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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미국 제조업, ‘자동화’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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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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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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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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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자동화가 우선
주요 선진국에 로봇 도입률 ‘뒤져’
생산성 향상 없이 경쟁력 확보 불가능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국 정책당국이 고민하는 리쇼어링(reshoring, 생산 시설 국내 이전)의 성공을 가르는 요소는 관세나 보조금이 아니라 자동화(automation)다. 2023년 기준으로 미국 공장들은 제조업 인력 10,000명당 295대의 산업 로봇을 운용했다. 이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중국이 470대, 독일 429대로 크게 앞서며 한국은 1,000대를 넘는다. 결론은 단순하다. 높은 노동비용은 높은 생산성에 의해서만 상쇄될 수 있고 자동화가 없으면 미국산 제품은 여전히 비쌀 것이다.

미국 로봇 도입률, 한국의 1/3 수준

지난 2년간 미국에서는 제조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전 2년과 비교해 대략 두 배에 해당한다. 하지만 단위당 노동 비용(unit labor costs, 시간당 생산량 대비 노동 비용)이 작년에 3.3% 오른 데 이어, 올해도 이미 2%가 상승했다.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노동 비용 상승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장비 도입 비용만 늘리는 셈이다.

제조업 로봇 밀도 비교(2023년, 인력 10,000명당 도입 대수)
주: 미국, 독일, 중국, 한국(좌측부터)

단위당 노동 비용이 중요한 이유는 국내 생산의 경쟁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임금이 높더라도 1인당 생산량이 충분히 높으면 경쟁할 수 있지만, 문제는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이 임금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2023~2024년 기간 0.6%, 올해 중반까지 1.6%에 그쳤을 뿐이다.

미국 제조업 생산성, 임금, 단위당 노동 비용 증가율(%)(2025년 2분기, 전년 대비)
주: 노동 생산성(시간당 생산량), 시간당 임금, 단위당 노동 비용(좌측부터)

‘노동 비용 격차’ 줄이려면 자동화가 답

관세율을 높여도 차이를 줄일 수 없는 이유는 자본 비용을 높여 기계류 및 자동화에 대한 투자를 둔화시키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로봇 도입은 연간 노동 생산성을 0.36%P 높이고, 자동화율이 높은 국가가 리쇼어링에서도 경쟁력을 갖는다.

리쇼어링이 각광받게 된 것은 공급망 위험 때문이다. 2018~2024년 기간 해외 배송 도착 기간이 21일이나 늘어나며 재고 대비 매출 비율(inventory-to-sales ratio)이 높아지고 생산량이 감소했다. 어찌 됐든 미국 내 생산이 경제적으로 합리화되려면 단위당 비용이 해외 경쟁자들에 필적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자동화는 경쟁국과의 임금 차이를 한 번의 자본 지출(capital expenditure)과 운영 비용으로 전환해 단위당 노동 비중을 효과적으로 줄여 준다.

생산성 향상 없는 시설 투자는 ‘헛일’

구체적으로 자동화율이 높은 국가 대비 15~25%의 비용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향후 5년 동안 연간 1.5~2%의 생산성 향상을 이뤄내야 한다. 특히 전자제품 조립, 정밀 부품, 일부 식료품 및 소비재, 화학 제품을 포함한 핵심 분야가 중요하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로봇 비율을 늘리고, 비전 유도 시스템(vision-guided system)을 도입하며, 소프트웨어 기반 생산 라인 조정을 포함해 지속적인 최적화가 필수적이다.

미국의 로봇 주문량은 2023년 고금리로 인해 감소했지만 작년과 올해 상반기 식료품 및 소비재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의 주문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미국 공장들은 글로벌 경쟁자들보다 로봇 밀도는 물론 전반적인 장비 효율성 면에서도 열세에 있다. 칩 및 과학 법안(CHIPS and Science Act)을 통한 보조금 및 투자금에 대한 세액 공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한 제조업 세금 공제 등을 통해 공장 건설이 늘었지만 자동화 없이는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이 어렵다.

노동 집약적 공정부터 자동화해야

따라서 경쟁력 있는 리쇼어링을 추진하려면 다음의 요소들이 정비돼야 한다. 가장 먼저 노동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 공정을 자동화할 필요가 있다. ‘픽 앤 플레이스’(pick-and-place, 물체를 집어 다른 위치에 놓는 과정), 적재, 검사, 반복 조립 등이 그것이다. 서비스형 로봇(Robot as a Service, RaaS, 로봇과 로봇 시스템에 대한 구독 기반 모델)을 활용하면 중소기업도 지나친 자본 지출 없이 도입이 가능할 것이다.

다음은 소프트웨어다. 인공지능 활용이 가능한 로봇,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 작업 라인 및 공정의 가상 모델), 비전 시스템(vision system) 등으로 생산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개방형 표준 인터페이스 및 시험 환경도 소프트웨어 도입을 촉진하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자동화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변화시킨다. 자동화가 진행될수록 유지보수, 프로그래밍, 품질관리 등에서는 더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향후 미국의 제조업 인력 수요를 채우려면 훈련과 자격증 활성화를 통한 인력 육성이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보조금과 세액 공제는 로봇 도입률, 최초 합격 수율(first-pass yield), 자격증 등 측정 가능한 성과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자동화를 앞세운 리쇼어링은 정책 구호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된 실용적인 접근이다. 자동화를 위한 자본 투자와 소프트웨어, 인력, 제도의 보완을 통해 ‘미국산’(Made in America)을 허울만 좋은 마케팅 메시지에서 글로벌 경쟁력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한다. 관세가 단기간의 변화를 촉진하는 데 그친다면, 자동화는 장기적인 성공을 기약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Automation-First Reshoring: Paving the Way for Growth and Success by Making Labor Costs Vanish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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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