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찾는 中 관광객들, '단기간·저비용' 여행 선호
"중국인들, 맥도날드에서 노숙하더라" 현지 비판 속출
홍콩 정부, '관광업 살리기' 나서

홍콩 관광업계에 '먹구름'이 꼈다.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들의 소비 행태가 급변하며 관련 산업 전반이 침체한 것이다. 홍콩 정부는 관광업 발전을 위한 대규모 계획을 제시하는 등 시장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中 관광객 흡수하는 홍콩

25일(이하 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단타 여행객들(special forces tourists), 홍콩으로 몰려들지만 지출은 줄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5월 노동절 황금연휴(1~5일) 동안 중국 본토에서 91만 명 이상이 홍콩을 방문했다”며 “겉보기에는 화려한 숫자지만, 실제로는 홍콩 관광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고속철도와 강주아오대교 등이 개통된 이후 홍콩을 찾는 중국 본토 관광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강주아오대교는 홍콩 국제공항 인근의 인공섬에서 시작해 중국 주하이와 마카오까지 이어지는 다리로 2018년에 개통했다. 지난해 홍콩을 방문한 중국 본토 관광객은 약 3,400만 명으로 2023년 대비 27% 늘었다.

문제는 중국 본토 관광객의 절반 이상이 '당일치기'로 홍콩을 방문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둔 여행사 오버시즈 투어 차이나는 FT에 “당일치기 여행이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한 여행사는 점심 식사와 교통비를 포함한 당일 단체 여행 상품을 138위안(약 2만7,0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대에 출시하기도 했다.

중국인들의 '거지 여행'

중국 관광객들의 평균 지출액도 2018년 2,400홍콩달러(약 42만원)에서 2024년 1,300홍콩달러(약 23만원)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중국인들의 소비력이 약해진 결과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18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여행 자금을 아끼기 위해 소위 ‘거지 여행(穷游·총요)’을 시도하는 중국인도 속출하고 있다. 이달 초 홍콩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콩의 대표적 관광 상권인 몽콕의 24시간 영업 맥도날드 매장에서 중국 본토 관광객 수십 명이 밤을 지내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지난 3일 오전 6시경, 맥도날드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짐가방과 함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잠을 자고 있었다"며 "이들은 음식 주문 없이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온 음료만 놓고 잠을 청했다"고 전했다.

몽콕의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점주 역시 지난 4일 소셜미디어(SNS)에 “전날 몽콕 거리가 인파로 붐볐지만, 가게는 6시 이후 손님이 한 테이블도 없었다”며 관광객들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 점주는 “인근 국수 가게에서 중국 본토 출신의 4인 가족이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국수 두 그릇만 주문해 가게 점원과 말싸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20여 분 가까이 지켜봤지만 싸움이 끝나지 않아 결국 내가 먼저 자리를 떴다”고 덧붙였다.

홍콩 경제 적신호

중국 여행객들의 이 같은 행태는 홍콩 경제 전반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광 산업은 금융, 무역, 물류, 전문 서비스업 등과 함께 홍콩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 분야 중 하나기 때문이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추정에 따르면 관광 산업이 홍콩 경제에 기여하는 비중은 2018년 4.5%에서 2024년 2.7%로 감소했다. 홍콩의 전체 소매 판매는 2025년 1분기 기준 전년 대비 6% 이상 줄었고, 같은 기간 사치품 소비의 척도인 보석 및 시계 판매도 12% 위축됐다.

홍콩 정부는 관광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홍콩의 문화체육관광부는 ‘홍콩 관광산업발전 청사진 2.0’이라는 제목의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해당 계획안에 따르면, 홍콩은 차후 지역 및 국제적 특성을 갖춘 관광 상품 개발을 개발하기 위해 문화, 스포츠, 생태, 메가 이벤트 영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고부가가치 숙박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시장별 방문객 포트폴리오도 개발한다.

플랫폼, 빅데이터, 인공지능(AI)과 같은 최신 정보 기술 활용도를 높여 관광객 편의 증진 및 경쟁력 개선에도 힘쓴다. 관광 서비스에 접목되는 디지털 기술 수준을 향상하고, 관광 명소에 '스마트 요소'를 추가해 방문객에게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인 여행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더해 관광 산업의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인재 유치 및 전문가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