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볼보, 인력 감축 계획 공개 전체 직원의 약 7% 해당 경제 불확실성 속 생존 위한 몸집 줄이기

스웨덴의 자동차 제조업체 볼보가 인력 감축에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 전기자동차 수요 둔화, 회사의 실적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볼보, 전 세계 인력 대상 구조조정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볼보는 “수요 감소에 대응하고 회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직원 감축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000여 명의 컨설턴트를 포함해 약 3,000개 일자리가 구조조정 영향권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4만3,800명을 고용 중인 볼보 전체 직원 대비 약 7% 수준의 직원 감축으로, 스웨덴에 있는 사무직들이 주요 정리해고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이번 감원 조치는 지난달 말 발표한 현금 유동성 확보 계획에 따른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발표된 관련 조치는 무역 장벽이 강화되고 전기차 수요 불균형으로 어려움을 겪는 볼보가 경영 안정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볼보의 인력 감축 발표는 지난 2023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회사는 스웨덴에서 최대 1,300개의 사무직 일자리를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
볼보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18억9,000만 달러(약 2조6,000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볼보는 성명에서 "이번 실행 계획은 자동차 산업이 외부 환경에 상당한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강력하고 탄력적인 볼보 자동차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관세·EV 수요 둔화·수익성 악화 등 영향
이번 인력 감축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및 전기차(EV) 수요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볼보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7.2%에서 2.3%로 급락했다. 글로벌 판매도 6% 줄었고, 주당순이익 역시 대폭 하락했다. 회사 측은 이 같은 실적 악화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가이던스) 발표도 보류한 상태다.
특히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구조조정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달 1일부터 EU에서 생산한 자동차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오는 7월 9일로 유예했지만 이미 25%의 기본 관세와 10~20% 상호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볼보는 생산의 대부분을 유럽과 중국에서 하고 있어 다른 유럽 경쟁사들보다 미국의 새로운 관세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앞서 볼보는 “관세 인상분 상당 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며, 벨기에산 EX30 등 주력 전기차의 미국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100% 전기차 전환’ 포기
전기차 전환 과정에 따른 시장 불확실성도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쳤다. 볼보는 올해까지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충전 인프라 부족, 각국의 보조금 축소 등으로 지난해 9월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내연기관차와 병행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이에 따라 투자와 인력 구조도 대폭 조정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 3월 전격 복귀한 하칸 사무엘손(Hakan Samuelsson)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한다. 사무엘손 CEO는 지난 2012년부터 10년간 볼보 CEO로 재직하다 2022년 회사를 떠났으나, 자동차 시장의 지정학적 복잡성이 증가하고 경쟁이 치열해지자 재임명됐다.
볼보는 “이번 구조조정은 수익성 회복과 미래 전기차 경쟁력 확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생산직 등 제조라인 인력은 유지하되, 연구·개발·기획·지원 등 사무직 중심으로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단기적으로 15억 크로나(약 2,200억원)의 구조조정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트럼프발 관세 충격과 전기차 시장의 불확실성이 유럽 자동차 산업 전반에 구조조정 압력을 키우고 있다”며 “볼보의 대규모 감원은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생존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