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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 소셜 미디어 통한 뉴스 소비 급증 페이스북 이용자, ‘극단적’ 정치 성향 차이 이용자 선택보다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이 ‘문제’
더 이코노미(The Economy) 및 산하 전문지들의 [Deep] 섹션은 해외 유수의 금융/기술/정책 전문지들에서 전하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담았습니다. 본사인 글로벌AI협회(GIAI)에서 번역본에 대해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20년을 거치며 소셜 미디어는 미국인들은 주된 뉴스 공급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포함한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즉각적이고 개인 취향에 맞춘 뉴스들은 공짜가 아니었다. 수많은 이들의 우려대로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분열도 시킨다.

소셜 미디어, 미국인들의 주요 ‘뉴스 공급처’
그런데 이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이들이 같은 뉴스를 다르게 해석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은 완전히 다른 뉴스를 소비하며 이 또한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구조 때문이다.
최근 연구는 인공지능(AI) 언어 모델을 활용해 미국의 100대 뉴스 매체가 제공한 1백만 개 이상의 기사들을 정치적 편향에 따라 분류했다. 여기서 극단적인 민주당 성향은 -2.5에, 극단적인 공화당 성향은 +2.5에 해당한다.
같은 매체도 기사 따라 ‘정치적 편향’ 갈려
여기서 재미있는 점은 기사들의 정치적 성향이 폭스 뉴스(Fox News, 우파 뉴스 매체로 구분)나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 좌파 뉴스 매체로 구분)처럼 미디어 간에만 보이는 게 아니라 같은 매체에 게재된 기사들 사이에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차이가 같은 매체 안에서 발생했다. 동일한 신문을 읽어도 기사에 따라 시각 차이가 크다는 얘기다.

주: 뉴욕 타임스(우측), 폭스 뉴스(좌측), 정치적 편향(X축), 비중(Y축)/출처=CEPR
전체적으로는 중립적인 기사가 40%로 가장 많고 좌파 성향의 기사가 우파 성향보다 두 배 더 많았다. 하지만 우파 성향의 기사는 빈도는 낮지만 한 번 등장하면 더 극단적이었다.

주: 정치적 편향(X축), 비중(Y축)/출처=CEPR

주: 민주당 스캔들, 기술, 경제·비즈니스·금융, 갈등·전쟁·평화, 사회복지 정책, 무역, 국가 안보, 과학 및 혁신, 교육, 선거, 총기 권리 및 규제, 범죄·법·정의, 건강 및 의료 시스템, 이민, 예산 및 정부 기능 중단, 노동 및 고용, 성 소수자 문제, 인종 문제, 양성 문제, 주택 및 도시 개발, 마약, 경찰 및 공권력 사용, 환경, 재난 및 사고, 공화당 스캔들(위부터), *1에 가까울수록 중점 보도 사항/출처=CEPR
페이스북 이용자 정치 성향 차이, ‘공화당 정치인 대 민주당 정치인’
그렇다면 페이스북에서 뉴스를 소비하는 미국인들의 정치적 성향 차이는 얼마나 될까? 소셜 사이언스 원(Social Science One, 하버드 대학교 내 연구 기관)이 플랫폼 내에서 기사 조회와 공유 결과를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워싱턴 타임스(The Washington Times, 극우 성향)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 중도 좌파 성향) 간 차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이는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미국 국무장관과 척 슈머(Chuck Schumer) 미국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트위터(X)를 통해 공유한 기사들의 차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페이스북은 이러한 정치적 차이를 단지 반영만 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킨다. 독자들이 페이스북에서 마주치는 기사는 구글 검색이나 직접 사이트를 방문해 읽는 뉴스보다 정치적 성향이 두 배 이상 강하다.
두 사람이 같은 뉴스 매체에서 기사를 읽는다면 둘 다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뉴스를 접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같은 매체 내에서도 정치적 성향이 다른 페이스북 이용자들은 각자 다른 기사에 쏠린다. 자신의 관점과 일치하는 뉴스들만 골라 읽음으로써 본인들의 정치 성향을 한층 강화하는 것이다.

주: 브레이트바트, 블레이즈, 에포크 타임스, 폭스 뉴스, 뉴욕 포스트, CNBC, 더 힐, ABC 뉴스, CBS 뉴스, 폴리티코, NBC 뉴스, USA 투데이, CNN, 비즈니스 인사이더, 뉴욕 타임스, 뉴스위크, 워싱턴 포스트, 헌팅턴 포스트, 애틀랜틱, MSNBC(위부터, 상단에 위치할수록 보수 성향 매체) / 정치적 편향(X축), 진보 성향 이용자(Liberal Users), 보수 성향 이용자(Conservative Users)/출처=CEPR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 정치적 편향의 ‘주범’
여기서 다가 아니다. 문제는 독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페이스북의 선택이다.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편향의 82%가 어떤 기사를 어떤 독자에게 보여줄지 결정하는 알고리즘에서 비롯된다. 플랫폼이 독자들의 관심을 대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념적 차이를 극대화하는 기사들을 골라 보여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극단적인 기사가 더 빨리 확산하는 것일까? 플랫폼에서 평균적인 기사들보다 100배 이상 많이 공유된 뉴스들을 보면 확실한 패턴이 발견된다. 견해가 극단적일수록 입소문을 탄다는 것이다. 논란이 많은 기고문이나 양극화된 논쟁, 정치 기사 등이 그렇다. 소셜 미디어가 이용자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모델(engagement-driven business model)이니만큼 논란은 도움이 된다. 편향적 기사들의 확산을 막을 수도 있지만 수익성에 방해가 될 것이다.

주: 전체 기사 수(좌측 Y축, 막대그래프), 100배 이상 공유된 기사 비율(우측 Y축, 선 그래프), 정치적 편향(X축)/출처=CEPR
연구는 소셜 미디어에 반향실 효과(echo chamber effect,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본인 의견을 강화하는 확증 편향)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오래된 논란에 대해서도 결론을 제시한다. 물론이다. 양극화는 발생하는 정도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에 의해 구조적으로 형성된다.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정보 생태계가 본원적으로 갈라져 있는데 어떻게 정보에 기반한 토론이 가능하겠는가? 사실관계보다 이용자들의 반응을 중시하는 알고리즘이 소셜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면, 기술을 바꾸든지 정보 검색과 공유 방식을 바꾸는 문화적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은 중립적이지 않다. 지금 보는 기사도 독자의 호기심이 아닌 정치적 성향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원문의 저자는 루카 브라히에리(Luca Braghieri) 보코니 대학교(Bocconi University) 조교수 외 3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rticle-level slant and polarisation of news consumption on social media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