기업(타사키·아코디아 넥스트골프)을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데도 활용됐다. MBK는 아코디아 넥스트골프를 1조원에 인수해 4조원에 팔아 3조원의 차익을 남겼고, 두산공작기계는 1조1,300억원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거뒀다. 오렌지라이프도 지난 2013년 인수 후 2018년 신한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2조원이 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3호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은 28%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손익이 실현되지 않은 홈플러스와 네파에서 손실이 확정된다고 해도 3호 블라인드 펀드의 전체 IRR은 최소한 15% 이상일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또한 MBK가 3호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면서 챙긴 보수도 상당하다. MBK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000만 달러(약 3,630억원), 성과 보수로 5억3,000만 달러(약 7,695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합계 1조1,325억원으로 11년간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다. 운용 보수는 펀드가 청산되지 않아 지금도 정기적으로 수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과 보수의 경우 통상 전체 15∼20%를 유보액으로 남겨둔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소 1조원 안팎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홈플러스가 MBK의 경영 실패로 핵심 점포가 매각되고 손실이 누적되는 와중에도 MBK는 관련 펀드 운용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기습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을 신청해 직·간접 고용인원 3만 명은 물론 1만여 개 납품사 및 외부 임대매장점주, 개인투자자들부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모두 위기에 빠뜨린 MBK에 대한 비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강등 이후 잠재적 금융 이슈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표면적인 이유로 내세우며 기업회생을 신청한 것부터 정상적이지 않다"며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MBK의 '대국민 기만극'이자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피해자 대책위원회도 김병주 MBK 회장을 겨냥해 "자구책 마련은 뒷전이고 서둘러 회생 신청을 해 부채를 단번에 털고 '먹튀 행각'을 벌이려던 것"이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