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생산 효율화 성공에도 ‘과잉 공급’ 덫에 걸린 중국 전기차 산업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수정

설비·공정 효율화에도 수익성 요원
中 자동차 업계 ‘성장 피로감’ 확산
중국산 회피 전략 택하는 기업 속속

중국 전기차 산업이 생산 효율화에 성공한 가운데, 과잉 공급으로 인해 수익성 위기에 빠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비야디(BYD)의 저가 전략은 단기 점유율 확보에는 효과를 냈지만,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며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남겼다는 진단이다. 이에 전기차 산업의 다음 단계는 단순한 가격 경쟁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수익 구조 재정립에 달려 있다는 분석 또한 나온다.

내수만으로는 감당 안 되는 수준까지 공급 증가

8일 중국 증권시보 등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수푸(李书福) 지리자동차 회장은 전날 충칭에서 개최된 중국 자동차 포럼에 연설자로 나서 “최근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은 매우 흥미롭지만, 일부 기업의 경쟁 방식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기는 거북한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이 과정에서 특정 업체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최근 대규모 가격 인하에 나선 BYD를 겨냥한 것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리 회장은 “오늘날 세계 자동차 산업은 심각한 생산 과잉 상태에 있다”며 “우리는 신규 자동차 생산 공장을 건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적 과잉 생산 능력을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 협력과 자원 간 조합을 추진해야만 숙련된 기술 노동자와 성숙한 품질 보증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는 과잉 생산 능력의 활용 효율을 제고하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 전기차 산업은 지난 수년간 눈부신 양적 성장세를 보여왔다. 다수의 기업이 대규모 정부 보조금과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전국 각지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확장했다. 이들 기업은 배터리 생산부터 조립, 완성차 출고까지 효율성을 극대화하며 ‘전기차 공장 자동화’라는 기술적 성과를 달성했다. 단순 생산력만 놓고 보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고 정교한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

문제는 넘치는 공급을 감당할 만큼의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과도한 공급은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렸고,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라는 역풍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더 많이 만드는 게 해법’이 되지 않는 시점에 도달했다는 분석 또한 제기된다. 더 이상 과잉 생산을 기반으로 한 시장 확장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거품이 걷히는 초기 징후”라며 “이제 공급 효율화는 ‘성장의 무기’ 단계를 지나 ‘수익성 파괴자’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BYD

BYD 가격 중심 ‘밀어내기’, 지속 가능성에 의문 부호

BYD 등 일부 업체가 내세운 저가 전략이 한계에 직면해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BYD는 1만 달러 안팎의 차량을 대량 생산하는 식으로 유럽과 동남아, 남미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며 가격 파괴 전략을 주도해 왔다. 이 때문에 기존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가격 경쟁력에서 상대적 열세에 몰렸고, 그 결과 BYD는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략은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그 한계 또한 명확하다. 이를 두고 인퉁웨(尹同跃) 체리자동차 회장은 7일 포럼에서 “건전한 경쟁 환경을 저해하고 유행에 편승하는 식의 가격 인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하며 “몇몇 업체의 경쟁적인 가격 인하는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독물을 마시는 ‘음짐지갈(饮鸩止渴)’에 가깝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BYD의 초저가 전기차 전략은 높은 기술력보다는 대규모 생산설비와 인건비 절감, 공급망 통합 등을 통한 ‘단가 절감’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이 반등하고, 배터리 기술 경쟁이 심화하면서 낮은 단가로 품질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글로벌 규제 환경까지 강화되면서 단순히 값싼 차만으로는 통과하기 힘든 안전·환경 기준 장벽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BYD는 판매량은 많지만, 단일 차량당 마진은 극히 낮은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BYD의 가격 공세가 중국 업체 전반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BYD는 지난달 말 시걸(SEAGULL), 실(SEAL) 등 주력 제품을 포함한 22개 차종 가격을 최대 34%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다른 기업들 역시 앞다퉈 가격 인하 경쟁에 뛰어들었고, 이는 산업 전체의 수익성 붕괴를 시사했다. 중국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이 둔화한 가운데 이 같은 출혈 경쟁은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의 질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현대차 현지화 전략, 중장기적 대안 되려면

중국 전기차의 공급 과잉 여파가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드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공급망 재구축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현지화 움직임에 한창인 현대차가 대표적 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 중이며, 현지 부품업체와 협력망도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조립 거점 확보를 넘어 중국산 부품 회피 및 대체 공급망 확보라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이러한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은 규제 회피 수단으로도 작동한다. 미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중국산 부품이 포함된 전기차에 대한 혜택을 제한하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도 매우 효과적인 방안으로 평가된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정치적·감정적 반감이 강한 만큼 ‘비(非)중국산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게 현대차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미국 외 시장에서도 유효할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선도 존재한다. 유럽, 동남아, 중동 등에서는 여전히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들 시장에서는 BYD 등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현지 생산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현대차도 결국 수입차가 되는 만큼 물류 비용과 세금 구조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 위기를 장기적으로 돌파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공장 이전 이상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각국의 규제 흐름, 소비자 정서, 생산비용 구조를 반영한 맞춤형 전략은 물론, 지속 가능한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이 핵심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허대식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현대차의 현지화 전략은 현시점에서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향후 세계 전기차 생태계의 방향성이 바뀔 경우, 그 전략 역시 끊임없이 진화해야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Picture

Member for

7 months 3 weeks
Real name
김민정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