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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선포한 농협, 유통사업 800억 적자 나자 구조조정 단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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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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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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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20% 예산 구조조정 착수
농협유통 등 지난해 800억 손실
올해 1분기도 예상보다 손실 많아
지준섭(가운데)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19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본관 화상회의실에서 ‘제3차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가 예산의 20%를 절감하는 고강도 자구책을 추진한다.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하나로마트가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농협 유통사업의 올 1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농협은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 등 적자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에 착수해 전반적인 경영 혁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적자 계열사 구조조정 추진

19일 농협중앙회는서울 충정로 본관에서 ‘제3차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원회’를 열고 비상경영 체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범농협 비상경영대책위는 앞으로 중앙회와 농·축협, 계열사를 아우르는 농협의 비상경영 체제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위원장은 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이 맡는다. 비상경영대책위는 이날 중앙회와 계열사 예산의 20%를 절감하는 고강도 자구책을 추진해 범농협 차원에서 경영 위기를 극복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 부회장은 위원회에서 “비상경영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농협의 구조조정은 유통사업의 부실이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유통 부문에서 당초 예상보다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하자 비상경영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도 "올 1분기 농협 계열사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은행을 거느린 농협금융지주와 유통사업을 전개하는 농협경제지주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연간 2조원대의 흑자 행진을 이어가는 반면, 농협경제지주는 지난해 7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농협경제지주는 2021년 28억원, 2022년 19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다가 2023년 158억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이듬해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부채비율도 치솟고 있다. 2020년 말 114.5%에 불과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60.0%로 치솟았다.

하나로마트 적자폭 확대

농협경제지주의 실적이 악화한 건 하나로마트 적자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은 지난해 각각 352억원, 4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은 별도 조직이지만 농협하나로마트라는 동일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어 ‘쌍둥이 자회사’로 불린다.

하나로마트가 적자를 내는 것은 농협의 기형적 사업 구조와 무관치 않다. 현재 하나로마트는 농협경제지주가 구매하는 상품을 수동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상품 매입은 농협경제지주, 판매는 하나로마트로 나뉘는 이분법 구조다. 이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유통 산업의 지형 변화 및 업황 악화도 적자를 부추긴 요소로 지목된다.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속에 지난해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를 시작으로 알렛츠·발란 등 유통 업체들이 줄줄이 부도를 내는 상황에서, 대형마트 2위 업체인 홈플러스까지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한계기업들이 불황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는 형세다. 업계에서는 유통업계발(發) 구조조정이 2차, 3차 협력 업체로 번지며 더 심각한 경기침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건강한 기업만 생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사진=농협중앙회

농협의 기형적 사업 구조, 공멸 자초할 수도

하나로마트의 적자가 깊어지자 앞서 지난 3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도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하나로마트의 폐점 등을 거론하는 등 적자를 내는 유통 부문의 구조조정 계획을 내놨다. 강 회장은 당시 기업회생 신청을 한 홈플러스를 거론하며 "농협 이 농어민을 위한 유통에 헌신한 부분이 있지만, 문제가 있다면 과감하게 수술대에 올려 정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적자 계열사에 대해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안 되면 폐업하더라도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 같은 사업 구조조정은 물론 농협유통과 농협하나로유통이 별도 조직으로 운영되는 비효율 등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농협의 경영난이 자칫 조합원들의 이익을 갉아 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최근 건설 분야 경기 악화로 인해 부동산·건설 분야 고위험 공동대출에 나섰던 지역농협들의 부실 심화가 단적인 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결산 기준으로 지난해 지역 농축협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52곳으로, 2023년 적자 농축협이 19곳이었던 걸 감안할 때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지역 농축협 적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주된 요인은 부동산 경기침체다. 지역 농축협들이 브릿지론 공동대출 등을 통해 건설사들에 돈을 빌려줬지만,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개발이 어려워지자 본 개발 단계에 들어가지도 못한 사업장들의 부실로 브릿지론 대출 역시 부실 단계에 빠져들었다는 뜻이다.

즉 지역 농축협들로선 건설사들로부터 대출금을 돌려받으리라고 장담도 못 하던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공동대출에 나섰다가 그 대출금을 못 받을 위험에 처한 셈이다. 지역 농축협이 대출금을 못 받는 데 따른 손실은 고스란히 지역 농축협 농민조합원 및 직원에게도 전가된다. 대출금을 못 받으니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없고, 농민조합원들은 배당금 등 마땅히 받아야 할 이익이 줄어들며, 농축협 직원들은 고강도 구조조정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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