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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빼앗긴 점유율·기술력·공급망, 위기의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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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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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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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배터리 점유율 23.3%→18.7%
‘가성비 빼면 시체’ 이미지 탈피한 中
이차전지 패권 주도국 지위 상실 위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독주가 가속하는 양상이다. CATL과 BYD는 합산 점유율 55%를 넘기며 압도적 1·2위를 차지했고, BYD에 자리를 내준 한국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3위로 내려앉았다. 이런 가운데 CATL은 안정성과 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업체들의 마지막 보루인 기술 우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에 K-배터리 업계는 더 이상 점유율 회복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략 재편이 절실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내수 시장 압도한 중국 업체들, 글로벌 시장까지 잠식

8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3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은 41.6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다만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23.3%에서 4.6%p 하락한 18.7%로 집계됐다. 업체별로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각각 10.7%, 4.7%의 점유율로 나란히 3위와 4위를 기록했고, 삼성 SDI는 3.3%의 점유율로 7위에 그쳤다.

늘어난 배터리 사용량에도 한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줄어든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1위는 중국 CATL이다. CATL의 배터리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2% 성장한 84.9GWh를 기록했다. 그 결과 시장 점유율은 38.3%에 달했다. 테슬라, BMW,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CATL의 배터리를 채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BYD는 시장 점유율 16.7%로 CATL의 뒤를 이었다. BYD의 올해 1분기 배터리 사용량은 작년보다 62.0% 성장한 37.0GWh를 기록했다.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시장으로 빠르게 침투해 해외 점유율을 확보한 데 따른 결과다. 지난해 BYD의 전기차 판매량은 약 400만 대에 달했으며, 올해는 약 600만 대의 신차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장악과 관련해 SNE리서치 관계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관세 정책에도 여전히 중국산 소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망 재편과 원자재 확보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라며 “결국 한국 배터리 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와 유럽의 친환경 규제 강화, 중국의 가격 압박이라는 복합적인 환경 속에서 새로운 성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치린' 배터리 소개 영상의 한 장면/출처=CATL

CATL ‘화재·폭발 제로’ 입증

한국 배터리 업계가 중국에 밀리는 건 단지 점유율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기술력 격차마저 좁혀지고, 일부 영역에서는 오히려 중국이 앞선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CATL의 최근 기술 인증 성과다. CATL은 최근 자사의 주력 제품인 치린(Qilin) 배터리가 중국자동차기술연구센터(CATARC)의 엄격한 검증을 거쳐 전기차용 파워 배터리 안전 요건 ‘ GB 38031-2025’ 인증을 획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 3월 발표된 중국의 새로운 국가 표준 GB 38031-2025는 안전성을 대폭 강화한 게 특징이다. 핵심은 배터리가 열 폭주 상황에서도 화재나 폭발로 이어지지 않아야 하며, 연기가 발생하더라도 탑승자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표준이 화재나 폭발 발생 전 경고 신호만을 요구했던 것에 비해 한층 강화된 규정이다.

새로운 기준에 따라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더욱 까다로운 안전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는 배터리가 외부 충격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 평가하는 낙하 충격 테스트를 비롯해 300회에 달하는 급속 충전 사이클 이후에도 안전성을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고속 충전 테스트, 단락 발생 시 안전성을 검증하는 단락 테스트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테스트를 거친 치린 배터리는 CATL의 3세대 셀-투-팩(CTP, Cell-To-Pack)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72%에 육박하는 높은 용량 활용률과 최대 255Wh/kg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한다. CATL 관계자는 “치린 배터리의 특징인 안정적인 하중 지지 구조와 향상된 열 폭주 방지 기능 덕분에 새로운 안전 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때 가격 경쟁력만을 앞세우던 중국 배터리 산업이 이제는 자체적인 기술력으로 정면 승부에 나선 셈이다.

원가 경쟁력에서도 기술력에서도 지지부진

점유율 하락과 기술 격차 외에 한국 배터리 산업을 보다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건 주요 수요처의 이탈 조짐이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조달 전략을 보면 한국 배터리 3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중국산 배터리를 전략적 대안으로 채택하려는 흐름이 점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원가와 기술력 모두에서 경쟁력이 뒤처진다면, 굳이 한국산 배터리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중론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액 등 배터리 4대 핵심 소재의 점유율도 일제히 추락 중이다. 2023년 1분기 7.3%를 기록한 한국의 세계 분리막 시장 점유율은 작년 4분기 3.3%로 반토막 났고, 같은 기간 양극재(16.9%→11.5%), 전해액(10.2%→6.9%), 음극재(2.8%→2.5%) 점유율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한국이 잃은 점유율은 고스란히 중국의 몫이 됐다. 같은 기간 중국의 점유율은 양극재(71.7%→81.1%), 분리막(80.3%→88.9%), 음극재(87.0%→89.0%), 전해액(75.6%→76.7%) 등 모두 상승했다.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많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싹쓸이하고 있다.

업계에서 국산 배터리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짙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과 같이 중국산 소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는 납품가 변동이 발생할 때 우리 업체들의 대응 여력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 배터리 산업의 최대 과제는 ‘글로벌 1위 재탈환’이 아니라 ‘생존’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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