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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테크] 규제만 있고 투자는 없는 ‘유럽 AI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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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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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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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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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AI 규제가 “혁신 저해”
‘자본, 기술, 인재’ 모두 미·중에 뒤져
“규제 멈추고 투자해야”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유럽은 인공지능(AI) 규제에서만 앞서 있고 경쟁에서는 한참 뒤처져 있다. 유럽연합(EU)이 세계 수준의 규제 전문성을 자랑하지만 기술 분야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에 자본, 컴퓨팅 파워, 인재 등 모든 면에서 압도당하고 있다. EU의 소비자 보호 및 윤리적 AI에 대한 지나친 강조가 유럽 내 혁신을 질식시키고 해외 기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

사진=ChatGPT

유럽, AI 경쟁력보다 ‘규제’에 집중

유럽은 2018년의 일반 데이터 보호 규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을 시작으로 인공지능법, 디지털 시장법, 디지털 서비스법 등을 통해 규제 범위를 개인정보 보호부터 플랫폼 관리 감독까지 넓혔다. 데이터 기반 자본주의에서 시민을 보호한다는 취지지만 매우 중대한 비용을 동반하고 있다.

작년 한해 유럽에서 AI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110억 유로(약 17조원)에 그쳤는데 이는 미국의 470억 달러(약 65조원)와 비교하면 일부에 불과하다. 복잡한 규제 환경이 큰 원인이다. 인공지능법에 의해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는 AI 제품은 규제 조건을 맞추는 데 330,000유로(약 5억원)가 든다. 초기 스타트업에는 임금이나 그래픽 처리 장치(GPU)보다 더 큰 비용이다. 돈을 혁신에 쓰는 게 아니라 서류 작업에 쓰는 셈이다.

장비, 클라우드, AI 모델까지 모두 뒤져

유럽의 AI 개발은 장비부터 최종 사용자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두 규제 대상이다. 하지만 응용 로봇 공학과 특수 소프트웨어를 제외하면 유럽은 장비, 클라우드는 물론 기본 AI 모델까지 미국과 중국에 한참 뒤처져 있다.

AI 공급망 순서
주: 장비 → 클라우드 컴퓨팅 → 데이터 트레이닝 → 기초 모델 → AI 애플리케이션

미국은 프런티어, 오로라, 엘 캐피탄 등 엑사스케일(exascale, 초당 100경 개의 수학적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에 해당하는 슈퍼컴퓨터가 여러 대인데 유럽은 핀란드와 스위스가 보유한 것 단 두 개만 글로벌 10위 안에 들어간다. 물론 그것들도 미국과 비교 대상은 아니다. 미국 빅테크들이 엔비디아 H100 칩이 십만 개 들어간 GPU 클러스터(GPU 장착 고성능 컴퓨터가 상호 연결된 시스템)를 만드는 동안 유럽은 비슷한 것도 시도하지 못했다. 유럽 연구자들은 돈과 자료를 보내면서 아마존 웹 서비스(AWS) 등 미국 클라우드를 빌려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 어찌 되겠는가? 데이터가 모여 강력해진 클라우드 플랫폼은 모델 학습을 통해 더 많은 데이터를 생성한다. 모든 승부가 규모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 역시 미국과 동아시아가 압도하고 있다.

AI 공급망 선순환 모델
주: 데이터(Data) →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resources) → AI 모델(AI models)

AI 벤처 투자 비율, 미국의 1/3

AI와 관련한 유럽의 투자와 인재 현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작년 4분기 현재 유럽 내 벤처캐피털의 9%가 AI 분야에 투자했는데 같은 시기 미국은 28%를 투자했다. 유럽에서 AI 전문가 수는 전체 근로자의 0.41%인데 이는 실리콘밸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해외 유출도 심각해 독일과 프랑스에서 훈련받은 엔지니어들이 첨단 칩은 많고 규제는 적은 미국, 두바이, 싱가포르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 혼자도 아니다. 적지 않은 투자금과 팀원들을 이끌고 떠난다.

게다가 빅테크들은 유럽 시장에 최신 AI 모델을 빠르게 출시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 작년 중반 메타가 라마(LlaMa, 메타가 개발한 고급 언어 모델) 출시를 보류했을 때는 그저 협상 전략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 스포티파이와 메타의 CEO는 모호하고 통합되지 않은 유럽의 규제가 AI 개발에 장애요인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비판이 거세지자 유럽 정책 당국도 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EU 내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AI 규제가 위험을 줄이지는 못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 규모와 AI 활용 정도에 따른 차등 규제가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미국은 반도체 수출 기업에 요구하는 것과 같이, 기준을 넘는 컴퓨팅 파워 사용 시 보고를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이 관료주의에서 벗어나고 미국이 보호 역할을 맡아준다면 차이가 좁혀질지도 모르겠다.

“규제가 혁신 방해해서야”

2030년이 되면 유럽이 처할 현실은 둘 중 하나다. 먼저 긍정적 시나리오다. EU는 친환경 에너지로 가동되는 세 개의 엑사스케일급 슈퍼컴퓨터에 투자해 관련 연구자와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고 벤처 자금 지원이 미국 수준에 근접한다. 부정적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EU 회원국들은 기존의 인공지능법에 각국 법률을 덧대고, 미국도 개별 주들의 법을 이어 붙여 규제하며, 중국은 데이터 이동 제한을 극대화한다. 결과는 시장 통합의 지연과 비용 상승, 글로벌 생산성 증가율 둔화로 나타난다.

부정적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유럽 정책 당국은 컴퓨팅 파워를 핵심 자산으로 간주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이는 모델 학습과 인재의 해외 유출도 막을 수 있다. 또 규제를 간소화해야 한다. 서류작업을 줄이고 투명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거대기업과 동일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규제를 차등화해야 한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높은 기준은 바람직하지만 혁신을 질식시켜서는 안 되며 이는 정책당국의 또 다른 직무 유기다. 이제 심판처럼 생각하기를 멈추고 선수가 되어 뛰어야 한다.

원문의 저자는 레오나르도 감바코르타(Leonardo Gambacorta) 국제결제은행(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직원 외 1명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Big techs’ AI empire | CEPR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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