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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4개 주 매장에 새 일회용 컵 도입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 퇴비화 가능 ‘혹평’ 시범 도입에서 달라지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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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커피 전문점 스타벅스가 미국 내 14개 주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중단하고 친환경 원료로 만든 새 컵을 도입한 가운데, 일부 고객 사이에서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컵 소재에서 독특한 맛이 나 음료의 풍미를 망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에 게시할 사진을 찍기가 어렵다는 불만도 포착돼 눈길을 끈다.
“커스텀 음료 자랑 불가능해”
19일(이하 현지시각) 폭스뉴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달 11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워싱턴, 하와이 등 14개 주 매장에서 ‘컴포스터블(compostable) 컵’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컵은 플라스틱 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컵으로, 특수 성형 섬유로 제작돼 퇴비화가 가능하다. 외형은 흰색 종이컵과 유사하며, 질감 또한 종이컵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스타벅스는 따뜻한 음료는 종이컵에, 차가운 음료는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아 제공해 왔다. 하지만 이번 14개 주 매장 도입을 비롯해 컴포스터블 컵이 도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컴포스터블 컵은) 회사의 지속 가능성 목표를 향한 또 다른 걸음”이라고 정의하며 “폐기물을 줄이고 지역 시장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노력으로, 퇴비화 가능한 컵과 뚜껑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다소 미지근한 분위기다. 일례로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이 다수 게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불만은 컴포스터블 컵과 뚜껑의 결함에 대한 내용이다. 컵과 뚜껑이 허술하게 디자인돼 내용물이 흘러나온다는 지적이다. 또 새 컵이 음료의 맛을 해친다는 지적 또한 다수 눈에 띈다. 한 레딧 이용자는 “휘핑크림을 빨아들이기 힘들고, 뚜껑에서 이상한 맛과 질감이 느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게시물에는 “역사상 최악의 컵과 뚜껑”이라는 동조의 댓글이 달렸다.
컵이 불투명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 부적합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음료가 안 보이면 과시할 수 없어 사람들이 ‘틱톡 음료’를 주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원하는 레시피로 음료를 제조할 수 있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한 스타벅스 특성상, 기존 메뉴 외에도 색다른 메뉴를 주문 마실 수 있다. 이에 틱톡 이용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레시피로 주문한 음료를 적극적으로 공유했고, 틱톡 음료 또한 스타벅스를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은 바 있다.
이 같은 비판 여론에도 스타벅스 측은 “(컴포스터블 컵에 대한) 대안으로 고객은 텀블러 등 개인용 재사용 컵을 가져오거나 매장에서 세라믹 머그잔이나 유리잔에 음료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책이 장기적인 환경 보호 목표를 위한 과정임을 강조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파트너(직원)와 고객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혁신과 테스트, 피드백을 지속해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수 코팅 물질 유해 논란도
다만 여전히 많은 소비자는 스타벅스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는 컴포스터블 컵이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알라메다의 한 매장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당시 한 틱톡 이용자는 약 44초 분량의 영상에서 불투명한 흰색의 돔형 뚜껑이 달린 새로운 유형의 스타벅스 컵을 선보였다.
해당 이용자는 새로운 컵과 뚜껑을 UFO와 우주선에 비유하며 “(컵이 불투명해서) 앞으로는 (픽업대에서) 어떤 음료가 자신의 것인지 추측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영상은 이틀 만에 20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네티즌들은 “종이 빨대 쓰는 것도 지치는 데 종이컵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아이스 음료는 투명하게 보여야 하는데, 저 컵은 답답하다”, “맛이 변질될 것 같다”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종이 빨대나 종이컵의 방수 코팅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벨기에 앤트워프대학 연구진은 식료품점과 약국 등에서 사용 중인 39개 브랜드의 빨대를 대상으로 과불화화합물(PFAS) 함유량을 측정하는 연구를 수행한 결과, 전체 조사 대상의 69%에 해당하는 27개 브랜드에서 PFAS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PFAS는 장기간 노출되면 저체중이나 면역체계 약화, 나아가 신장암 및 간암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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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 도전
스타벅스는 이에 앞선 지난해 4월에도 플라스틱을 최대 20% 줄인 일회용 컵을 새롭게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프라푸치노, 리프레셔, 콜드브루와 같은 차가운 음료 판매가 늘어나면서 이들 음료를 담는 일회용 컵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에서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미국 내 매장에서 차가운 음료 매출 비중은 2013년 37%에서 75%까지 확대됐다.
당시 스타벅스는 “컵의 튼튼함을 유지하면서 플라스틱을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을지를 확인하기 위해 수천 번의 반복 테스트를 했다”며 “개발에만 약 4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롭게 개발한 일회용 컵 사용으로 연간 6,120t(톤)이 넘는 플라스틱 매립량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2030년까지 모든 포장재를 재사용, 재활용, 퇴비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