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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가 뒤흔든 다이어트 시장, ‘헬스케어 확장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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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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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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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관리→의학적 치료 중심
선택지 줄며 소수 경쟁 체제
‘포스트 위고비’ 시장도 열려

덴마크 소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출시한 다이어트 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상륙 1년도 지나지 않아 보조제 중심이던 기존 다이어트 시장을 빠르게 무너뜨린 모습이다. 소비자들이 검증된 효과와 안전성을 갖춘 치료제를 선택하면서 산업의 무게 중심이 의료 기반 관리 체계로 옮겨가는 가운데, 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까지 가속하는 양상이다.

1,000억원 규모 시장 압도적 장악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된 위고비는 출시 반년 만에 누적 매출 1,400억원을 넘어서며 현재 국내 시장 점유율 73.2%를 기록 중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위고비가 출고가를 인하한 만큼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간 위고비는 0.25㎎과 0.5㎎, 1.0㎎, 1.7㎎, 2.4㎎ 5가지 용량이 동일한 공급가로 제공됐으나, 앞으로는 용량별로 차등 판매된다. 이에 따라 40만~80만원 수준인 시중 판매가격도 최저 23만원 선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과거 국내 다이어트 시장은 각종 보조제와 식이요법, 운동 프로그램에 의존하는 소비자가 주를 이뤘다.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는 광고가 범람했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부작용 논란 또한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은 깊어졌다. 일례로 강력한 식욕 억제 효과로 인기를 끈 펜플루라민과 덱스펜플루라민은 심장 판막 질환 등 심각한 심혈관계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이 같은 폐해는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시장을 붕괴시켰고, 소비자들은 그럴 때마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식을 찾아 헤매는 악순환에 갇혔다.

위고비의 등장은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그 출발점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유사체다. 해당 호르몬은 음식 섭취 시 장에서 분비돼 췌장의 인슐린 생성을 촉진하고 혈당을 낮춘다. 동시에 위 배출을 늦춰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데, 이 작용이 비만 치료의 실마리가 됐다. 펜터민 등 기존 식욕억제제가 중추신경계에 직접 작용하는 방식과 달리, 자연 호르몬을 모방해 중독성과 금단 위험이 낮다는 점도 특징이다.

GLP-1 계열의 첫 비만 치료제는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로, 2018년 국내 출시됐지만 반감기가 24시간에 불과해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지난해 10월 등장한 위고비는 주 1회 투여만으로도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며 편의성을 크게 높였고, 비만 치료제 시장의 판을 바꿨다. 업계에 의하면 올해 1분기 국내 비만약 시장 규모는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한 상태다.

단독 지배 체제 지속 여부는 불투명

이처럼 위고비의 돌풍은 다이어트 시장을 단숨에 재편했다. 기존에는 수십 종에 달하는 보고제가 난립했지만, 이제는 의학적으로 검증된 소수의 치료제가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유명 인사들의 위고비 선택도 이 같은 흐름을 부추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2년 무려 14kg을 감량하며 다이어트 비결로 “간헐적 단식과 위고비”를 언급한 바 있으며, 유명 모델 킴 카다시안 역시 마릴린 먼로의 드레스를 입기 위해 위고비를 사용해 한 달 사이 7kg을 감량했다고 밝혔다.

다만 위고비를 둘러싼 부작용 사례도 속속 공개되는 양상이다. 삭센다와 위고비를 모두 경험했다고 밝힌 방송인 풍자는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그는 위고비 복용 이후 “‘밥을 반 공기밖에 안 먹었는데 만족이 되네’ 생각했는데, 갑자기 토했다”며 아무런 전조 증상 없이 구토를 했다고 말했다. 이후 모든 비만치료제 복용을 중단했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시장에서는 지금과 같은 위고비 단독 지배 체제가 지속될지 주목하는 모양새다. 위고비의 브랜드 인지도가 압도적이지만, 후발 주자들이 임상 효능이나 부작용 관리 측면에서 더 나은 데이터를 확보한다면 판도 변화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미국에 본사를 둔 일라이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또한 최근 국내에 상륙했다. 한국릴리 관계자는 “마운자로는 위고비와 동일하게 GLP-1 수용체를 자극하는데, 인슐린 분비 촉진 펩타이드(GIP) 수용체도 동시 자극하는 방식으로 자극해 감량 효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단순 비만 치료제 이상 파급력

나아가 위고비의 확산은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히는 출발점으로도 작용하는 모습이다. 위고비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소비자 사이에서 피부 처짐이나 근육 손실 같은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이를 해결하는 게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감량 이후 외모·건강 관리 수요가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포스트 위고비’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일례로 위고비 판매 증가와 함께 수요가 급증한 체형 리프팅 시술을 꼽을 수 있다. 살을 빼고 난 뒤 처지고 늘어난 피부를 관리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미국 성형외과학회(ASPS)의 조사에서 2022년 안면 거상술 건수는 3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엉덩이 리프팅 수술은 92%, 하체 리프팅 수술은 31% 증가했다. 팔뚝 리프팅 시술을 받은 이들도 20% 넘게 늘었다. 위고비는 미국 시장에서 2021년부터 판매됐다.

다이어트로 생긴 주름을 펴기 위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을 맞는 소비자도 급증했다. 제약 업계에 의하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 규모는 2019년 31억9,000만 달러(약 4조3,600억원)에서 지난해 121억 달러(약 16조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메디톡스, 휴젤처럼 톡신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냈으며, 대웅제약의 톡신 제제 ‘나보타’의 지난 1분기 매출는 전년 동기 대비 22.7%나 늘었다.

기업들도 이 같은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건강보조식품 업계는 감량 이후 영양 균형을 맞춰주는 제품을 앞다퉈 출시 중이며, 피트니스 업계는 체중 감량 후 체형 유지 프로그램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의료기관 역시 수술이나 시술 외에도 다이어트 이후 환자의 심리적 문제와 생활습관 개선까지 연계 관리하는 서비스를 확장하는 추세다. 위고비가 단순한 비만 치료제를 넘어 헬스케어 산업 전반을 재편하는 기폭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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