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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 시스템에 개인 이념 투입” ‘백신 불신론자’ 美 복지장관, mRNA 개발 지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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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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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백신, 호흡기 감염 효과적 방어 못해"
백신 회의론자 장관 철학 정책에 반영
과학계 "생물학적 안보 능력 약화" 비판·우려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장관이 5억 달러(약 6,915억원) 규모의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계약을 취소하기로 하면서 의료·과학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번 결정은 케네디 장관의 오랜 백신 회의론이 연방 정책의 중심축으로 부상했음을 상징하는 일로, 과학 기반의 보건 정책 결정 구조가 이념 중심의 정치적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5억 달러 규모 22개 mRNA 백신 개발 중단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케네디 장관은 전날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데이터는 mRNA 백신이 코로나19와 독감과 같은 상기도 감염질환을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은 22개의 mRNA 백신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mRNA 활용의 백신은 코로나19 때 화이자(미국)-비오엔테크(독일)가 처음으로 개발 시도해 2020년 말 성공했다. 이 백신은 접종된 신체에 문제의 바이러스 파편을 생산할 것을 명령하고 몸 안에 바이러스가 생기면 항원항체의 면역 반응이 촉발되는 것이다. 기존의 전통적 방식으로는 백신 개발 및 임상실험에 수 년이 걸리지만 mRNA 방식은 수 개월 안에 만들어질 수 있으며 바이러스 변이체가 나오는 대로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케네디 장관은 코로나19의 mRNA 백신이 일반 접종을 시작한 2021년부터 이 기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노골적인 불신감을 표출했다. 이번에도 케네디는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및 독감 등 호흡기 질환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지 않는다', '이 백신은 바이러스의 변이 진화를 독촉하며 단 한 번의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백신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는 글을 올렸다.

과학자들은 케네디의 글들이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즉각 지적하고 나섰다. 인플루엔자 전문가로서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 국장을 지낸 릭 브라이트 박사는 “mRNA 생태계를 무너뜨리는 것은 미국의 대응 역량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라며 “세계 보건 리더십을 자진해서 내려놓겠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고 비판했다.

백신 자문위원 전원 물갈이도

케네디 장관의 정책 전환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위원 17명을 전원 해임하고 새로운 인사로 전면 교체했다. 표면적 사유는 '이해 충돌'과 '투명성 부족'이었지만, 새롭게 채워진 다수는 케네디 장관과 이념을 공유하는 인사들로 알려졌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를 단순한 인사 문제가 아닌, 과학적 자문 체계 자체를 무력화하는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미국의학협회 등 주요 단체들은 “객관적 절차를 무시한 월권”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일부 주정부는 연방 방침에 반기를 들며 독자적 대응에 나섰다. 뉴욕·캘리포니아·매사추세츠 등은 기존 예방접종 권고안을 유지하고, 건강보험 보장을 독자적으로 유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케네디 장관의 행보는 단순한 정책 조정보다는 '이념 주도형 보건 개입'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2023년까지만 해도 그의 주장은 백악관에서조차 '음모론적 발상'으로 치부됐고, 현실 정치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그가 보건 수장에 앉은 지금, 과거의 비주류 담론은 정부 정책의 중심축으로 올라섰다.

개인 신념의 정책화, 미 보건 위기 대응 능력 훼손

문제는 케네디 장관의 메시지가 개인 의료 선택권과 정부 불신이라는 코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팬데믹 당시 정부 개입에 불만을 품었던 유권자층 사이에서 초당적인 지지를 얻고 있으며, 반(反)제약·반정부 정서와 결합해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때 변방에 머물던 운동이 연방 정책으로 제도화되는 과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 역시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문기구 해체, 예산 삭감, 정책의 정치화를 개별 사안이 아닌 시스템 리스크로 규정한다. 보험 적용 범위, 학교 입학 기준, 국제 보건 협력 등 공중보건 전반에 걸쳐 파급력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를 축으로 삼던 CDC나 식품의약국(FDA) 같은 핵심 기관들조차 현재는 신뢰 회복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의료·과학계 안팎에선 이번 정책 전환이 남긴 후유증이 단발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공중보건 시스템은 연속성과 신뢰, 데이터에 기반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인해 그 근간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대응은 물론 향후 보건 위기 대응 체계 전반의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궁극적으로 이번 사태는 미래 보건 위기 대응 능력 자체를 저해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변이, 새로운 독감 바이러스, 혹은 또 다른 전염병의 출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학 중심의 접근이 필수적이지만, 케네디 장관의 현재 기조를 감안할 때 정치적 이해가 보건 정책을 좌우하는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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